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는 6월 8일부터 12일까지 ‘차별과 배제를 뒤엎자’ 충북차별철폐대행진을 벌입니다.

한국사회는 불평등 문제가 심각합니다. 불평등의 심화는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차별과 배제를 낳았습니다.

현행법과 제도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차별과 배제를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재난은 한국사회의 불평등, 차별과 배제의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일터와 삶 전체가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었던 저임금‧비정규노동자들은 더 큰 위험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는 2020년 충북차별철폐대행진을 통해 차별과 배제가 일상화된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코로나19재난을 계기로 더 큰 ‘위험’을 만들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려 합니다.

코로나19재난 위기 극복은 차별과 배제가 아닌 함께 사는 길을 찾을 때 가능하다는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에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가 기고한 차별철폐대행진의 주요 의제를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글 : 유진영(사회변혁노동자당 충북도당 집행위원장)

 

실감도 나지 않는 숫자

사회변혁노동자당이 2020년 국내 재벌 사내유보금을 추산한 결과, 상위 5대 재벌(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673조원, 30대 재벌은 1천조원에 육박하는 957조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재벌 사내유보금 통계치를 추산하기 시작한 이후로 30대 재벌 사내유보금은 꾸준히 상승했다. 올해 역시 재벌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을 운운하면서도 작년 대비 7조 2천억 원을 축적해 1천조 원에 육박하는 사내유보금을 곳간에 쌓았다.

충북소재 재벌기업의 사내유보금은 어떤가. SK하이닉스(47조 744억원), 현대모비스(33조 547억원), LG화학(17조 733억원)으로 거의 100조원에 근접하다. 심지어 지난 3월 주주들이 나눠먹은 배당금이 SK하이닉스 6840억 원, 현대모비스 3750억 원, LG화학 1536억 원이다. 아무리 봐도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 숫자들이다.

 

작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주요 재벌기업 실적도 작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재벌 총수일가는 막대한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받았다. 현대그룹 총수 일가의 올해 초 배당금 총액은 2378억 원, 삼촌-조카사이인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합쳐서 861억 원,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649억 원을 지급받았다.

최태원 회장이 받은 배당금 649억 4천 8백만 원은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가 월 180만원의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3천년 하고도 6년을 더 모아야 하는 돈이다.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하지만 재벌 총수들에겐 상관없는 얘기다.

 

노동자의 피·땀·눈물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어디서 나온 건가. 노동자들이 일궈낸 것이다. 노동자들이 일궈낸 부의 결과물로 재벌은 자신들의 곳간을 채우고, 부동산 투자자금, 막대한 배당과 보수를 가져간다. 이를 위해 재벌은 장시간-저임금-비정규 노동체계를 강화한다.

작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고용노동부 “고용형태 공시제” 현황에 근거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59개 대기업집단 소속 523개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은 84만 명(40.1%)이다. 2019년 비정규직 비율은 38.5%로 2018년 39.8%에 비해 소폭 줄었지만, 10대 재벌그룹이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2018년 48만 명(37.2%)보다 오히려 4만 명 늘어난 52만 명(38%)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사내하청을 많이 사용해 불법파견을 저지르고 있었다. 재벌들은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회피하면서도 값싸게 노동자들을 부려먹고 마음대로 해고하면서 막대한 사내유보금과 배당, 보수를 챙기고 있다.

충북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LG화학 사내유보금은 점차 증가세를 보였으나, 비정규직 규모는 2015년 1만6503명에서 2019년 2만2925명까지 늘어났다. SK하이닉스나 현대모비스도 같은 상황이다. 특히 SK의 사내유보금은 지난 5년간 큰 폭으로 늘었고 비정규직 노동자 수도 1만 명이상 늘었다.

이뿐일까. 재벌의 부는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국가의 지원과 특혜(산업전기료 특혜, R&D 지원, 법인세 인하 및 감면 등),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대표되는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수탈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듯 재벌의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과 부동산 소유, 총수일가가 해마다 챙겨가는 천문학적 보수와 배당은 모두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전 국민에 대한 수탈로 이뤄진 것이다.

 

코로나19재난, 이 와중에도 재벌의 금고는 채워진다

코로나19 재난으로 많은 노동자가 해고되거나 무급휴직에 시달리고, 영세 자영업자는 폐업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에게는 250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지원하며 기업살리기에 열을 올리면서도 해고금지, 고용보험전면적용,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을 통한 하청노동자 권리보장, 노동기본권 문제 등 노동계의 오랜 요구들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소극적이다.

자본의 태도는 기가 막히다. 자본을 대표하는 경총과 경제인 단체들은 경제위기를 핑계로 법인세-상속세인하, 경영자 배임죄 적용 완화, 일반해고제 도입, 비정규직 사용업종 전면 확대, 사업장 쟁위 행위 금지, 대체근로 허용, 공격적 직장폐쇄 합법화, 사용자 노동안전보건 조치의무축소, 신규 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더 쉬운 해고와 더 많은 비정규직, 더 낮은 임금, 노동3권 무력화, 산재사고 면책, 부의 대물림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재벌은 날강도와 다름없다.

 

이익은 독점하고 손실은 떠넘기는 재벌에게 책임을 묻자!

재벌들은 이윤만을 위해 장시간-저임금-비정규 노동체제를 강화했다. 산업재해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어도 책임지지 않고, 지역 환경과 시민들의 건강권을 짓밟았지만 하나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익을 독점하고 손실은 떠넘기는 재벌체제를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이 사회를 바꿔낼 수 없다. 사내유보금 957조 원과 불법 경영세습 과정에서 가져간 범죄수익 환수를 비롯해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한다. 이를 노동자기금으로 적립해 모든 노동자와 실업자의 안정적 일자리와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생계위기를 겪는 이들의 삶을 보장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의 피, 땀, 눈물로 쌓은 재벌의 곳간을 열어 위기 극복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한국사회 먹이사슬 꼭대기에 서서 노동자민중의 무한희생을 발판삼아 천문학적인 이윤을 축적해온 재벌체제청산 운동에 함께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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