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는 6월 8일부터 12일까지 ‘차별과 배제를 뒤엎자’ 충북차별철폐대행진을 벌입니다.

한국사회는 불평등 문제가 심각합니다. 불평등의 심화는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차별과 배제를 낳았습니다.

현행법과 제도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차별과 배제를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재난은 한국사회의 불평등, 차별과 배제의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일터와 삶 전체가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었던 저임금‧비정규노동자들은 더 큰 위험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는 2020년 충북차별철폐대행진을 통해 차별과 배제가 일상화된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코로나19재난을 계기로 더 큰 ‘위험’을 만들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려 합니다.

코로나19재난 위기 극복은 차별과 배제가 아닌 함께 사는 길을 찾을 때 가능하다는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에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가 기고한 차별철폐대행진의 주요 의제를 5회에 걸쳐 연재 합니다. (편집자 주)

 

 

 

글 : 김남진(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수석부지부장)

 

반복되는 위기, 노동자는 알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를 세계적인 대유행을 뜻하는 팬더믹으로 선언했다. 발병 6개월이 지난 현재 누적 감염자수는 550만 명, 사망자 34만 명으로 그 수치가 계속 상승중이고 딱히 막을 방법이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나마 다행히 대한민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감염 증가세가 다소 낮아지고 있지만 최근 이태원클럽 및 부천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어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하고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코로나19재난으로 인한 위기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재난으로 인한 위기에 취약한 노동자들이 왜 매번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받는가의 문제다.

노동자들은 지난 1997년 IMF 외환 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이 경제상황이 어려워질 때마다 정부와 기업들이 위기를 모면한다는 미명아래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행동하였는지 이미 다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구조조정과 해고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가정과 삶이 무너지는 것이고, 죽음과 견줄만한 정도의 고통으로 다가온다. 노동자들이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가뜩이나 힘든데, 해고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열악하다. 비정규노동자들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낮은 임금에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는 처지에 놓여 있다.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동계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수년에 걸쳐 문제제제기를 했지만 정부와 자본가들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더 많이 양산하고 있다.

2019년 8월 기준으로 통계청이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는 748만 명으로 2018년보다 86만 명이 증가했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이 무색하다.

충북지역도 마찬가지다. 충북지역 임금노동자 규모는 2017년 60만 5천 명에서 2019년 63만 명으로 2만 5천 명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비정규직은 3만 2천 명이나 늘었다. 늘어나는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비정규직 노동자 평균임금은 172만원에 불과하다. 고용과 저임금의 이중고를 격고 있는 게 바로 비정규직인 것이다. 그럼에도 무감한 현실에 절망감을 느낀다.

 

코로나19재난 위기로 노동현장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일단 정규직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은 그나마 고용유지가 되고 있는 반면 노동조합이 없는 비정규 영세 사업장에서는 무급휴직, 권고사직, 정리해고 등의 고용위기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하청업체를 중심으로 폐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해고금지 및 고용유지를 요구할 기회조차 사라지고 있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내에는 22개의 사업장이 있는데 코로나19여파로 약41%에 해당되는 9곳의 사업장에서 잔업과 특근이 줄고, 공정별로 순환 휴업을 실시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교대제 변경을 하고 있기까지 하다. 또 다른 사업장에서는 폐업을 준비하고 있어 금속노조에서도 고용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나마 노조가 있는 사업장들은 고용유지를 요구하면서 교섭도 하고 투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가 없는 대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4월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 수가 47만 6천 명이나 감소했다. 임시직과 일용직 취업자 수는 무려 78만 3천 명이나 감소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빠르게 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족이라고 해놓고 노동자에게만 강요하는 ‘고통’

우리는 1997년, 2008년 두 번의 경제위기를 경험했다. 그 때마다 노동자들은 희생을 강요당했다. 임금삭감은 물론이고 무차별적인 해고가 자행됐다. 그에 비해 정부와 기업은 과연 자신들의 책임을 다했을까?

정부는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기업 살리기를 해왔다. 뿐만 아니라 법제도까지 바꿔가면서 규제를 완화시켜주는 등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었다.

그런데 노동자들에게는 무엇을 했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40조원에 달하는 기업안정자금을 조성해 기업을 살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노동계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해고금지는 실현되지 못했다.

그 결과 하청노동자들이 먼저 무급휴직과 해고를 당하고 있다. 생계소득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50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난 위기를 노동자들이 그냥 당하라고 하는 꼴이다.

 

기업들은 어떤가?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957조라는데 그 돈은 단 한 푼도 내놓지 않은 채 수 조원에서 수 십 조씩 받아 챙기고 있다.

1998년 노동자들이 자식의 돌 반지까지 내다 받쳤던 금 모으기 운동에서 그들이 금 한 돈 내어 준적이 있었나! 정부에게 빌려간 공적자금도 제대로 갚지 않아 미회수금이 70조원에 달한다.

심지어 지난 5월 27일에는 경제단체협의회 소속 30개 단체가 모여 노동자들의 고통분담과 노동법 개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 하는 등 코로나19를 계기로 노동개악 총공세에 나선 모양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에게 늘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들자고 한다. 가족은 어려울수록 돕는 관계 아닌가! 어떻게 잘 나갈 때는 가족이고, 어려워지면 소모품처럼 내다 버리는가.

재난 위기 상황에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분담하라고 요구하면서 노동개악까지 하겠다는 저들의 모습에 기가 찬다.

이 세상은 노동자들의 노동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아주 작은 볼펜 한 자루도, 집 앞 쓰레기도, 건물 청소도 모두 노동자의 땀의 결과다.

그렇기에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세상은 너무나 상식적인 요구다. 코로나19 재난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 살리기에만 급급해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일을 이번에도 반복한다면 우리는 죽을힘을 다해 막아낼 것이고, 그 투쟁에 금속노조가 앞장 설 것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