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는 6월 8일부터 12일까지 ‘차별과 배제를 뒤엎자’ 충북차별철폐대행진을 벌입니다.

한국사회는 불평등 문제가 심각합니다. 불평등의 심화는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차별과 배제를 낳았습니다. 현행법과 제도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차별과 배제를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재난은 한국사회의 불평등, 차별과 배제의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일터와 삶 전체가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었던 저임금‧비정규노동자들은 더 큰 위험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는 2020년 충북차별철폐대행진을 통해 차별과 배제가 일상화된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코로나19재난을 계기로 더 큰 ‘위험’을 만들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려 합니다.

코로나19재난 위기 극복은 차별과 배제가 아닌 함께 사는 길을 찾을 때 가능하다는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에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가 기고한 차별철폐대행진의 주요 의제를 5회에 걸쳐 연재 합니다. (편집자 주)

 

 

1회,  위기의 시대, 모든 노동자가 같이 살자고 외치자!
2020충북차별철폐대행진을 시작하며

글 : 선지현(충북노동자교육공간 동동(同動))

 

코로나19재난, 정부대책에서도 배제되는 사람들

지난 5월 18일, 거리로 내쫓긴 아시아나항공 하청노동자들의 작은 천막농성장이 철거됐다. 이유는 감염예방법 상의 집회금지 구역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핑계로 노동자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있는 형국이다.

하청노동자들은 ‘코로나19감염 때문이 아니라 거리로 내쫓겨 죽게 생겼다’고 절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정부는 수백조원의 재정을 풀고 있고, 고용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데, 왜 하청노동자들은 거리로 내쫓겨야만 했을까?

이미 한국 기업들은 원‧하청 구조가 고착화됐다. 다단계 하도급 형태로 여러 개의 하청 업체들이 즐비하다.

코로나19사태로 위기가 확대되자 원청 기업들은 하청기업들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하청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하청업체들은 노동자들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무급휴직을 단행하고, 이제는 계약해지와 정리해고까지 벌이고 있다.

국회 발표(더불어민주당 안호영의원실)에 따르면 3월 31일 기준 항공업계 지상조업 하도급업체 인력 9000여 명 중 45%가량이 휴직 혹은 퇴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의 직격탄을 하청노동자들이 맞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40조원에 이르는 기업안정자금에는 하청업체들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포함되지 않았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방안 ‘자금지원 대상 요건’에서 총 차입금(부채)이 5000억원 이상 기업이 우선적으로 지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른 바 경쟁력이 있고, 규모가 있는 기업에 우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이를 계기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계획은 사실상 규모가 작은 업체들에 집중돼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지원을 모두 배제한 것과 다름없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기업을 지원하는데 정작 가장 열악한 처지에 놓인 노동자들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내쫓기는 상황.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을 살리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이전부터, ‘늘’ 위험에 놓여 있던 저임금·비정규 노동자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보자. 평균 근속기간은 29개월, 월 평균임금은 172만 9천원,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30.8시간, 정규직의 평균임금은 316.5천 원으로 임금격차는 54.6%다.

사회보험 역시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노동조합에 가입된 비정규직 비율은 3%도 되지 않는다.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조건, 고용조차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삶 자체가 불안했다.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 그리고 노동자로서 권리를 지키고 향상시킬 수 있는 조직인 노동조합에서조차 소외된 이들이 바로 비정규직노동자들이다.

고용형태가 아예 의미가 없는 노동자들도 있다. 바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다. 378만 명에 달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율은 절반이 채 되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적용대상도 아니니 무급휴직, 해고, 임금 삭감이 마음대로 이뤄진다. 이주노동자, 장애인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근로기준법, 노조법에서도 늘 배제돼 왔다.

이처럼 코로나19재난 이전에도 저임금‧비정규노동자들의 삶은 늘 불안했고 위태로웠다. 노동법을 비롯한 제도 개혁이 대두됐지만 십 수년째 말만 무성할 뿐 개선된 것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 재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본은 저임금‧비정규노동 체제를 고착화시키면서 이윤을 독점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재난이 벌어지자 그 피해를 또 저임금 노동자들이 받고 있다. 기업과 정부는 취약계층을 운운하며 ‘고통분담’을 말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과 정부의 행위는 가장 열악한 처지에 놓인 저임금·비정규노동자들에게 위기를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이윤을 독점하고’, 코로나19재난에는 ‘손실을 사회화’ 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저임금·비정규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사회... 이 얼마나 잔인한 사회인가!

 

함께 사는 길로 가자!

코로나19사태는 우리에게 ‘위기의 시대’가 지속될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경제위기, 기후위기, 식량위기, 국가 간의 대립과 갈등의 위기, 이 위기들은 매우 복합적으로 우리의 삶과 일터를 위협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전환적 사유’를 해야 한다.

‘더 많은 생산과 더 많은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는 인간과 자연 모두를 파괴할 뿐이라는 점에서 삶의 가치와 양식은 바뀌어야 한다.

저임금·비정규체제를 유지하며 이윤을 재벌이 독점하고, 위기 때 손실은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사회가 지속돼선 안된다. 그래서 우리는 외치고 있다. ‘차별과 배제를 뒤엎자’, ‘차별과 배제의 책임을 묻고, 함께 사는 길을 찾자’, ‘더 많이 노조를 만들자’, ‘모든 노동자들의 해고금지와 생계소득을 보장하라’,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재벌 곳간을 열게 하자’고 말이다.

또한 ‘위험’에 놓인 지역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삶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생활임금제도와 노동안전 조례 제정으로 지방정부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위기의 시대, 모든 노동자가 함께 사는 길을 찾자. 그 시작은 일상화된 차별과 배제를 끝장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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