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보>“인자한 그 미소 국제분쟁 평정”…도 넘은 ‘반’ 찬양
“찬란한 서광 뿜어 오대양 육대주를 아우르는 세계의 영봉”

<연속보도>반기문 우상화 논란, 현장을 가다 (1보)
음성군 반기문기념관 찬양비‧장수바위비 설치…신격화 수준

 

▲ 음성읍 반기문광장에 설치된 반기문사무총장 흉상
▲ 음성군청이 제작한 반기문 사무총장 홈페이지
▲ 지난 8월 워싱턴 포스트 기자 안나 파이필드는 반기문 총장 고향을 음성 지역을 방문해 취재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우상화 논란 이면에는 음성군 등 관련 지자체의 맹목적인 성역화 사업이 자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성군 예산으로 지어진 반기문 생가터와 기념관, 반기문평화랜드에는 광주반씨 문중에서 제작한 찬양비등이 혼재돼 있었다. 문중에서 제작한 찬양비의 경우 업적을 알리는 수준이 아니라 신격화 수준의 찬양수준의 표현이 동원됐다.

장수바위 전설비의 경우 장차 대통령의 탄생을 암시하는 내용이 새겨져 있었다. 해당 비석은 광주 반씨 종중이 제작했지만 음성군이 조성한 기념관 부지에 설치돼 있었다. 또 36번 국도 부지에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선조인 반석평 선영묘역비 입구 안내내와 추모비가 도로점용허가도 받지 않은 채 설치돼 있었다.

 

"여기 북한이 아닐까 싶다?"

"맞다. 여기는 한국이다. 김일성을 찬양하는 북한 박물관이나 기념물에 다녀와 본 사람이라면 여긴 북한이 아닐까 싶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지난 8월 허핑턴포스트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의 고향인 음성을 다녀간 워싱턴포스트(WP)기자 안나 파이필드가 트위터에 올린 소감을 소개했다.

안나 파이필드 기자는 기사에 반기문 동상, 반기문 생가, 각종 안내판 등을 소개하며 북한에 온 착각이 일 정도라고 소개했다.

안나 파이필드 기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반기문 우상화 논란은 계속됐다. 지난 25일 반기문 총장 팬클럽 반딧불이 충주지회가 창립총회에서 ‘거목’이라는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우상화 논란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우상화 논란의 불씨를 댕긴 것은 노래 가사. 충주지역 문화인인 금열 씨가 수년전 작사했다는 노래 가사는 반기문 총장에 대한 칭송을 넘어 찬양 혹은 우상화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 씨는 가사에서 반 총장의 출생을 “백마가 주인 잃어 승천을 했던 삼신산의 정기를 받아 하늘이 내린 모체로부터 충청도에 출생 하셨네”라고 표현했다.

이어 “오대양과 육대륙을 아우르신 대한의 아들. 군자대로행 품은 뜻으로 일백하고 아흔두 나라에 평화의 불꽃 지피시는 단군의 자손 반기문”이라고 적었다. 2절에는 “천지간에 일류 문명까지 덩이지게 할 거목이어라”라고 반 총장을 찬양했다.

결국 우상화 논란 끝에 결국 이 노래는 반딧불이 충주지회 창립총회장에서 불리지 못했다.

 

▲ 광주반씨 장절공파 행치종중에서 제작해 반기문 기념관 부지에 설치한 찬양비


 

▲ 광주반씨 장절공파 행치종중이 반기문 기념관 부지에 설치한 장수바위비

“세계를 품으시는 태산이여”

 

음성군은 지난 2010년 반기문 사무총장이 태어난 원남면 상당리 일대에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과 평화랜드를 조성했다. 반기문 기념관 부지에는 연못과 기념탑등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 “세계를 품으시는 태산이여”라는 바위로 된 찬양비가 새겨져 있다.

찬양비에 새겨진 문구는 우상화 논란을 일으킨 ‘거목’ 보다 더하다.

반 총장의 출생과 관련해 “그늘재 품어 안은 보덕산 모태에서 찬란한 서광 뿜어 올라”라고 표현했다. 유엔사무총장 취임과 관련해 “오대양 육대주를 아우르는 세계의 영봉 우뚝 섰네”라고 적었다.

이어 “일백아흔두 나라 사랑으로 품으시는 태산이 되셨어라”라고 표현했다. 압권은 “인자한 그 미소 국제분쟁 평정하고”라고 하는 대목. 각종 국제분쟁에서 미국에 치우쳐 분쟁해결 능력이 미흡했다는 국제적인 평가와는 배치된 대목이다.

끝맺음도 찬양일색으로 마무리 했다. 찬양가는 “겨레의 이름으로 비노니 웅비의 나래 펴고 유구한 새 역사에 길이 길이 빛나소서”로 끝났다.

찬양비에 이어 이곳에는 장수바위와 함께 ‘장수바위의 전설’이 새겨진 비가 설치돼 있다. 장수바위의 전설을 요약하면 옛날 옛적에 삼신산과 시루산에 정기를 받은 장수 2명이 태어났다. 그러던 중 하늘에서 백마가 이곳에 내려와 주인을 기다리는데 두 장수가 서로 다투다 아무도 차지 못한 채 백마가 하늘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이 말을 바꾸어 판단하면 백마의 주인이 이곳에 있다는 것. 백마의 주인은 결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것으로 반기문 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추정될 수 있다.

찬양비와 장수바위 비는 음성군이 설치한 것은 아니다. 둘 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속한 광주반씨 장절공파 행치종중이 설치한 것이다. 종중 입장에서는 다소 과장 된 표현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음성군이 조성한 반기문 기념관 부지에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탐방객들은 이 기념물들을 종중의 생각이 담긴 기념물로 보기보다는 음성군의 반기문 기념랜드라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받아들이게 된다.

이에 대해 음성군 관계자는 “종중에서 기념관 부지에 설치한 것이 맞다. 하지만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고 존중과도 원만하게 지낼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 반기문 생가에 설치된 안내표지판
▲ 음성군이 복원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생가

“반기문 사무총장님이 태어나신 방”

반기문 생가터에는 어법에도 맞지 않은 표현까지 등장했다. 음성군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태어난 방을 안내하는 표지판에 “반기문 사무총장님이 태어나신 방”이라고 적었다. “태어나신” 이라는 표현은 “고객님! 주문하신 빵, 나오셨습니다”란 표현과 같다.

공유지와 사유지를 혼돈하는 음성군 반기문 기념관 주변의 행정은 또 있었다. 국가 소유의 토지에 광주 반씨가 장절공파의 시조인 병조참의를 지낸 반석평의 선영묘역 안내비를 무단으로 세운 것이다.

현재 반기문 생가터를 지나는 36번 국도 원남면 상당리 658-7번지에는 ‘광주반씨 장절공행치파 병조참의선영묘역 입구’라는 비가 새겨져 있다.

비 뒷면에는 “장절세가 명예가 역사에 찬란하고 참의 선조 위대한 유풍 면면히 흐르리니. 축복 받은 후손이여 거룩한 유지 우러러 받들어 새역사의 주인 되리”라는 비문이 새겨져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충주지방국토관리사무소에 확인한 결과 이 비는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음성군이 기념랜드 입출입구로 활용하기 위해 화단 등을 조성하겠다고 점용신청을 한 것이 전부다. 또 비문 옆에는 음성군이 설치한 안내표지판과 돌비석이 설치돼 있다. 탐방객이 봤을 땐 모두 음성군이 설치한 것으로 오인하기 쉽다.

객관적으로 평가된 반 총장의 업적을 기리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맹목적인 찬양과 추종이 섞인 문종의 기념물들이 음성군의 기념사업과 혼재되면서 반기문 총장에 대한 우상화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 광주반씨 장절공파행치종중이 설치한 선영묘역 입구 안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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