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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꿈칼럼

풀꿈칼럼 : 오래된 미래 '탄소중립'

2021. 10. 17 by 배명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공동체’의 문제로 전환됐습니다. 충북인뉴스는 위기의 시대에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 목소리를 담아보려 합니다. 풀꿈재단과 함께 1주일에 1회씩 매주 ‘풀꿈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오래된 미래, 탄소중립

글 : 충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배명순

지난 9월 30일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전주시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 제23회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에서 탄소중립 대국민 선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지난 9월 30일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전주시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 제23회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에서 탄소중립 대국민 선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바야흐로 탄소중립의 시대이다. 지난해 문재인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우리나라의 화두는 온통 탄소중립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파리협정에 가입하면서 탄소중립은 새로운 세계질서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탄소배출은 국가적 선택이 아니라, 인류 생존의 필수조건이 되어가는 듯 하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사실 탄소중립은 최근에 나온 개념이나 구호는 아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국가간 협약은 탄소중립의 목표연도인 2050년의 거리만큼 먼 과거로부터 출발했다.

1992년 5월 여러 나라가 리우환경협약을 체결했을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1993년 이 협약에 가입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30년 후인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이다.

늦어도 한참 늦은 30년이 지난 후에 선언한 탄소중립은, 실현하기 매우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와 탄소집약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1위,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다.

석탄발전에 의존하는 전력의 비중이 40.8%에 달하고,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인구 규모 28위(비중 0.67%)인 작은 나라에서 너무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고, 줄이기도 어려운 구조다.

마치 거대한 유조선처럼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거리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거대한 유조선과 같다.

 

눈앞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이미 때는 늦었다. 사회적 관성에 의해 한참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간 후에야 서서히 방향이 전환된다.

2050년은 먼 미래가 아니다.

탄소중립위원회 해체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탄중위해체공대위)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탄소중립위원회 앞 인근에서 열린 '10.14 기후정의행동'에 참석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뉴시스)
탄소중립위원회 해체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탄중위해체공대위)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탄소중립위원회 앞 인근에서 열린 '10.14 기후정의행동'에 참석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뉴시스)

2050년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최대한의 노력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해야 한다. 단순한 에너지, 산업,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 어쩌면 삶의 방식까지 완전하게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전혀 다른 세상으로 대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진정한 탄소중립이 가능한 사회란 어떤 모습일까?

도심지에 자동차 진입을 금지하고, 자전거와 도보로만 이동하며,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며, 모든 공산품의 생산을 절반으로 줄인다.

저녁 9시 이후에는 모든 상가의 문을 닫고, 농·축산물은 자전거 생활권 이내에서만 구입해야 한다.

육식은 1인당 월 1회로 제한하고, 초과하는 양은 10배의 가격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근무는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만나서 회의하는 경우 기관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런 비현실적일 것 같은, 1970-80년대의 모습 같은 사회로 전환해야 비로소 탄소중립 사회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30년 전에 우리는 ‘내일이면 늦으리’라고 외쳤다. 그리고는 30년이나 허송세월했다.

지금은 ‘오늘도 늦으리’를 외쳐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탄소배출 덕분에 편했던 삶을 포기하고, 불편하지만 지속가능한 사회로 지금! 당장! 전환해야 한다.

답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 있었다.

충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배명순
충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배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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