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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눈

청년의 눈/ 강일구 미디어 블로그 ‘고함20’ 기자

4월 16일, 공권력은 시민들을 갈랐다

2015. 04. 23 by 충북인뉴스
▲ 경찰버스 뒤편으로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보인다. 몇몇의 시민들이 경찰버스 위로 올라가 시민들에게 연살하고 있는 모습이다.

밤 9시. 광화문역에 도착한 기자의 눈앞에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사람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출구와 가까워질수록 노란 리본을 단 사람들은 많아졌다.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와 광화문으로 가는 거리에서 기자는 수많은 경찰버스들이 일렬로 길게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봤다. 광화문 역에서 대략 4분, 광화문을 가득 매운 시민들의 추모 물결을 볼 수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헌화하기 위한 시민들의 긴 행렬은 광화문광장을 에워싸고 있었다.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희생자들과 관련된 작품들을 보는 시민들의 눈은 먹먹해져 있었다. 시민들의 눈은 고요히 젖어 있었다. 이순신 동상 근처에서 시민들이 추모를 하고 있던 사이 다른 한 쪽 방향에서는 호루라기 소리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광화문광장 앞쪽이었다. 광화문광장 앞쪽의 육교는 경찰버스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시민들이 반대편 인도로 건너가는 것을 막았다. 시민들이 반대쪽 인도로 가기 위해서는 길게 늘어선 경찰버스를 향해 한참을 돌아가야 갈 수 있었다.

기자는 광화문광장에서 서울광장까지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30분을 뛴 다음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까지 갈 수 있는 최단거리와 골목길은 모두 경찰들이 막고 있었다. 경찰들은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할 뿐이었다.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으로 가려던 추모객들은 청계천 다리에서 경찰들의 방해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서울광장에 있던 시민들은 폴리스라인 안쪽에 있는 경찰들을 향해 “추모만 하겠다는데 왜 막습니까”라며 광화문광장으로 가게 해달라고 소리쳤다.

경찰이 계속해서 경찰버스와 울타리를 이용하여 길을 막고 있자 시민들은 다른 쪽에 있는 다리로 향하기 시작했다. 청계천을 건넌 시민들은 YMCA건물 앞에서 다시 한 번 경찰들이 세워놓은 경찰차에 의해 광화문 진입을 방해받았다. 경찰이 길을 비켜주지 않자 할 수 없이 시민들은 방향을 돌려 인사동쪽 길로 광화문으로 가려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실패했다. 인사동에서도 미리 도착한 경찰들이 추모객들의 앞길을 계속해서 막고 있었다. 경찰들은 미동도 없었다. 추모객을 리드하던 한 사람이 세월호 유가족들이 경복궁 앞에서 추모객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추모객들이 함께 온 사람들과 인사동을 벗어나 경복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흩어지기 시작한 시민들은 경찰들의 만들어 놓은 미로같은 봉쇄에 경복궁 길들이 막혔다. 수많은 경찰들이 빌딩과 빌딩사이 그리고 자그마한 골목길들까지 꼼꼼하게 막고 있었다.

그러나 기자가 광화문 광장에 들어선 뒤 본 것은 수많은 경찰들이 끝도없어 따닥따닥 붙어있는 경찰버스의 행렬과 폴리스라인이었다. 분명 앞으로 3분만 더 걸으면 세월호 유가족들과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었음에도, 광화문광장에서 다시 모인 시민들은 경찰이 만들어 놓은 ‘경찰 만리장성’ 앞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기자는 바로 코앞에 있는 광화문 앞으로 가기 위해 광화문광장에서 1시간을 넘게 돌아서야 광화문 앞에 도달하여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서울 광장에서 광화문 앞까지 4시간이 넘게 걸렸다. 416참사로부터 1년. 이날 정부가 서울에서 한 일은 추모객들의 길을 막은 것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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