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100여 개 초등학교 올 3월부터 늘봄학교 운영
충북 신청학교 절반은 작은학교, 사실상 달라지는 것 없어
“학교 구성원 의견 배제…논의 피하려는 것 같다”
3월 시작인데 학교 현장은 담당자 누군지도 몰라
“밀어붙이기 절대 아냐…교육부에서 대외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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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늘봄학교, 어떻게 진행되나⓵

교육부는 지난 24일 늘봄학교 도입 등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올 1학기부터 전국에 2000개 이상의 늘봄 학교가 운영되고, 2학기부터는 모든 학교가 늘봄학교에 참여한다.

현재 충북에서 진행되는 늘봄학교 문제점과 진행 상황 등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거리에 걸린 국민의힘 충북도당 현수막.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거리에 걸린 국민의힘 충북도당 현수막.

 

늘봄학교 운영으로 학교 현장의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충북의 일부 학교에선 관리자들이 구성원들과의 협의도 없이 늘봄학교를 운영하겠다고 신청, ‘밀어붙이기’ 또는 ‘성과 부풀리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는 늘봄학교 운영을 위해선 학교 구성원들의 협의와 합의가 반드시 필요함에도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신청, 구성원들의 의견이 배제됐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충북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의 ‘보이지 않는 압력’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혼돈 속 진행되는 충북 늘봄학교

늘봄학교는 정규수업 전후로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기존의 ‘방과후학교’와 ‘돌봄’이 통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초1 학생들은 매일 2시간씩 예체능, 심리정서 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희망자는 누구나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늘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충북교육청은 지난해 42개교를 시범 운영한데 이어 올해는 100여 개 학교를 늘봄학교로 운영할 예정이다.

문제는 당장 3월부터 늘봄학교를 시작해야 함에도 운영 주체, 공간(늘봄지원실) 등이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육부에서는 기간제 교원 80명을 충북에 배정해 늘봄업무를 돕는다고 하지만 그들 또한 선발 시기와 학교별 인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더욱이 기존에 돌봄과 방과후 업무를 담당하던 이들은 자신의 업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몰라 ‘혼란 그 자체’라고 토로한다.

충북지역 교사 A씨는 “올해 업무분장표에 늘봄이라는 용어를 못 넣었다. 당장 늘봄 공문을 누가 접수할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 난감해하고 있다. 일단 교감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이 늘봄 취소 요구해도 관리자는 “NO”

이런 상황에서 최근 충북의 일부 학교에서는 관리자가 구성원들과의 협의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늘봄학교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충북지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긴급설문을 했는데, 일부 학교에서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늘봄학교를 신청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 나중에 늘봄학교를 신청한 사실을 알게 된 구성원들이 관리자에게 취소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관리자가 안된다고 말한 학교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충북지역 교사 B씨는 “교육청이 각 지역 교육장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신청을 하라고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큰 학교에는 부교육감이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며 “학교 관리자들은 교육장이랑 부교육감이 말을 하는데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공적인 늘봄을 위해서 구성원들이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한다든지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따르라고만 한다”며 “교육부도 그렇고 충북교육청도 그렇고, 논의의 장을 확장하는 방식이 아니고 논의를 피해가려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충북교육청 일부 인정…"교육부는 대외비 요구해"

이에 대해 충북교육청은 일부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교육청의 늘봄학교 업무담당자는 “1차로 늘봄학교를 신청한 학교는 70여 곳 정도다. 거의 중규모, 대규모 등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학교였다. 6학급 미만 작은학교의 신청이 너무 없어서 이상했다”며 “작은학교가 늘봄학교 신청을 하면 우수한 프로그램을 연계할 수도 있어서 각 지역 지원청에 안내를 했고 신청을 하라고 권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절대 아니다”라면서도 “교육부가 정책발표를 하기 전에 계속적으로 대외비를 요구했고 무엇보다 학교가 방학이라 선생님들을 다 만나서 의견을 수렴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모두 같은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지난 1월 늘봄학교 정책을 비판하며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전교조 충북지부 제공)
전교조 충북지부는 지난 1월 늘봄학교 정책을 비판하며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전교조 충북지부 제공)

 

6학급 미만 작은학교가 절반"줄어든 방과후 지원금 메꾸기 위해"

올해 늘봄학교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충북의 학교는 120~130여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60~70여개 학교는 6학급 미만의 학교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도교육청은 6학급 미만 작은 학교는 늘봄학교 시범학교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참여학교가 적자 도교육청 및 지역교육지원청이 각 학교에 참여할 것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작은학교들은 왜 자발적으로 늘봄학교에 신청하지 않았던 것일까?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 충북의 작은학교들은 이미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읍면단위 지역 초등학교의 학생들은 통학버스로 등교 후 아침 활동을 하고 정규수업 이후에는 방과후 활동을 한 후 오후 4시 또는 4시 30분에 일괄적으로 하교를 한다.

물론 저녁돌봄이 이뤄지고 있는 학교도 있지만 수요가 많지 않고 인근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진행한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늘봄학교 형태로 이미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기존 ‘돌봄’, ‘방과후’ 운영방식과 올 2학기부터 도입되는 늘봄학교 운영시 달라지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6학급 미만 작은학교는 늘봄학교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이 작은학교의 늘봄학교 신청을 독려하면서 제시한 것은 지원금이다.

지난해까지 학급당 140만 원이었던 농산촌 지역 방과후 지원금이 올해부터는 학급당 70만 원으로 줄어들면서 늘봄학교 예산으로 이를 메꾼다는 계산이다.

충북지역 교사 C씨는 “기존 농산촌 지역 방과후 수업은 무상으로 진행됐는데 올해부터는 예산이 절반으로 확 줄어들면서 늘봄 예산을 통해서 보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의 담당자 또한 “앞으로는 어차피 방과후 프로그램도 늘봄학교 안에서 진행해야 한다”며 “작은학교가 늘봄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동안 양질의 강사나 양질의 프로그램에서 작은학교가 소외될 수 있었다. 늘봄을 통해 좋은 프로그램을 연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사 A씨는 늘봄학교 정책 추진과 관련, “장기적으로 돌봄공백을 해소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진행되는 것이 너무 이상하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작은학교에 늘봄을 하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구성원들간의 협의도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은 잘못이다"라며 "늘봄을 4월 총선에서 실적으로 연결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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