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대회의·피해자 가족, “무책임·파렴치한 청주시에 분노”
사고 난 눈썰매장 안전대책 마련도 없이 열흘 만에 재개장?
“사실확인도 없이 보험금 지급할 것처럼 발표…시민 우롱행위”

 

지난달 24일 발생한 청주시 눈썰매장 보행통로 붕괴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열흘이 지나도록 청주시장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없다며 분노하고 있다.

이들은 눈썰매장 사고 이후 청주시의 대처는 ‘보여주기식’에 지나지 않았고, 후속조치 및 안전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청주시가 다시 눈썰매장을 개장하려 한다며 무책임과 파렴치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3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충북연대회의)와 피해자 가족들은 ‘안전불감증 청주시’, ‘보여주기식 시민안전보험’, ‘재난도시 청주시’, ‘말로만 시민안전’, ‘눈썰매장 재개장 중지하라’, ‘시민을 속이고 우롱하는 청주시 각성하라’ 등 직접 제작한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장에 참석했다.

피해자 가족 A씨는 “청주시는 부상자 가족에게 사망보상금 안내, 해당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시민안전보험 연락처와 행사업체 연락처만 통보하는 등 무책임한 대응만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며 “붕괴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청주시와 업체의 뒤처리는 정말 무성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고 조사도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사고가 난 눈썰매장의 재개장을 계획하고 있으며 시민에게는 후속대책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피해자 가족 B씨는 “여기 나온 것은 눈썰매 개장을 다시 한다고 해서 나온 것이다. 청주시가 눈썰매 개장을 10일 만에 다시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청주시는 위탁업체에만 맡기지 말고 책임있는 모습으로 명명백백히 이 사건의 전말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 C씨는 “청주시의 문자 발송과 부실한 대처로 저희는 더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고통 속에 있다. 제대로 된 수사와 제대로 된 처벌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후 열흘 지났지만 이범석 시장 사과 한마디 없어

사고 이후 청주시 신병대 부시장과 담당 부서 공무원들은 “피해를 본 분들과 시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이범석 시장과 업체 대표의 사과는 현재까지 없다.

또한 청주시는 부상자들에게 사망보험금 등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 피해자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청주시 체육시설과는 사고 이후 피해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시민안전보험’을 안내했다. 시민이 붕괴사고로 상해 사망한 경우 최대 2000만원까지 보장되며 자세한 청구 절차는 농협손해보험에서 상담 가능하고 치료비는 대행업체와 상담하라는 내용이다.

 

눈썰매장 사고 피해자 가족 제공.
눈썰매장 사고 피해자 가족 제공.

 

그러나 이번 눈썰매장 사고는 청주시가 안내한 시민안전보험에 적용이 안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안전보험 약관에 따르면 ‘붕괴란 폭발, 파열, 화재 등의 외력이 아닌 통상적 용도에 따라 건물 또는 건축 구조물을 사용할 때에 그 자체의 내부결함이나 부식 또는 침식 등으로 그 전부나 일부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건물 붕괴에만 해당하는 보험을 마치 지급한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시청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사실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시민들을 우롱하고 속이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병원을 옮기기 위해 충북대병원을 퇴원했고 중상을 입어 휴유증으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상황에서 퇴원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책임자 처벌, 피해자 지원 등 요구사항 전달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민간위탁 및 시설에 대한 청주시의 관리감독, 안전점검 위반 여부와 시행업체의 의무 위반에 대한 수사당국과 청주시의 철저한 조사 및 수사를 요구했다.

또 △청주시장의 공개 사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 보상과 장기적인 신체 및 정신적 회복지원 △시민 이용시설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점검 및 보고 △붕괴 당시 구조활동에 참여한 시민에 감사 표시 △도급업체 입찰 과정 자료 공개 △해당 업체와의 계약 해지 및 재개장 계획 철회 △업체 대표에게 수여한 청주예총 감사패 취소 등을 촉구했다.

손은성 충북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열흘이 지나도록 청주시장의 책임있는 사과와 조사경위에 대한 내용은 살펴볼 수가 없다, 위탁업체에 떠넘기기 조사과정이라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변명들이 지난 오송참사와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며 “청주시민의 안전을 뒷전에 두는 청주시장은 시장의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을 진중하게 진단하고 제대로된 시스템을 만들라는 요구에 청주시는 단 한번도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청주시장은 이번 사고에도 위탁업체와 부서 공무원 뒤에 비겁하게 숨을 것인가. 이번에는 제발 진정한 사과와 책임있는 조사를 통해 시민들의 불안과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연대회의와 피해자 가족들은 요구사항을 기자회견 이후 청주시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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