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특수활동비 보도 관련 갈등 생긴 듯

올해로 창사 30주년을 맞은 충북지역 대표 정론지 충청리뷰가 내홍을 겪고 있다.
올해로 창사 30주년을 맞은 충북지역 대표 정론지 충청리뷰가 내홍을 겪고 있다.

올해로 창사 30주년을 맞은 충북지역 대표 정론지 충청리뷰가 내홍을 겪고 있다.

27일 충청리뷰는 이재표 편집국장에 대해 보직해임을 알리는 인사발령 통보서를 전달했다.

이재표 국장은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는 “어젯밤 편집을 마무리하고 윤전까지 넘긴 신문에서 편집국장 칼럼이 빠졌다”며 “대표이사가 발행인의 권한으로 뺐단다”고 밝혔다.

이어 “일체 경위 설명 없이 보직해임 통보서도 받았다. 잘됐다. 기자 이재표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면에서 빠진 <할 말>이라는 제목의 칼럼 전문을 게재했다.

이 국장이 칼럼에서 “충청리뷰는 뉴스타파 등과 함께 검찰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검사장과 지청장 업무추진비를 분석하는 보도를 준비해왔다.”며 “청주지방검찰청을 비롯해 충주지청, 제천지청, 영동지청 등 충북에 있는 4개 검찰청과 지청의 관련 서류(2017~2023년 4월) 대부분을 정보공개청구로 받아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아직 보도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며 “충청리뷰 ‘총체(總體)’의 동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검찰 특수활동비 관련 보도 여부를 놓고 편집국과 경영진사이에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음은 이재표 국장이 게재한 <할 말> 이란 제목의 칼럼 전문이다.

<할 말 >(글 : 이재표 충청리뷰 편집국장)

지난 9월 15일이 충청리뷰 창사 30주년이었다. 1993년 지역일간지를 박차고 나온 다섯 명의 기자들이 100만 원에서 500만 원을 추렴해 만든 월간 충청리뷰가 그 시작이다.

해직교사였던 도종환 시인이 첫 대표를 맡았다. 1997년 주간지로 전환해 여기까지 왔다. ‘열한 번 이사를 다녔다’는 홍강희 선임기자의 기사는 나를 울렸다.

2023년 9월 15일 자 창간 30주년 특집호(지령 1285호 표지)에 나는 다섯 줄짜리 에세이를 썼다.

“참 많이도 흔들렸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잎을 떨어내며 버텼습니다. 늘 목말랐습니다. 그래도 다른 샘을 찾지 않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를 꿈꿉니다. 가뭄에 마르지 않는 샘이 깊은 물이기를 바랍니다”라는 글의 제목은 ‘용비어천가’였다.

김진석 사진작가가 비행기 안에서 찍은 저물녘 대청호의 모습은 금빛 용(龍)이었다.

사실 충청리뷰는 지금도 흔들리는 중이다. 그래서 위의 글은 다짐이기도 하다. 지난 30년을 ‘잎을 떨어내며 버티고, 아무리 목이 말라도 다른 샘을 찾지 않은 것’으로 요약하고 나니 앞으로 갈 길이 보이는 것도 같다.

충청리뷰는 뉴스타파 등과 함께 검찰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검사장과 지청장 업무추진비를 분석하는 보도를 준비해왔다.

이에 따라 청주지방검찰청을 비롯해 충주지청, 제천지청, 영동지청 등 충북에 있는 4개 검찰청과 지청의 관련 서류(2017~2023년 4월) 대부분을 정보공개청구로 받아냈다.

하지만 아직 보도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충청리뷰 ‘총체(總體)’의 동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30년 충청리뷰의 총체는 ‘충청리뷰에 속한 모든 이들’이 공유한다.

충청리뷰에 속한 이는 직원과 전(前) 직원, 독자, 주주들, 그리고 충청리뷰의 영욕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다.

충청리뷰를 자본으로 소유한 이들은 충청리뷰를 사고팔 때 매겨지는 가격의 그 지분만큼을 소유했을 뿐이다. 충청리뷰가 30년 동안 쌓아온 이름값이 ‘허명(虛名)’이 된다면, 내놓아도 팔리지 않을 것이다.

1996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2005년 충청리뷰로 왔다. 2013년까지 일하다가 ‘행성B를 찾으라’는 임무를 띠고 4년간 자회사 대표를 맡았다. 하지만 행성B는 찾지 못하고 우주미아로 떠돌다가 작년부터 다시 충청리뷰에 속했다.

24면이던 지면을 32면으로 늘렸고, 왕년의 기자 열댓 명을 전문기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지면으로 소환했다. 올 1년 동안 네 차례 정례 여론조사도 하고 있다. SNS 플랫폼 구축과 동영상 뉴스 제공, 출판업 진출 등 꿈만 꾸고 실천하지 못한 것들도 많다.

하지만 핵심은 ‘할 말은 반드시 하는’ 충청리뷰로 다시 서는 것이다.

2005년 내가 취재하던 기사가 출고도 되기 전부터 안팎의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외압도 어마어마했다. 그 기사는 그 주에 나가지 못했다.

당시 편집국장은 내 기사에 배정된 한 면을 백지로 내서 추락한 자존심이 짓밟히는 것을 막아줬다. 그리고 그다음 주, 결국 그 기사는 활자화됐다.

내가 충청리뷰에 진 빚이다. 갈 때는 가더라도 빚은 갚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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