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보은군 산림레포츠시설 위탁 비리 적발
정상혁 지시로 무자격업체에 위탁, 재난지원금 6000여만원 불법지원
감사원, 업무상배임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
비리 연루된 보은군 간부공무원, 지난해 극단적 선택

<연속보도> 친일발언 논란 ‘보은군통령’ 정상혁 전 군수의 그늘

지난 20일 감사원은 보은군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정상혁 전 보은군수를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군수직을 연임하며 거침없는 행정스타일로 ‘군통령’이라 불리던 정상혁 전 군수.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일까! 재직시절 친일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급기야 군민들이 주민소환운동 대상이 되더니 검찰의 수사대상자가 됐다.

감사원 감사결과 정 전 군수의 지시로 보은군이 177억원을 들여 지은 레포츠시설을 무자격업체에 운영권을 넘긴 사실이 밝혀졌다.

주목할 만한 사실이 또 하나있다. 지난 해 비리의혹에 연루된 보은군청 간부 공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명을 끊었다. 무수한 말이 나돌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로 이제 그 연결고리가 드러났다.

이제 시간은 ‘군통령’의 시간이 아니라 ‘검찰의 시간’이 됐다. 제기됐던 수많은 의혹은 과연 어디 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정상혁 전 군수가 남긴 의혹의 시간을 하나하나 되돌어 본다. (편집자주)

 감사원은 지난 20일 177억원대 레포츠시설 위탁업체 선정당시 무자격업체에 운영권을 맡기도록 한 정상혁 전 보은군수를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9년 정상혁 군수(가운데)가 자신의 친일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  
 감사원은 지난 20일 177억원대 레포츠시설 위탁업체 선정당시 무자격업체에 운영권을 맡기도록 한 정상혁 전 보은군수를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9년 정상혁 군수(가운데)가 자신의 친일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  
지난 2021년 12월 보은지역 시민단체인 보은민들레희망연대가 정상혁 전 군수가 측근 모씨에게 특혜를 줬다며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021년 12월 보은지역 시민단체인 보은민들레희망연대가 정상혁 전 군수가 측근 모씨에게 특혜를 줬다며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해 9월 28일, 충북 보은군청 소속 간부공무원(5급)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타살 등 외부 범죄 혐의점은 없었다. A씨의 죽음은 본인의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지어졌다.

속리산휴양사업소장을 맡고 있던 A씨는 왜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사망 당시 그는 보은군이 운영하는 속리산휴양림 시설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었다.

그의 죽음을 두고 지역에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돌아다녔다.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기 전 보은 지역의 시민단체는 보은군 휴양시설 운영과 관련해 정상혁 전 보은군수와 특정업체의 유착의혹을 제기했다.

 

간부공무원 죽음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A씨의 죽음과 관련 지역사회에 떠돌던 술렁거림은 보은군 지역 언론사 <보은사람들>의 기사에 고스란이 나타나있다.

<보은사람들>은 지난 해 10월 19일자 ‘보은군 고위직 공무원 자살 충격’이란 기사에서 ”지역사회에서는 정상혁 전 군수 재임 12년 중 최대 치적사업장인 이곳 관련 업무를 10년이상 관장해왔던 A씨가 갑작스럽게 자살하자 갖가지 의혹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의 산림청 감사에서 적발된 보은군의 숲체험휴양마을 예약을 변칙적으로 운영한 것만 갖고 A씨가 자살을 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설사 감사원 감사에서 중징계가 내려져도 그동안 장관상 등 수상 경력이 행정처벌을 감해주기 때문에 징계대상자가 되더라도 가벼운 처분을 받을 소지가 있는데 이것이 자살의 빌미가 됐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며 A씨의 자살을 납득할 수 없다 등 무성한 뒷말을 쏟아놓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민들은 A씨의 자살로 특정인과 관련된 부정부패가 묻히게 됐다며 지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죽음의 연결고리, 레포츠시설 운영권과 정상혁 전 군수, 그리고 최측근

<보은사람들>이 기술한 ‘특정인과 관련된 부정부패’에 거론되는 특정인은 누굴까?

보은지역 시민단체가 제기한 인물은 정상혁 전 군수와 보은군이 지어 위탁한 레포츠 시설을 운영한 △모 씨다.

2021년 12월 14일 보은군 지역 시민단체인 ‘보은민들레희망연대’는 다소 긴 제목의 기자회견을 보은군청에서 연다.

기자회견 제목은 ‘측근에게만 4천만원 코로나 재난지원, 군민에게는 0원! 정상혁 군수 최측근 챙기기 규탄 기자회견’이다.

보은군이 177억원을 들여 속리산 말티재 부근에 설치한 산림레포츠 시설 모습(사진 : 보은군청 홈페이지 갈무리)
보은군이 177억원을 들여 속리산 말티재 부근에 설치한 산림레포츠 시설 모습(사진 : 보은군청 홈페이지 갈무리)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레포츠는 정상혁 군수가 12년 동안 스포츠와 토목공사로 치중할 때 권력과 지방토호세력의 유착관계로 막대한 부를 챙긴 의혹을 받고 있는 정 군수의 최측근 △모 씨의 부인과 친인척 일가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이다”며 “속리산 최고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말티재 일대를 개발해서 돈을 벌게 해준 것으로도 모자라 4천만 원이라는 거금의 수수료를 삭감해줬다”고 비판했다.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난 B업체에 대한 특혜, 그리고 A씨의 역할

지난 20일 감사원은 보은군에 대한 ‘사용‧수익허가 계약 낙찰자 선정 등 계약업무 및 사용료 감면 업무 부당처리’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보은군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속리산 말티재 일대에 177억원을 들여 모노레일, 스카이트레일, 스카이바이크 시설이 갖춰진 산림레포츠 시설을 설치했다.

보은군은 2020년과 2021년 2회에 걸쳐이 시설의 운영자로 B업체를 선정했다. 계약기간은 5년이고 두번 더 연장할수 있어 사실상 15년 계약이다.

설치비만 177억원이 들어간 시설의 연간 사용료는 3억7711만원이다.

낙찰자로 선정된 B업체는 보은지역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바로 △모 씨의 부인과 친인척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다.

감사원은 산림레포츠시설 사업자 선정 입찰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B업체는 애시당초 입찰 자격이 없었다.

입찰공고문에 따르면 응급처치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3인 이상의 직원을 보유해야 했지만 B 업체는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이 없었다.

B업체는 대신 인터넷으로 1시간에서 12시간 온라인으로 응급처지 관련 교육을 받았다는 교육이수증을 제출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부하직원에게 B업체가 제시한 교육이수증으로 응급처지 자격증을 대체할수 있다고 해석하도록 지시했다.

A씨는 더 나아가 모노레일 설치공사회사로부터 안전관리계획서를 제출받아 업체측에 제공하기도 했다.

또 처음에 5년 계약으로 돼 있던 부분을 10년으로 연장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입찰 참가자격이 없는 B업체는 계약기간 만료 후 5년이 아닌 15년간 운영권을 위탁받을수 있었다.

2021년 보은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정상혁 군수가 지급대상이 아닌데도 레포츠시설운영업체에 부당하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2021년 보은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정상혁 군수가 지급대상이 아닌데도 레포츠시설운영업체에 부당하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사망한 A씨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당하게 B업체에 대해 코로나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시설물 용도변경하는 과정에도 개입했다.

보은군은 2021년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지급기준은 전년 같은 월 대비 매출액 감소 등 피해사실이 입증된 소상공인이다.

B업체는 2021년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에 애시당초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B업체는 지원금을 요청했다. 이에 담당 공무원은 “보은군 감면 기준에 위배되어 감면대상이 아니다”라고 A씨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A씨는 담당공무원에게 “정상혁 군수가 B업체에 대해 사용료가 높게 책정됐으니 담당부서에 사용료를 감면해주라고 지시했다”면서 “사용료를 감면하라”고 위법한 지시를 내렸다.

이를 부당하게 여긴 공무원은 이후 한달동안 감면 진행을 보류했다.

그러자 A씨는 계속해서 사용료를 감면하라며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

A씨의 부장한 지시가 계속되자 담당공무원은 정상혁 전 군수에게 직접 사용료 감면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군수는 이를 반려했다.

이런 식으로 B업체는 2차례에 걸쳐 6000여만원 상당의 재난지워금을 부당하게 받았다.

 

정상혁 군수의 지시, 중간 전달자 A씨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B업체 대한 특혜의 정점엔 정상혁 전 군수가 있었다. 감사원은 이를 토대로 정상혁 전 군수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렇다면 A씨의 역할은 무엇일까?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A씨는 부하직원에게 “정상혁 군수의 지시”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를 본다면 A씨는 정상혁 군수의 지시를 전달한 단순전달자 일수도 있다.

이번에 발표된 결과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시작된 감사원 감사결과다.

A씨는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면서 감사 결과를 이미 예상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감사가 시작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생을 마감했다.

현재까지 A씨가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로 인해 그런 선택을 했다고 확증 할 수도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명확히 드러난 것은 있다. A씨의 죽음에는 정상혁 군수로부터 시작된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것. 그 지시가 실행되는 과정에 A씨가 끼여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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