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남 충북교육청 감사관 인터뷰
“현실 행정에선 감사독립성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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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교육청 유수남 감사관.
충북교육청 유수남 감사관.

충북단재교육연수원 블랙리스트 의혹이 터진지 40여일이 지났다. 지난 40여 일 동안 단재연수원 블랙리스트는 교육계를 넘어 보수·진보 단체, 정치권에까지 많은 논란을 낳았다.

충북교육청에서는 ‘협의과정’일 뿐이라며 ‘무엇이 문제냐’고 반박했고, 교육·시민단체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했다. 보수단체와 교육·시민단체의 고발도 이어졌다. 도교육청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충북도의원들은 엉뚱한 이유로 제보자를 질책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도교육청은 장장 2주 동안 감사관 독립성 침해 논란 속에서 감사반을 꾸렸고 5일간 실지감사를 진행했다.

40여일이 지난 현재, 블랙리스트 사안은 어떻게 되었나? 어이없게도 ‘경찰조사를 지켜보자’는 결론만 남았다. 도교육청 공보관은 감사결과 발표예정일 전날 저녁, ‘감사관 직무감찰팀의 의견’을 이유로 발표를 미룬다고 안내했다.

 

“관련자들이 충청북도경찰청으로부터 수사개시 통보되었고, 사안조사 결과에 대한 감사처분심의회 및 재심의 신청 등의 절차가 남아있어, 수사결과 통보 이후에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의견을 제출함”

 

 

우여곡절 끝에 꾸려진 감사반의 감사결과는 감사관 직무감찰팀 의견을 근거로 현재로선 아무도 알 수 없게 됐다. ‘감사처분심의회 및 재심의 신청’이라는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나, 사실 이는 처음부터 예상 못한 절차는 아니다. 또 도교육청이 직무감찰팀 의견을 수용한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럴 거면 왜 감사를 했나?”

도민들은 의아하고 허탈하다.

‘이번 감사는 도대체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원칙대로 잘 진행된 걸까?’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 있었고, 도교육청 감사의 최종책임자인 유수남 감사관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아직도 엄연히 이번 감사의 총책임자이기 때문이다.(기자 말)

 

Q. 지난 1월 5일 블랙리스트 폭로를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A. 당시에 생각하고 느낀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블랙리스트 사안이 사실이라면 충북교육청과 단재교육연수원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안이고,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조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김상열 원장의 문제제기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면, 그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도교육청에서 수사요청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독립성을 가지고 일관되게 감사를 진행해야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동시에 외압이 크고 감사독립성을 지켜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다는 우려도 많이 했습니다.

 

Q. 블랙리스트 폭로 이후 감사반 선정과정에서 배제논란이 있었는데,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공정성을 이유로 저를 배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전임자 때 사람’, ‘전임자 최측근’이라는 표현도 했는데 있을 수 없는 말입니다. 지난 8년간 감사와 조사과정,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김병우 전 교육감을 감사한 적도 있었고, 보좌관 직원들도 감사했었습니다.

그리고 민간단체에서 저를 고발했다는 것이 배제의 근거였는데, 이 또한 말이 안 됩니다. 저는 감사관의 책임자입니다. 수사개시 통보가 왔어도 직무가 정지된 것도 아니고, 감사관 직위가 해제된 것도 아닙니다. 권한은 그대로 있는 것입니다.

저는 감사관실 책임 하에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감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요소들이 계속 발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감사 착수 결재를 한 것은 더 이상 감사 착수를 늦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감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요소들과 논란을 수용한 것이 아닙니다. 감사의 생명은 신속성과 시의성에 있습니다. 감사 착수가 늦어지면 관련자들의 담합이나 증거인멸은 누가 책임집니까. 신속하게 감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Q. 감사과정에서 패싱 당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A. 저를 수사나 공정성시비 등으로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과정 중에 많은 문제들이 있었고, 저는 아직도 감사결과보고서를 받지 못했습니다. 구두로만 감사가 종결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감사결과 보고서를 요청했지만, 수사나 공정성 시비 때문에 보고서를 줄 수 없다고 합니다. 감사반 편성과 감사계획에 대해 제가 결재를 했는데, 결과 보고를 안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 감사에서 확인되고 감사관이 인지해서 판단해야 할 각각의 사안들, 그것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고 관련 자료는 무엇인지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료 또한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Q. 감사과정 중 감사반 중 한명이 휴가를 내는 등 불성실 논란이 있었고, 그 사람의 신상정보를 누가 유출했는지에 대해 도교육청이 수사의뢰를 했습니다. 또 신상정보를 감사관이 유출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A. 저는 감사반 구성과 조사계획안 수립 결재시 그 직원이 휴가를 냈는지도 몰랐습니다. 실지감사 중에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연히 결재시 보고를 받았어야 합니다. 만약에 제가 그 당시 보고받고 인지했다면, 감사반을 교체하고 감사지원단에서 인력을 지원받았을 것입니다. 몰랐기 때문에 결재를 한 것입니다. 부교육감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했고, 부교육감도 미리 알았더라면 결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휴가 사실을 인지한 이후에 인원 보강을 요청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또 특정인의 신상정보를 제가 유출했다는 이야기는 어불성설입니다. 그 사람의 휴가일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 당사자, 휴가결재를 한 팀장, 그리고 저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억측입니다.

 

Q. 충북교육청에서 감사결과 발표를 미룬 이유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나요?

A. 타 기관의 사례를 보면, 수사나 재판이 끝나기 전이라도 감사결과 발표를 한 것이 여럿 있습니다. 일단 결과는 발표하고 경찰조사 이후 나중에 형량을 합산한다든지, 추가사항이 발생했을 때 추가조치를 하면 됩니다. 그런데 결과발표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감사실무 매뉴얼을 준수하고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어찌되었든 감사가 종결되었습니다. 이번 감사를 평가한다면?

A. 그동안 20년 가까이 조사와 감사일을 했는데,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느낀 점은 개방임용감사관의 감사독립성, 임기 보장 등이 제도적으로는 되어 있어도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심각하게 느꼈습니다.

교육감이 누구든, 또 어떤 사안이든 행정의 일관성, 형평성, 법과 규정대로 감사를 해야 한다는 대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대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직자로서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법과 규정, 매뉴얼도 탈 권위 없이는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법과 규정, 매뉴얼이 구비가 안 되어서가 아니라 탈 권위가 안 되어서 법, 규정, 매뉴얼이 무너집니다. 공직사회의 탈 권위 문화는 기관장에 의해서 좌지우지됩니다.

이번에 절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면, 공직자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복무할 것인지 강한 신념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직자는 기관장과 기관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해야 합니다. 이것이 흔들릴 경우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직접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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