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택시호출 절반 몰리지만
배차율 15%로 급감…일곱번 호출해야 한 번 성공

박지헌 충북도의원(국민의힘)이 지난 9월 28일 충북도의회에서 제403회 정례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택시대란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있다.
박지헌 충북도의원(국민의힘)이 지난 9월 28일 충북도의회에서 제403회 정례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택시대란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있다.

“주변에 택시가 없습니다”. 청주시내에서 택시잡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아침 출근시간대에는 세 번, 네 번 택시를 호출해 보지만 배차가 완료됐다는 문자는 쉽게 오지 않는다.

저녁 시간은 더하다. 오후 9시가 넘어가면 20분, 혹은 30분까지 기다려도 택시는 오지 않는다. 젊은 택시 노동자도 사라졌다. 법인택시 회사는 기사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임금노동’의 대표명사가 된 택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편집자주)

 

지난 8일 직장인 K(50)씨는 청주시 산남동 법원 앞 인근상가에서 지인들과 모임을 가졌다. 모임이 끝난 시간은 10시 30분.

K씨와 일행은 앱을 이용해 택시를 호출했다. 10분이 흘러도 20분이 흘러도 핸드폰에 배차 소식은 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길거리에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늘어만 갔다. 애타게 기다려 보지만 택시는 오지 않는다.

결국 K씨는 택시잡기를 포기했다. 4㎞ 정도 떨어진 청주시 가경동 집까지 걸어서 집으로 갔다.

지난 3일 충청북도의회에서는 ‘택시 대란 해결방안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충북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토론회는 박지헌 충북도의원이 좌장을 맡았다.

박 의원은 앞서 ‘택시대란’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수차례 지적했다. 그는 지난 9월 5분발언을 통해 "낮은 수입으로 생계에 위협을 느낀 종사자가 택시업계를 떠나 배달·택배·대리기사 등으로 이직했기 때문"이라며 "청주지역에서 택시가 안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택시 운행이 정상화하기 전까지 시민불편을 줄이기 위해 시내버스 시간을 연장해 심야버스를 운행해야 한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구세주가 된 택시기사

이순기씨는 지난 5월부터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이 씨는 택시를 운행하면서 겪은 일들을 자신의 SNS에 ‘개인택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의 ‘개인택시 이야기’를 보면 택시 대란의 모습들이 고스란이 묻어있다.

지난 6월에 올린 그의 글을 보자. 이순기 씨는''요즘 새벽 일에 고민이 크다. 피곤하니 일찍 들어와야 하는데 귀가할 방법이 없는 청년들이 길에 엄청 많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코로나로 묶인 발과 마음을 발산한 후에 아차~~ 집에 갈 택시가 엄청 부족한 것이다“라며 ”서울은 지하철 연장에 버스근무 연장에 대책을 내놓지만 청주시는?" 이라고 적었다.

또 “새벽 2시쯤 집엘 가려는데 콜이 반복해 뜬다. 남일면 시골마을에 가려는 누군가의 콜인데 계속 반복된다. 나는 방서동에 있었고 청대에서...”라고 했다.

그는 “고민 끝에 수락하고 갔더니 체구가 작은 여대생이다”며 “나를 보더니 구세주란다”고 적었다.

이어 “청년들이 편하게 귀가할 정책하나 못만든 기성세대들이 부끄러워야 한다. 나도 미안했다”라며 “언제까지 이럴까?”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순기씨는 금요일과 토‧일요일 저녁시간의 경우 청주시 가경동 고속터미널과 청주시외버스 터미널에 택시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제일 많다고 전했다.

그는 “밤 11시가 넘으면 택시 승강장에 어림잡아 40~50명씩 줄을 서있다”며 “저녁 시간 시내 중심으로 콜이 집중되면서 이곳에 있는 분들은 40분 정도 기다려야 택시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17시~22시 콜호출 집중… 배차율은 15%로 뚝

‘택시 대란’이라고 불릴 정도로 하늘의 별다기 만큼 어려워진 택시잡기는 어느정도 수준일까?

‘청주안심리본콜 센터’를 통해 지난 10월 28일 안심리본콜의 앱 및 전화콜 배차내역을 분석해봤다.

청주안심리본콜센터에 따르면 이날 하루 총 1만1942건의 택시호출건수가 접수됐다. 이중 4624대가 배차돼 39%의 배차율을 기록했다. (인포그래픽 : 서지혜 기자)
청주안심리본콜센터에 따르면 이날 하루 총 1만1942건의 택시호출건수가 접수됐다. 이중 4624대가 배차돼 39%의 배차율을 기록했다. (인포그래픽 : 서지혜 기자)

청주안심리본콜센터에 따르면 이날 하루 총 1만1942건의 택시호출건수가 접수됐다. 이중 4624대가 배차돼 39%의 배차율을 기록했다.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부터 9시까지는 1370건이 접수돼 751건이 배차됐다. 배차율은 55%를 기록했다.

하지만 오후 시간대로 가면 호출건수는 늘어나지만 배차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총 4258건의 호출이 접수됐다. 이중 648건이 배차됐다. 배차율은 15%에 불과했다.

오후 9시부터 12시 사이에는 2099건이 접수됐고 이중 330건이 접수됐다. 배차율도 15%에 불과했다.

종합해보면 오후 5시부터 12시사이에 일일 호출량의 53%가 집중되지만 배차율은 15%로 급격히 떨어졌다.

7번 호출해야 한 번 성공하는 청주시 지역 저녁시간 택시대란의 실태를 엿 볼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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