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수만 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평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와 대규모 시위를 한지 올해로 114년이 됐습니다.

당시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 노동환경 개선, 여성투표권 쟁취를 간절하게 외치고 또 외쳤습니다.

114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어떨까요? 여성들은 114년 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세계여성의 날 114주년을 맞아 충북인뉴스는 ‘3·8여성의 날 투쟁 충북기획단’에서 보내온 기고 글을 게재합니다.(편집자 주)

행동하는페미니스트 톨토리

 

선거철이다. 3월 9일 대선을 하루 앞두고 있고, 대통령이 선출되고 나면 바로 지방선거가 이어진다. 언론에서는 연일 선거관련 소식과 정치 소식들이 쏟아진다. 흔히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태껏 늘 그래왔듯 쏟아지는 선거 관련 이야기 속에서 ‘여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여성가족부 폐지’

지난 1월, 유력한 대통령 후보 중의 한 사람은 자신의 SNS에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라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글을 연이어 올렸다. 이와 관련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성가족부는 역사적 기능을 다 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로 남성이 약자일 수도, 여성이 약자일 수도 있다”라고 얘기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여성가족부는 약자일 수도 있는 남성을 배제하여 ‘젠더갈등’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폐지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럴까?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세계성별격차 보고서2021’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격차지수(GGI)는 156개 나라 중에 102위다. 2020년에 108위에 머물렀던 것보다는 6단계 상승했다지만 한국은 여전히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2013년부터 매년 3월 8일 여성의 날에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9년째 꼴찌를 차지했다. 그러나 한국이 대망의 1위를 차지한 분야가 있는데 바로 OECD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발표하는 ‘성별임금격차’이다. 한국이 OECD에 가입한 1996년부터 2021년까지 26년째 단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정치 분야는 보다 더 심각하다. 2021년 여성 국회의원은 300명 중에 57명, 비율로는 19%이다. 이는 한국의 역대 국회의원 여성 비율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라지만 국제의원연맹(IPU)이 선정한 여성 국회의원 비율 순위에서는 193개국 중에서 121위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나마 국회에 여성이 있다는 것은 다행일지도 모른다. 전국 시·도지사 중에 여성은 ‘0명’. 1995년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할 것인가?

젠더갈등은 없다

2019년,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20대 남성에게서 유난히 낮게 나타나자 그 원인을 ‘페미니즘’으로 지목했다. 그 이후 정치인들은 공공연하게 자신들의 무능함과 패배의 책임을 ‘페미니즘’ 탓으로 돌리며 여성혐오 정치를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혐오정치에 늘 등장하는 것이 ‘이대남’과 ‘젠더갈등’이다. 청년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청년에서 여성을 지우고, 이들이 경험하는 현실에서의 어려움과 불평등을 역으로 이용해 젠더갈등이라는 있지도 않은 허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성별임금격차, 유리천장, 정치참여배제 등 구조적 성차별을 없애자고 하는 것이 젠더 갈등인가? 성폭력에서 안전한 세상을 만들자고, 내 몸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자고 하는 것이 젠더 갈등인가?

세계 여성의 날을 상징하는 빵과 장미는 각각 생존권과 참정권을 의미한다. 성별임금격차 1위, 여성 국회의원 비율 19%인 한국의 여성들은 여전히 빵과 장미를 가지지 못했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외쳤던 구호는 2022년 3월 8일 한국의 여성들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그리고 이 외침은 단순히 구호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차별을 젠더갈등으로 포장하여 혐오정치를 선동하고 있는 후보에게 줄 표는 없다. 청년을 이야기하며 교묘하게 여성을 지우고 있는 후보에게 줄 표도 없다.

“우리는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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