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오신정란(청주여성의전화 대표)

사람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의 경우, 하루하루 생명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버겁고 힘든 일상일 것이다.

어린이나 미성년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하는 공간에서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마땅히 받으며 누려야 할 것, 곧 애정, 관심, 보호, 친절, 보살핌은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필수품이다.

이 필수품은 아이들의 몸속에 하나하나 좋은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다가 성장한 후에는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된다.

건강한 부모가 되며, 시민이 되며, 이웃이 된다.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그 최초의 욕구를 충족하고 싶은 갈망이 어쩌면 사람의 일생을 지배하는지도 모른다.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어린 시절에 학대를 받은 사람들의 몸속에는 부모에게 반항하면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불안이 잠재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죽을힘을 다해 자신의 부모를 이해하려 발버둥 친다. ‘부모님이 나를 때린 것은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 거야’, ‘아마도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기 때문일 거야’ 라고 폭력의 원인을 자신에게 두며, 학대 사실을 부정한다.

동시에 가해 부모를 긍정하기에 노력한다. 그렇게 학대받은 아이들은 언젠가는 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내세워 부모의 사랑을 되찾게 되기를 소망한다.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며칠 전 우리 지역에서 청소년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음으로서 자신의 고통을 증명하고자 한 그 죽음 앞에 많은 지역 사회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은 충격에 휩싸였다.

나 역시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어른이 되어 있었다. ‘미안해 애들아’ ‘정말 미안해’라고 백번을 말한들 천 번을 말한들 피지도 못한 생명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없기에 더더욱 마음이 쓰리고 분노가 치솟았다.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 아동학대를 체벌로 인지하거나, 부모 자녀 관계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사소한 사건으로 인지한다.

아동학대 방지법이 만들어졌고, 해마다 사회면을 장식하는 큰 사건들이 줄줄이 있었음에도 이를 담당하는 일선에서는 이를 생사를 건 중대한 범죄로 인식을 가로막는 사회적 통념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것은 친족 성 학대나 성폭력, 가정폭력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가정이나 학교, 그리고 친밀한 집단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해서도 이를 대처하는 제도는 참으로 관대하다. 우리는 젠더 규범에서 벗어나는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서는 피곤함을 느낀다. 관계가 얽어 있기도 하고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감정의 파동에서 먼저 피곤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다수의 사람은 잔혹한 사건들이 발생하면 당시에는 이를 주목하지만, 관심은 오래가지 않는다. 부정 ,억압, 그리고 해리(해리는 일반적인 경우에 통합되어 있는 의식, 기억, 정체성, 환경을 지각하는 기능이 손상된 것으로 타인과 물리적 환경으로 부터 분리, 지각의 변형, 기억의 손상의 설명할 수 있다) 는 피해자 개인의 내면에서도 일어나지만 사회적 수준에서도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악을 보고 싶어 하지 않으며, 피해자의 호소를 듣고 싶어 하지 않으며 입에 올리고 싶지 않으며 외면하려한다. 가해자는 이러한 보통 사람들의 이러한 바람을 이용한다. 그래서인지 가해자는 참으로 뻔뻔하다. 폭력을 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피해자 탓을 한다. 그리고 공모자를 만든다.

진실을 깨닫는 것에는 고통이 따른다. 애써 진실을 외면하며 익숙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아까운 두 명의 목숨을 또 잃었다.

한창 자신의 진로를 꿈꾸며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일상을 살아가야 할 어린 생명이 죽음으로 내몰린 오늘의 이 사건을 기억해야 한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 질서를 회복하는 길이다. 또한 많은 피해자들의 치유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오늘 뉴스에서 가해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는 것을 보았다. 그때 할 수 있었던 일을 이제야 하는 너희는 누구냐. 도대체. 이유 있는 죽음을 헛되게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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