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남긴 녹음파일 ②] 상습적인 폭행·협박에 대한 강요죄 묻겠다 

5시간 녹취 파일에는 고성과 욕설 그리고 폭언이 

서주현 씨가 고소장을 들고 서 있다. 이날 서 씨는 4개 단체와 함께 청주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 김다솜 기자
서주현 씨가 고소장을 들고 서 있다. 이날 서 씨는 4개 단체와 함께 청주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 김다솜 기자

14년 동안 운전기사로 일했던 서일환 씨(가명)가 지난 8월 사망하면서 김윤배 전 청주대 총장으로부터 상습적인 폭언·협박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첫째 딸 서주현 씨(가명)는 24일(화) 김윤배 전 총장을 형법상 강요죄로 고소했다. 

서주현 씨는 “계란에 바위 치기라는 걸 알지만 한 번 해보려고 한다”면서 고소 의사를 밝혔다. 김윤배 전 총장은 청석재단 설립자 후손으로 13년 동안 청주대 총장직을 맡았다. 청석재단의 실질적인 소유자라고 여러 차례 지목되기도 했다. 

고소인은 유족이 맡았고, 고발인으로 4개 단체가 참여했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청주노동인권센터·호죽노동인권센터·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김 전 총장의 강요죄를 고소·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인의 열악한 위치를 이용해 부당 행위를 저지른 범죄 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윤배 전 총장은 지역 사학의 실질적 소유주로서 대학을 다닌 대학생들,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들. 대학의 직원들. 똑같이 머슴과 노예처럼 취급하고 오롯이 자신을 돈벌이에만 활용한 정말 악질적인 사람입니다.”

조종현 민주노총 충북본부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진 자들은 함께 일하는 노동자를 여전히 노예로, 머슴으로 보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고인이 사망하고 난 후, 김윤배 전 총장이라는 지역 자본가가 얼마나 아버지를 괴롭히고, 못 살게 굴었는지 유족들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청주노동인권센터·호죽노동인권센터·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약한 고리의 노동자들의 존엄을 위해서도, 지위를 이용해 노동자들 함부로 대하는 반사회적 행위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엄벌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김다솜 기자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청주노동인권센터·호죽노동인권센터·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약한 고리의 노동자들의 존엄을 위해서도, 지위를 이용해 노동자들 함부로 대하는 반사회적 행위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엄벌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김다솜 기자

고용 관계에서 위력 행사 

유가족은 서일환 씨가 남긴 유품을 보고서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서일환 씨가 남긴 녹취파일은 총 5시간 분량. 서 씨는 2018년 2월부터 2020년 8월까지 2년 6개월 동안 김 전 총장 일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녹음해왔다. 

  • “왜 못 가? 가라고! 서 기사, 가라고! 그냥! 아 나 XX 이상하네. 여기 통과하는데 왜 못하고 큰소리를 쳐. XX같이…. 서 기사, 앞으로 운전 계속할 수 있을 거 같냐?”
  • “서 기사, 이제 기억력이 떨어지고 운전력이 떨어지는데 더 이상 운전이 안 될 것 아니야.”

서 씨가 고용된 회사는 충북석유로 김 전 총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김 전 총장과 그의 아내가 대표직을 맡기도 했다. 김 전 총장은 사실상 고용주로 권력을 행사했다. 서 씨는 원래 김준철 청석학원 이사장 운전기사로 고용됐다. 그가 사망하자 2014년부터 김윤배 전 총장의 운전기사로 일했다. 

서 씨는 사망 직전 탱크로리(Tank lorry·액체 운반을 목적으로 하는 화물용 자동차) 자격증 취득했다. 유가족 서주현 씨는 “아버지가 회사에서 탱크로리 자격증을 취득하라는 얘기를 들었고, 이건 그만두라는 얘기랑 마찬가지라는 말을 하셨다”고 말했다. 

김윤배 전 총장은 지난 2014년에도 회의 석상에서 막말을 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사망한 운전기사 서 씨가 남긴 녹음파일에도 욕설과 폭언이 담겨 있었다. ⓒ 김다솜 기자
김윤배 전 총장은 지난 2014년에도 회의 석상에서 막말을 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사망한 운전기사 서 씨가 남긴 녹음파일에도 욕설과 폭언이 담겨 있었다. ⓒ 김다솜 기자

고성과 욕설, 폭언도 ‘폭행’에 해당 

고용 관계에서 위력 행사는 폭언으로 이어졌다. 김 전 총장은 서 씨의 언행을 지적하고, 업무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폭언을 쏟아냈다. 김 전 총장은 서 씨가 행선지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면 고성을 내질렀다. 

  • “기사가 아니여, 구루마꾼이여. (중략) X도 모르면, 차도 모르면 끌고 다니지 말라고.” 
  • “XX! 대답을 하라고! (중략) 내 말 씹냐? XXX.”

서 씨는 김 전 총장 일가 운전만이 아니라 집안의 잡무도 돌봤다. 급여 명세서에는 ‘기사’라 명시돼있으나 실제로는 다른 업무도 해야 했다. 잔디 깎기, 분재 정리, 개밥 정리, 거북이 집 청소, 쓰레기 치우기 등 업무에서 벗어난 지시가 다수 이뤄졌다. 김 전 총장의 부인과 어머니도 서 씨에게 부당 지시를 내렸다. 

“김윤배 전 총장은 차 안에서 같이 타고 있던 피해자에게 고성으로 욕설하고, 비하하는 행위를 상습적으로 해왔습니다. 고성과 욕설, 폭언으로 청각기관을 자극해서 피해 입히는 것도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합니다.”

송영섭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수직적인 위계 관계에서 평소 피해자에게 했던 폭언, 욕설, 고성 등을 볼 때 피해자 의사 결정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 실행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먹기 충분한 협박 행위”라고 지적했다. 

운전기사 서 씨는 본인의 업무가 아닌 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송영섭 변호사는 "김윤배 전 총장의 가족들도 피해자에게 똑같은 강요 행위를 했다"며 "(김 전 총장의) 배우자는 피해자가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 있는데 가습기 물을 채워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 김다솜 기자
운전기사 서 씨는 본인의 업무가 아닌 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송영섭 변호사는 "김윤배 전 총장의 가족들도 피해자에게 똑같은 강요 행위를 했다"며 "(김 전 총장의) 배우자는 피해자가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 있는데 가습기 물을 채워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 김다솜 기자

“아버지는 머슴이었다” 

피해자 서 씨는 지난 8월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에 쓰인 사망 원인은 ‘심근경색의증’. 송영섭 변호사는 “김 전 총장의 강요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로 인해 심근경색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요 행위에 의해 사람이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면 가중처벌이 된다. 

“아버지는 기사가 아닌 좋은 말로는 집사. 말로 하기도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머슴이셨습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어느 날은 자정이 넘어서까지 하셨던 일이 업무일지에 빼곡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휴일도 없이 일하면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셨습니다.”

유가족 서지현 씨는 “어디선가 우리 아버지처럼 갑질에 혼자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그분들이 더 상처받을 수 없길 바라면서 김 전 총장도 저지른 죄가 있으면 대한민국 법 앞에 평등하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 씨는 “아직까지 사과의 말 한마디도 없고, 그 흔한 변명조차 없다는 게 더욱 화가 난다”며 “김 전 총장에게 필요한 건 침묵이나 회피, 도망이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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