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배 전 청주대 총장 운전기사가 남긴 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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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 전 청주대 총장 운전기사가 남긴 유품 
  • 김다솜 기자
  • 승인 2020.11.11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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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남긴 녹음 파일 ①] 5시간 녹음파일 속에 욕설과 고성 가득 

‘개밥 줘라’, ‘잔디 깎아라’ 집안 잡무까지 도맡아 

 “알았어? 몰랐어? XX! 대답하라고! (중략) 내 말 씹냐? XXX.” 

남자는 욕설이 뒤섞인 고성을 내질렀다. 아버지는 이 소리를 듣고 어떤 기분이었을까. 서주현(가명) 씨는 아버지가 남긴 휴대전화 녹음 파일을 들었다. 듣는 내내 가슴이 자꾸만 두근거렸다. 영정사진 속 아버지는 가만히 서 씨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아버지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건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치솟던 여름날이었다. 서일환 씨(가명)는 아픈 몸을 이끌고 겨우 출근했다. 통증이 가슴을 조여 왔고, 이마 아래로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 

조퇴를 하고서 내과를 찾아갔다. 거기서 심장이 멈췄다. 그를 태운 응급차가 병원을 향해 내달렸다. 응급구조대원이 서 씨의 가슴을 누르면서 숨을 살리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서 씨의 심장은 다시 뛰지 않았다. 

그날 서주현 씨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이삿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을 찾아갔다. 아버지 회사 직원에게서 유품을 전달받았다. 휴대전화 속에는 아버지가 남긴 5시간 분량의 녹음파일이 있었다. 

운전기사 서일환 씨는 5시간 분량의 녹음파일을 남겼다. 이 녹음파일 속에서는 김윤배 전 총장과 그 일가가 서 씨를 향해 내렸던 지시들이 담겨있다. ⓒ 김다솜 기자
운전기사 서일환 씨는 5시간 분량의 녹음파일을 남겼다. 이 녹음파일 속에서는 김윤배 전 총장과 그 일가가 서 씨를 향해 내렸던 지시들이 담겨있다. ⓒ 김다솜 기자

기사가 아닌 집사 

녹음파일 속에서 아버지를 향해 욕설과 고성을 쏟아내던 사람은 김윤배 청주대 전 총장이었다. 아버지는 25년 동안 김윤배 청주대 전 총장의 일가에서 운전기사로 일했다. 김 전 총장의 아버지 김준철 전 청석학원 이사장의 운전기사로 일을 시작했다. 김 전 이사장이 사망하자 그 아들의 운전기사가 됐다. 

“운전만 하시는 줄 알았어요. 운전기사니까. 와서 쓰레기 버리라고 하고, 구두 닦으라고 하다니 믿기지 않았어요. 아버지 목소리 듣는 것 자체도 슬프고, 화가 났어요. 아버지가 너무 불쌍하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고.”

2018년 2월 15일부터 2020년 8월 25일, 아버지는 돌아가시던 그날까지 녹음하고 계셨다. 조문객이 빠져나가고, 조용해진 장례식장에서 서 씨는 아버지가 남긴 녹음파일을 듣기 위해 엄지손가락을 움직였다.

“우리 집에 들어와서 구두 좀 닦아줘요.” - 8월 20일 

“지금 34도인데 (개한테) 선풍기 틀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 - 8월 20일   

“지금 뭐 해요? 잔디 깎는 거는?” - 8월 12일 

아버지 급여명세서에는 ‘기사’라는 직급이 쓰여 있었지만, 실제로는 ‘집사’였다. 남편이 정리한 차량 트렁크에서 업무수첩과 근무일지가 나왔다. 아버지는 김 전 총장 일가에서 온갖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심지어 김 전 총장이 키우는 개와 거북이도 관리 대상이었다. 개밥을 주거나, 거북이집을 청소하는 일까지 아버지에게 맡겼다. 

서일환 씨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된 업무수첩. 녹음파일과 동일하게 잔디 깎기, 개밥 주기 등 김 전 총장 일가의 업무가 쓰여 있었다. ⓒ 김다솜 기자
서일환 씨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된 업무수첩. 녹음파일과 동일하게 잔디 깎기, 개밥 주기 등 김 전 총장 일가의 업무가 쓰여 있었다. ⓒ 김다솜 기자

가족 같은 분이라면서...협박? 

보다 못한 남편이 휴대전화를 들었다. 사위 앞에서 단 한 번 인상 쓴 적 없던 분이셨다. 수신인은 김윤배 전 청주대 총장. 그에게 휴대전화 너머로 녹음파일을 들려줬다. 김 전 총장은 성급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스님들이 찾아와 장례 의식을 하고 있을 때 청주대학교 직원으로 보이는 10여 명이 장례식장을 찾아왔다. 유가족은 김윤배 전 총장이 건넨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한테는 가족 같은 분이었습니다.”

“당신은 가족 같은 사람한테 쓰레기 버리라고 시킵니까?” 

사위 이성윤(가명) 씨는 참을 수 없었다. 이 씨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협박을 했다”며 “김윤배 전 총장의 사람인 백 상무가 가족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 녹음파일을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자리를 떠난 김 전 총장은 그 뒤로 서 씨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김 전 총장은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청주대학교 대외협력팀에서도 학교와는 무관한 일이라면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전임 총장이고, 현재로서는 학교와 관련된 직함을 전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청주대학교 재단 청석학원 설립자 손자로 오랜 시간 총장과 이사직을 역임해왔다. 지금까지도 청석학원의 실질적인 소유자로 평가받고 있다. 

아버지는 운전기사였지만, 총장 딸처럼 서 씨를 키워냈다. 아직도 서 씨는 아버지가 들었던 욕설이 귓가에 맴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아버지의 심정은 얼마나 비참했을지 헤아릴 방법이 없다. 

첫째 딸 서주현 씨가 상담을 받고 있다. 서 씨는 "김윤배 전 총장이 제게 전혀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며 "억울하다면 제게 전화를 하던지, 찾아오면 되고, 미안한 일을 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 김다솜 기자
첫째 딸 서주현 씨가 상담을 받고 있다. 서 씨는 "김윤배 전 총장이 제게 전혀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며 "억울하다면 제게 전화를 하던지, 찾아오면 되고, 미안한 일을 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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