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 돈 봉투 건네도, 성범죄 저질러도 재출마 하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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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돈 봉투 건네도, 성범죄 저질러도 재출마 하면 그만
  • 김다솜 기자
  • 승인 2020.01.23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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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나 마나 한 지방의회 윤리특위, 왜 그럴까? 

기사 무마를 위한 금품 수수, 바자회 수익금 개인사용, 수의계약 독식 논란까지…. 그간 수차례 구설수에 휩싸인 이유자 전 청주시의원(자유한국당 소속)이 청주 10선거구 예비 후보로 (우암·내덕·율량사천동) 충북도의회 재보궐 선거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전 의원은 청주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이하 윤리특위)에서 징계까지 받았다. 

이유자 전 청주시의원. ⓒ 뉴시스
이유자 전 청주시의원. ⓒ 뉴시스

윤리특위에서 징계를 받아도 공천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는다. 실제 7기 지방의회(2014~2018)에서 징계받은 기초의원 53명 중 48명이 2018년 6·13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당선자는 17명으로 약 35%에 이른다. 윤리특위가 지방의회 자정 능력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있으나 마나 한 윤리특위, 이대로 괜찮을까. 

윤리특위는 지방의원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세부적인 방식은 지자체 조례에 따라 다르지만 큰 틀에선 이렇다. 재적 의원 1/5 이상이 서명한 징계 요구서를 지방의회 의장에게 제출함으로써 징계를 요구한다. 의장은 이 내용을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 시켜 논의에 돌입한다. 징계 결과는 △공개 회의에서의 경고 △공개 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4가지로 분류된다. 제명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입을 열어야 할 땐 ‘침묵’ 

여기서 ‘셀프 징계’ 논란이 불거진다. 친소 관계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징계 수위가 결정될 우려가 있어서다. 지난해 충주시의회는 윤리특위로 크게 몸살을 앓았다. 회의장에서 조금만 고성이 나가거나 막말이 오가도 의원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라며 징계 요구서를 올리고, 맞불을 놓는 형국이었다. 한 해 동안 윤리특위에 회부된 건수만 16건에 이르렀다. 충주시의회 윤리특위는 정쟁 도구로 전락했다.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침묵했다. 2008년 충주시의원 4명이 태국 방콕에서 성매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직 지방의원이 성매매를 했음에도 윤리특위에 회부되지 않았다. 오히려 윤리특위위원회가 전원 사퇴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 2014년에도 윤범로 충주시의원이 여성 공무원을 성희롱하는 논란이 일었으나 윤리특위에 회부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종무식을 하고 있는 충북도의원들. ⓒ 충북도의회
지난해 12월, 종무식을 하고 있는 충북도의원들. ⓒ 충북도의회

△충북도의회 △청주시의회 △충주시의회를 제외하고 충북도 내 지방의회 윤리특위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지방의회 윤리특위가 열리지 않으면 그만큼 지방의원들이 문제가 없어서일까.  2015년 음성군 군의원은 은수저 세트(34만 원 상당)를 수수 했으나 군의회는 묵인했다. 신창섭 전 진천군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입건됐으나 윤리특위는 열리지 않았다. 

지방의회의 묵인과 방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주희 전 지방행정연구원 교수는 “동료 의원을 윤리특위에 회부하게 되면 의회 전체에 영향을 가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라며 “자기 살을 깎아 먹는 행위라 생각해 소극적으로 운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밀실 합의’로 전락한 윤리특위 

더 큰 문제는 윤리특위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는 점이다. <충북인뉴스>는 충북도의회를 포함해 도내 시·군 지방의회 윤리특별위원회 현황을 두 차례에 걸쳐 정보공개청구했다. 1차 청구에서는 징계 현황을, 2차 청구에서는 윤리특위에 회부됐으나 징계받지 않은 의원 명단까지 공개 요구했다. 

이 가운데 청주시의회만 회부 사유에 대해 ‘부분 결정’을 내렸다. 징계 내역 공개에 대한 기준도 없다. 청주시는 <충북인뉴스>가 1차로 공개 요청한 징계 현황에 대해서는 징계 의결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2차 청구에서 공개하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이 다르다는 점이 차이였다. 결국, 공무원 개인의 주관에 따라 정보공개 여부가 결정됐다.  

2017년 열린 충북도 윤리특별위원회 모습 ⓒ충북도의회
2017년 열린 충북도 윤리특별위원회 모습 ⓒ충북도의회

이렇게 시의회가 정보공개조차 하지 않으면 징계를 두고 어떤 논의가 오갔고, 결론이 내려졌는지 알 길이 없어진다. 유재곤 전 청주시의원은 국민권익위의 요청으로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됐다. 본인이 대표로 재직하는 무인경비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아서다. 끝내 유 전 시의원이 겸직 신고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비공개 회의 끝에 ‘징계 없음’으로 결론지었다. 

청주시의회 회의 규칙 제94조(의사의 비공개)에 따라 징계에 관한 회의는 공개하지 않는다. 윤리특위에서 징계 결과가 나오지 않은 건수까지 모조리 공개된다면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거나 의원 개인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그대로 두거나, 없애거나. 있으나 마나 한 윤리특위에 방법은 없다. 윤리특위는 말 그대로 윤리에 기대는 기구다. 지방의원이 법적으로 문제를 저지르면 사법적 처벌을 받으면 되고,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서 심판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에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았다. 오롯이 지방의원들의 ‘윤리’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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