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국회의원 선거에 가린 재보궐 선거
주민 대다수 후보와 공약 잘 몰라 '깜깜이 선거' 우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선거 운동이 어려워지면서 4·15 총선을 앞둔 유권자가 후보들의 면면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거기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비례대표만 노린 정당마저 난립하면서 유권자들에게 혼란과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총선에 비해 재·보궐 선거는 더욱 안갯속이다. 이번 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충북도의회 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3명의 광역의원을 선출한다. 보궐선거는 △청주10(청원구 우암·내덕·율량사천동) △영동1 선거구(영동읍·양강면), 재선거는 △보은 선거구다. 도민의 생활에 밀접한 문제를 해결해 줄 일꾼을 뽑는 중요한 선거지만, 코로나19 이슈와 총선에 밀려 '깜깜이 선거'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재보선이 치러질 지역의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굳게 닫힌 경로당... 갈 곳 잃은 예비후보들

원래라면 예비후보들은 인구가 밀집된 공간을 찾아 홍보에 열을 올려야 할 시기다. 투표율이 높은 고령 유권자가 많은 노인정과 사회복지관은 '눈도장'을 찍으려는 후보들이 찾는 필수 코스다. 그러나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자 이용 시설 대다수가 문을 닫으면서 재보선 예비후보들은 갈 곳을 잃었다.

19일 오전 10시, 청주10 선거구에 해당하는 율량동의 한 아파트 내부 경로당을 찾았다. 이 선거구는 더불어민주당 임동현 (사)징검다리 대표, 미래통합당 이유자 전 청주시의원, 정의당 이인선 전국위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곳이다.

경로당 출입문이 잠겨있어 관리인을 찾아갔다. 익명을 요청한 관리인 김 모 씨는 "코로나가 시작하고 2월 말부터 관리실에서 자체적으로 노인센터 문을 닫았다"며 "그때만 해도 문 닫으면 항의가 들어올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는데, 노인층은 더 위험해서 그런지 불만들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 씨도 청주10 선거구 주민이었다. 후보들을 모두 아느냐고 물으니 "대충 알 것도 같은데…"라고 말을 흐렸다. 그는 "지난번 (지방)선거에서는 후보라고 나온 사람이 (선거운동) 점퍼 입고 아파트 단지 돌면서 명함도 나눠주고 그랬다"면서 "지금은 조용히 왔다 가는지 내가 못 본 건지 모르겠다"고 썰렁한 선거 분위기를 전했다.

우암동 청도경로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달 22일부터 임시 폐쇄 됐다는 안내문이 경로당 대문에 붙어있었다. 언제부터 개방될지는 기약이 없다. 청도경로당 골목에서 만난 우암동 주민 박숙경(63) 씨는 "경로당에 드나드는 할머니들이 많았는데 다들 집에서 뭐하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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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동 청도경로당 대문에 코로나19로 시설을 임시 폐쇄한다는 청주시의 안내가 붙어있다. ⓒ충북인뉴스 계희수

"투표를 열심히 하는 편"이라고 밝힌 박 씨도 보궐선거 후보에 대한 정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박 씨는 "국회의원 후보들은 아는데 도의원까지는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금 코로나로 난리에다가 정치인들이 무슨 무슨 당 서로 만든다고 그러는데, 도의원 선거까지 관심을 둘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트, 전통시장 등도 후보들이 애용하는 선거 홍보 장소 중 하나. 그러나 문을 열었다 해도 홍보가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유권자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것조차 곱게 보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도의원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는 "시장에서 식사하는 젊은 부부에게 후보를 홍보하려 했다가 민망한 상황을 겼었다"면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명함을 손으로 건네받는 거 자체가 걱정되는 시국 아니냐'면서 불쾌감을 보이더라"라고 전했다.
 

"뉴스에서 국회의원 나온다는 사람은 봤는데..." 소외된 재보선

인지도 높은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이 총선을 무대로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지방의원 후보들은 이름 자체를 알리기도 녹록지 않다. 코로나19와 총선 이슈에 몰입한 언론은 지방의원 선거 소식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고 있다. 재보선 예비후보의 공천이나 출마 여부를 전하는 보도 외에 공약이나 철학 등을 설명하는 보도는 찾기 힘들다.

재보궐 선거를 치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내덕동 주민 지상춘(82) 씨는 "방송국 뉴스에서 국회의원 후보가 나와서 떠드는 건 봤는데, 도의원 한다는 사람들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 후보 중 유일하게 청주시 의원을 지낸 이유자 씨를 알고 있었다. 지 씨는 "선거는 다 중요한데 왜 도의원 나오는 사람들만 등한시하느냐"며 "이러다 묻지마 투표 되는 것"이라고 언론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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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재보선 소외 현상이 더욱 심화될 거라고 예측한다.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TV 토론회가 시작되고 모든 후보 등록이 마감(27일) 되면, 지역사회의 눈과 귀가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집중될 거라는 전망이다.

4·15총선에 나선 국회의원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는 "우리(국회의원)도 코로나 때문에 총선 이슈가 묻혔다고 걱정들 하는데, 재보선은 오죽하겠느냐"면서 "공약 등의 정보를 충분히 알지 못한 유권자들은 결국 소속 정당에 따라 투표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수정당 후보자들은 더욱 힘들 터. 20일 기준 광역의원 재·보궐 선거에 후보자를 낸 소수정당은 정의당 한 곳뿐이다. 정의당 충북도당 정충환 사무처장은 "길거리를 배회하며 홍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발로 열심히 뛰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대면 홍보를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SNS 등 온라인 창구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이인선 예비후보(청주10선거구), 박보휘 예비후보(영동1선거구), 김종대 정의당 충북도당위원장 ⓒ 김다솜 기자
지난 1월 14일 정의당 충북도당 기자회견. 왼쪽부터 정의당 이인선 예비후보(청주10선거구), 박보휘 예비후보(영동1선거구), 김종대 정의당 충북도당위원장 ⓒ 충북인뉴스 김다솜

정 사무처장은 "청주10(이인선), 영동1(박보휘) 지역구에 자신 있게 내놓은 후보들인데, 선거 분위기가 침체돼 어려움이 있다"면서 "특히 영동1 선거구 박보휘 후보는 해당 지역구에서 최초의 여성 후보인데도 불구하고 주목을 너무 못 받고 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래도 광역의원 선거인데 언론에서 토론회나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 유권자들에게 후보를 알릴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당 차원의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재·보궐 선거 후보자 토론회 논의는 없는 걸로 전해진다. 

한편, 영동 1선거구는 민주당 여철구 전 영동군의장, 통합당 김국기 충북도당 부위원장, 정의당 박보휘 충북도당 여성위원이 군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보은 선거구는 민주당 황경선 전 충북도당 여성위원장, 통합당 박재완 전 보은문화원장, 무소속 박경숙 전 보은군의회 부의장의 3파전이 예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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