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침천지에서 밸브 조작 … 최종방류구로 무단배출
심야시간이용 … 여름철제외하고 매일 3~5시간 방류

본보는 지난호 표지이야기에서 음성군이 운영하는 공공하수처리장에서 생활하수와 분뇨를 무단으로 방류한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음성군 금왕공공하수처리시설(이하 금왕하수처리장)은 3월 24일 오후 10시 40분경부터 음성군 금왕 공공하수처리장이 오염물질이 제거되지 않은 최초침전지에서 생활오폐수와 분뇨오수 등이 섞인 폐수를 내보냈다.

본보 보도이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음성민중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내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음성군 수도사업소(소장 남풍우)도 현장 조사를 통해 무단방류 사실을 확인했다. 감독기관인 원주지방환경청도 조사에 나섰다.

음성군으로부터 금왕하수처리장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K사도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K 사는 “이물질이 배관 입구를 막아 오수가 월류하는 사고가 발생해 3월 24일과 25일에 걸쳐 약 5시간 정도 응천으로 흘러갔다”고 밝혔다. 음성군 수도사업소 관계자도 “3월 24일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해 폐수가 월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과거에도 이와 같은 사고가 있었는지는 기술적으로 확인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음성군과 K사의 설명과는 달리 폐수 무단방류는 상당한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또, K사 직원들은 TMS(실시간수질자동측정장치)를 조작해 무단방류 사실을 은폐했다. 이같은 사실은 K사 내부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또 음성군 고위 공무원들이 퇴직 후 음성군 금왕하수처리장 관리이사로 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음성군은 아예 위탁협약서에 이같은 사실을 명시하고 낙하산 채용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는 지난호에 이어 2회 연속으로 음성군 공공하수처리시설의 분뇨오폐수 및 생활하수 무단방류사건을 보도한다.
 

▲ 4일, 음성군 수도사업소 관계자가 금왕하수처리장 최초침전지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아래 사진은 처리되지 않고 무단 방류된 물이 보관돼 있던 최초 침전지.

음성군 금왕하수처리장을 운영하고 있는 K사가 생활오수 및 분뇨 오폐수를 응천에 방류한 사실을 시인했다. K사는 환경사고 경위서에서 “지난 3월 24일 23시부터 25일 03시 까지 5시간동안 하수 미처리수 310톤이 최초침전지에서 최종방류구를 통해 응천에 방류됐다”고 밝혔다. 응천은 수도권 주민이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팔당호의 상류 지역이다.

사고의 원인으로는 이물질이 관로를 막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K사는 “최초침전지내에 있던 하수가 자연스럽게 유입게이트(전단부 2대, 후단부 2대)를 통해 생물 반응조로 유입되어야 하나 이중 후반부 유입게이트 2대중 1대를 부유성 이물질과 포장자루로 폐쇄돼 물이 넘치는 (월류)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때 생물반응조로 유입되지 못한 310톤이 'by-pass' 배관을 통해 최종방류구로 유출됐다”고 밝혔다. 여기서 최초침전지는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 하수의 오염물질을 침전, 즉 바닥으로 가라앉히는 시설이다. 오염물질을 정화하기 위한 생화학적 처리는 생물반응조에서 이뤄진다.

 

드러나는 사건전모

K사는 사고 사실을 3월 25일 오전 7시에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고가 TMS에 의해 실시간으로 감지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TMS 펌프가 고장이 나 이상경보가 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TMS 펌프‘란 방류되는 오수중 검사용 샘플이 되는 오수를 수질 검사장치로 보내주는 기기를 말한다.

K사는 지난호 본보 보도 이전에는 무단방류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본보 보도이후 K사는 무단방류 사실을 시인했지만 3월 24일 하루 동안만 발생한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K사는 무단방류는 예기치 못한 사고에 의한 것으로 고의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K사는 사고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 음성군과 일부 언론에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최초침전지내에서 수거했다는 옷가지 등이 놓여 있다.

하지만 K사의 해명은 사실이 아니었다. 본보가 지난 호에 공개한 3월 24일 하루 전인 23일 밤 11시 이후에도 처리되지 않은 생활분뇨 및 하수 오폐수를 무단 방류했다. 이물질과 옷가지등이 배수관로를 막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도 사실과 달랐다.

실제로는 K사 직원이 최초침전지에서 생물반응조로 이동하는 통로의 유압게이트 밸브를 수동으로 조작해 고의적으로 ‘by-pass'(오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꾸어 최종방류구로 우회시키는 행위)를 시켰다. 하수가 무단 방류된 24일에도 이런 장면이 포착됐다.

전문가들도 K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현재 하수처리장에서 기술직으로 근무하는 모 관계자는 “네 개의 관로 중에 하나가 막혔다고 오수가 넘쳐난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옷가지 등이 최초침전에 들어 올수도 없고 이것 때문에 관로가 막혔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고의적으로 오수를 방류하는 ‘by-pass' 증거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유압게이트를 조정하는 밸브 4대의 눈금자 모두 별도의 표시가 돼 있었다. 상단의 눈금 표시는 최초침전지에서 생물반응조로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상태을 알리는 것이다.

밸브를 조작해 눈금자가 하단부위로 내려오면 유입게이트가 폐쇄된 상태를 알리며 네 곳의 유압게이트가 폐쇄되면 오수가 월류돼 최종방류구로 오수가 'by-pass'된다.

지난 4일 남풍우 음성군 수도사업장 등 관계자와 함께 방문한 자리에서 유압게이트 밸브를 직접 작동시켜봤다. 일부 밸브는 한손으로 돌려도 휙휙 움직였다. 일부 밸브는 손으로 돌리기에는 힘에 부친것도 있었다. 본보가 보도하기 이전에는 이곳에 밸브를 작동할 때 쓰였던 쇠파이프가 놓여 있었다.

 

본보, 일일 방류량 기록된 K사 내무문서 확보

주로 22시~24시 사이에 방류 시작…1일 방류량 700~1000톤

본보는 일일 방류량이 기록된 상당한 기간의 K사 내부문서를 확보했다. 여러 종으로 작성된 이 문서에는 일자별, 시간별 각종 정보 수십 가지가 기록돼 있다.

이에 따르면 K사가 22시부터 24시 사이에 최종 방류구로 배출하는 수량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런 현상은 본보가 확보한 전 기간 동안 동일하게 반복됐다. 최종방류구로 배출되는 수량이 늘어나는 시간은 정확히 'by-pass' 즉 무단방류가 시작된 시간과 일치한다.

즉 이 시간동안 증가한 수량이 초과로 부단 배출된 수량을 나타나게 된다. K사 내부문서에 따르면 평상시에는 시간당 200톤 내외를 방출했다. 많았을때라도 270톤을 초과하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by-pass'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인 22시부터는 시간 당 400톤 내외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음성군 금왕하수처리장은 시간당 200톤 안팎의 생활오수 및 분뇨오수를 방류한 것으로 추정된다.

1일 'by-pass' 시간도 최소 3시간에서 많게는 5시간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해보면 1일 600톤에서 1000톤 이상 처리되지 않은 오폐수가 응천에 유입된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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