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협상 깨지자 횡령‧배임 혐의 상당서에 전격 고발
노조는 위탁해지 요구…‘협상 결렬때마다 반복’ 지적

▲ 난 22일 6차례에 걸친 교섭이 결렬되자 민주노총과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조 조합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위탁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충북본부가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이하 노인병원) 수탁운영자인 한수환 원장의 자격을 해지하라고 청주시에 요청했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청주시노인병원분회(이하 노조)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배임‧횡령과 같은 불법행위 뿐만 아니라 수탁자로서의 법적 자격조차 없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며 위탁 해지 투쟁을 시민사회단체와 함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노인병원 수탁자격 문제가 노조의 협상 카드용도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본질적인 차원에서 접근돼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일었다.

지난 16일 청주시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운영실태를 감사한 결과 배임과 횡령 등  의심사항을 발견하고  청주상당경찰서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청주시의 수사의뢰 조치는 6차례 집중 교섭 결렬에 따른 전격적인 조치였지만 배임‧횡령 의혹은 갑작스럽게 나온 것은 아니다.  본보는 이미 지난 4월 25일 ‘구입 약품 빼돌리고 임상검사도 무상으로’란 제호의 기사에서 노인병원의 배임?횡령 의혹을 지역에서 최초로 보도했다.

본보의 보도 이후 노인병원에 재직하고 있는 A씨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의혹에 대해 양심 고백하고 증거를 제시했다. 이어 5월 초에는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청주시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행자의 양심고백과 의혹 관련 각종 증거까지 제시됐지만 청주시는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면 아래로 가라안던 이 문제가 7월 25일 신임 이승훈 시장이 노조와 면담한 뒤 TF팀 구성 및 조사를 지시하면서 속도를 낼 것처럼 보였다. 

이 시장은  직원들과 노인전문병원 노사문제를 주제로 조찬 간담회를 열어 " 조사단을 구성해 환자의 안전과 인권침해 그리고 건강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특별점검을 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 시장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죽하면 수사의뢰

노사 협상이 부진해지자 10월 6일 권옥자 노조 분회장은 노인병원 위탁해지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여야는 국정감사에서 노인병원장과 청주시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청주시는 뒤늦게 감사를 진행한다. 11월 11일부터 19일까지 감사반 7명으로 팀을 꾸려 ‘청주 노인 병원 운영실태 종합감사’를 벌였다.

청주시의 뒤늦은 감사였지만 결과도 뒤늦게 나왔다. 감사  한 달 뒤인 12월 16일이 돼서야 결과를 공개했다. 청주시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청주상당경찰서 지능범죄팀에 수사를 의뢰했다.

청주시 서원구청 보건소 관계자는 “횡령이나 배임으로 의심되는 상당한 정황이 있어 수사를 의뢰했다”며 “병원장의 급여나 다른 문제들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현재 상당경찰서는 이 사건을 경제범죄 영역으로 보고 지능팀이 아닌 경제팀에 사건을 배정했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결과 범죄사실이 확인되면 청주시는 조례에 근거해 노인병원 위수탁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계약 해지로 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노인병원에 대한 감사나 수사의뢰 또한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한 한수환 원장에 대한 협상압박용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실제로 이런 모습은 22일 진행된 민주노총충북본부의 기자회견에서도 나타났다.

이날 진행된 민주노총의 기자회견 명칭은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위탁해지 촉구 기자회견’. 김용직 민주노총충북본부 사무처장은 “40명 가까운 노동자를 부당하게 해고하거나 징계했다.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체불한 금액만 8억5000만원이다. 이런 문제를 다 떠나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한수환 원장은 수탁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강력한 위탁해지 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위탁해지는 협상용?

하지만 강경한 겉 모습과는 달리 민주노총은 위탁해지와 관련해 상당한 여지를 뒀다. 만약 노사 협상이 타결되면 위탁해지 요청을 철회 할 수도 있다는 것.

김 사무처장은 “협상이 타결되면 위탁해지 문제는 그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라고 밝혔다. 김 처장의 “법률원 자문 결과 처음부터 수탁자의 지위자격이 없다”던 말과도 논리적으로 상충된다. 이 말은 민주노총의 위탁해지 요청은 결국 협상용 압박카드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청주시노인병원 문제는 노사 협상의 결과에 따라 좌지우지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양준석 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은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수탁자격 문제는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인병원 200억 가까운 혈세가 들어간 청주시민의 공공재다. 이런 공공재를 운영할 자격 여부가 본질적으로 논의 돼야지 노사 협상 영역으로만 이야기하면 본질을 피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국장은 “시가 수사 의뢰할 정도로 위법성이 드러난 사실 만으로도 결론은 이미 난 것”이라며 “노사 협상에 따라 면죄부를 줄 때가 아니라 공공재에 대한 본질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병원 노조 전 간부 B씨도 “위수탁 해지 문제는 협상 카드가 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돈이 없어 병원 1층 난방이 끊겼다. 병원장실도 난방이 안 되는 것으로 안다. 난방도 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환자를 보냐. 이미 노인병원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협상이 안 되면 그때마다 위탁해지를 들고 나온다. 병원장도 이를 알고 계약해지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정 불리하면 그때 노조랑 대화하면 다 해결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억원 가까운 혈세가 투입돼 건립된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조는 표면상 현 병원장에 대해 청주시가 위탁해지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노사협상 결과에 따라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반면 이 문제는 노사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공공재인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 대한 본질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노동부와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와 8억여원의 임금체불 등 노인병원에서 여러 불법행위가 있다고 판단했다. 병원장의 연봉으로 3억원을 지급하면서 겨울철 실내난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노인병원. 노인전문병원의 수탁 자격 여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병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한수환 병원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통화를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배임 횡령의혹, 뭘 어쨌기에!
유령 직원 월급주고 타 병원에 약품 제공
병원장 연봉 3억원…1억 개인세금도 대납

청주시가 배임횡령 혐의로 상당서에 수사를 의뢰한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감사를 진행한 청주시 TF팀 관계자는 “수사중인 사항이라서 말해 주기 힘들다”며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본보는 지난 4월 25일 노인병원의 배임 횡령의혹을 최초로 보도했다. 이에 당시 제기된 의혹을 정리해본다. 

청주시 흥덕구 보건소는 2013년 감사를 통해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 근무하지 않은 직원 3명의 임금을 지급한 사실을 적발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본보 취재 결과 청주시 감사에 적발된 3인은 병원에 근무한 적이 없고 실제로는 씨엔씨푸른병원에 근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외에도 한수환 원장의 친형도 2013년 2월부터 병원에서 근무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병원 직원은 그가 근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노인병원장은 연간 3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받았다.

김용직 사무처장은 “병원장은 소득으로 발생한 1억여원의 개인 세금까지 병원돈으로 대납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또 6000여만원에 가까운 임상 검사 시약을 청주의 모 병원에 제공한 의혹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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