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단 “자료집 보고 틀린 것 찾아 지적하는 질문 다수 실망”
여성단체, 혁신학교 필요성 주장····발목잡는 의원 규탄 성명도

지방의회는 집행부 견제와 감시 기능을 한다. 여러 기능 중 중요한 역할이다. 매년 11월에 하는 행정사무감사는 1년 농사를 마무리하면서 한 번에 모든 걸 보여주는 場이다. 충북도의회의 집행부 행정사무감사는 모두 끝났다. 청주시의회는 지난 24일부터 오는 12월 1일까지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도의회 행정감사는 크게 이슈된 게 없었다는 평이다. 청주시의회도 25일 현재까지는 평이한 편이다.

▲ 충북도의회는 지난 11월 13일~21일 집행부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크게 이슈화된 게 없어 심심했다는 평이다.

제10대 충북도의회는 초선의원들이 많아 행정감사 수준이 어떨까 궁금했으나 역시 좋은 점수를 받기에는 부족했다는 여론이다. 충북참여연대·행동하는복지연합·충북교육발전소 등으로 구성된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단은 “의원들이 자료집 보고 틀린 것 찾아 묻는 질문이 너무 많았다. 숫자 틀린 걸 지적하는 사람도 여럿 되었다. 그러다보니 지엽적인 질문이 주를 이뤘다. 민선시대에 맞는 큰 틀의 정책이나 방향에 대한 질문이 없어 매우 아쉬웠다”며 “빨리 끝내기 위해 ‘노력하겠다’ ‘검토하겠다’며 시간 때우기식으로 앉아있는 집행부의 모습 또한 변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다.

오창근 충북참여연대 팀장은 여기 덧붙여 “의원들은 공무원들을 쩔쩔매게 하는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의원들도 이런 때 주민들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러려면 평소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행사장 찾아 다니는 것 반만 줄이고 의원들끼리 스터디모임 하나 만들어라. 모니터 하다보면 저런 사람이 도민의 대표될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런 가운데 눈에 띄는 질문이 몇 건 있었다. 행정문화위원회 최광옥 의원(새누리·청주4)은 충북도내 전통사찰의 화재보험 가입 현황을 물었다. 이에 대해 신찬인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도내에는 82개 사찰이 있는데 이 중 9개가 목조건물이다. 화재보험에 가입한 사찰은 안심사 밖에 없다. 사찰의 특성상 보험액이 높아 사찰과 보험사가 모두 꺼린다. 그래서 보험가입 비율이 낮다. 2016년까지 화재예방 시스템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전국적으로 ‘안전’이 화두가 됐고, 민선6기 충북이 ‘안전한 충북·행복한 도민’을 도정목표로 내세우고 있어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전통사찰의 화재보험 가입여부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나 이를 질문해 안전문제를 다시 한 번 환기했다는 평을 받았다.

“교육위원회 변화 체감” 여론

또 행정문화위원회 김영주 의원(새정치·청주6)은 저소득층의 문화예술 관람을 위한 문화카드 사용실적에 대해 따졌다. 이에 대해 신 국장은 “누리카드는 저소득층이 문화·여행·스포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세대당 1매, 10만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문화예술공연 관람 현황은 낮다. 도시외 지역에는 문화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개선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누리카드가 본래 목적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정책복지위원회 장선배 의원(새정치·청주3)은 충북도가 자체적인 성과관리 지표를 가지고 있는지 따져 물었다. 장 의원은 삶의질 지표, 안전지표 등 통계청과 연관된 다양한 지표와 데이터를 구축하라고 강조했다. 집행부는 이에 대해 “자체적인 지표가 없어 장기적으로 개발 예정”이라고 둘러댔다. 지방자치시대에 충북에 맞는 지표를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나 아직까지 없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건설소방위원회 강현삼 의원(새누리·제천2)은 균형건설국에서 추진하는 연구용역 중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충북발전연구원에서 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같은 위원회 임헌경 의원(새정치·청주7)은 소방공무원 승진 대상자의 근무형태별 승진율이 내근직은 평균 65.49%인데 반해 외근직이 19.79%에 그쳐 외근직의 사기저하가 심각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외근직 소방공무원의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의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 청주시의회는 11월 24일~12월 1일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한다. 시의회는 홈페이지에서 행정감사를 실시간 생중계한다.

한편 교육위원회는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었다는 평이 많았다. 교육의원제가 사라지면서 교육의원 네 자리를 일반 의원이 들어가 변화가 생긴 것. 과거 교육의원들은 모두 관료 출신으로 집행부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때문에 올해는 9대 의회 때보다 날카로운 질문들을 많이 쏟아냈다는 게 집행부와 모니터단의 평가다.

이숙애 의원(새정치·비례)은 지능형스쿨도우미 로봇과 관련해 납품회사의 선정과정과 높은 가격책정 등 구매상의 문제점을 질타했다. 교육적 활용도와 교육효과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총 40학교에 1대당 3,940만원이나 주고 구매한 것은 예산낭비라는 것이다.

같은 위원회 이광희 의원(새정치·청주5)은 고압식 건습청소기와 시근운동기 구입과 관련 예산책정과 구매과정, 예산집행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청주교육지원청을 대상으로 나라장터에서 1개 단가가 100만원인데 550만원의 금액을 주고 텍콤이라는 회사에서 구매한 과정과 절차상의 문제를 따졌다. 또 진천교육지원청에서 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1개당 495원을 주고 구매한 시근운동기의 교육적 활용도와 효과의 미흡성을 질책했다. 교육위원회 이숙애·이광희 의원이 지적한 사항은 본지가 최초 보도했다.

“교육개혁없이 여성은 불행하다

그러나 혁신학교는 또 다시 정치쟁점화되고 말았다. 김양희·정영수 등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혁신학교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그러자 충북여성살림연대·동네정치여성모임·충북여성연대(준)는 지난 24일 급기야 ‘충북 여성의 이름으로 김양희 의원의 반여성적 인식을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김 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혁신학교에서 느슨하게 생활하다가 그렇지 않은 상급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받을 충격이 적지 않다. 피해를 보는 학생들에게 교육청은 어떻게 보상 하겠느냐’고 따지면서 김병우 교육감의 ‘행복씨앗학교’에 노골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김 의원은 여성을 대변하는 여성의원이며 원숙한 의정활동을 해야 할 재선의원, 학교어머니회 간부출신으로 교육개혁에 앞장설 의원”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은 부채가 늘어가는 가정경제 속에서 생활비 절반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그런데 행복씨앗학교는 공교육의 정상화,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과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교육개혁에 대한 열망을 무슨 권리로 도의원들이 방해한단 말인가. 교육개혁없이 여성은 불행하다. 무너지는 공교육과 입시위주 교육에서 낙오자를 양산하는 교육이 정상이라고 보는가. 김 의원은 행복씨앗학교를 성원하고 지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청주시의회에서는 황영호 의원(새누리·내덕1,내덕2,율량사천,오근장동)이 오창읍과 오송읍 산업단지관리팀장을 행정직렬로 배치했으나 위기상황 발생시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복수직렬로 하라고 강조했다. 또 변종오 의원(새정치·내수읍,북이면)은 수곡~지산간 도로확포장 공사 당초설계시 주변여건 파악을 못해 설계변경금액이 높아졌다고 지적하고 특정업체 담합의혹이 없도록 행정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쐐기를 박았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정보공개를 막나?
“행정감사, SNS에 퍼져나가야 의원들 긴장할 것”

이번 도의회 행정감사 모니터단은 이언구 도의장에게 사진촬영과 동영상 촬영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도의회는 “회의규칙상 등록된 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촬영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니터단은 “우리는 지금 1인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는데 기존 언론사 기자들만 사진·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럼 도민들은 의원들의 집행부 행정감사를 언론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도민들은 있는 그대로를 제한없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지금은 모니터단이 방청하고 이것을 글로 정리해 발표하고 있다. 이 또한 언론이 다뤄야 도민들은 알 수 있다. 그러지말고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거나 감사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리면 의원 평가는 물론이고 의원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도민들은 SNS상에서 이것을 가지고 토론할 수 있고, 좋은 질문·한심한 질문을 자연스레 구분할 것이다. 이 참에 집행부 공무원들이 업무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도 볼 수 있으니 1석3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의회 회의규칙 제87조(방청인의 준수사항)에는 ‘의장이나 위원장의 허가없이 녹음, 녹화, 촬영 및 자료를 배포하거나 작성하는 행위를 규제한다’고 나와있다. 그리고 제 88조(녹음과 녹화 등)에는 ‘회의를 공개하지 아니하기로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장이나 위원장은 의회에 등록된 기자에 한정하여 회의장 안에서 녹음, 녹화, 촬영, 중계방송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 도민들은 도의회 주요 회의장면을 쉽게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현재 도민들이 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충북인터넷방송(www.cbitv.or.kr)과 회의록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방송에서는 본회의만 생중계한다. 또 회의록은 속기사들이 정리한 뒤 올리므로 올라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에 반해 집행부 공무원과 의원들은 편히 앉아서 내부 TV로 회의를 볼 수 있다. 주객이 전도된 모양새다. 다만 민선4기 때 도의회 본회의를 TV 생중계했던 HCN충북방송이 지난 12일부터 본회의에 한 해 시험방송에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본회의는 HCN충북방송을 통해 볼 수 있다.

문제는 상임위 회의. 행정감사는 상임위 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상임위 회의가 공개돼야 도민들이 볼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이 회의도 공개될 날이 올 것이므로 충북도의회가 이런 시대를 먼저 열어간다면 역사에 남을 것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 얘기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의원들이 먼저 사무처에 이를 요구하고 회의를 공개하라. 도의원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도민들에게 보인 뒤 의정비 인상을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도의회와 달리 청주시의회는 상임위 회의를 시의회 홈페이지상에서 생중계하고 있다. 따라서 시민들은 행정감사 현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지난 방송은 늦게 올려 불만스런 점이 있다.

행정감사장에 등장하기에는 좀 부적절하지?
단순한 질문부터 억지 질문까지 ‘다수’

이번 도의회·시의회 행정감사에서는 의원들의 준비부족 현상이 여전히 드러났다. 양쪽 모두 각종위원회 개최 횟수가 저조하고 서면심의가 많다는 지적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윤 모 의원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추궁하기 보다는 단순질문을 많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관의 개방형 공모 장점과 한계는 무엇인가” “어떤 쇼셜미디어로 도정을 홍보하는가. SNS 활동 이유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들이 그 것이다.

또 임 모 위원장은 다소 엉뚱한 질문들을 쏟아내 여러 사람들의 입줄에 오르내렸다. 그는 “도청에 출입하는 언론사는 몇 개이며 출입기자는 몇 명인가. 언론사와 출입기자가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기초단체 행사시 도의원을 홀대하는 등 의전에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이 뭐냐” “민선6기 조직개편과 관련해 조직명칭이 어렵다. 추후 조직개편이 있다면 새마을지도자 사기진작을 위해 새마을 명칭을 사용하는 과를 만들 의향은 없는가” 등을 물었다.

행정감사 모니터를 했던 모 씨는 “임 위원장은 갑자기 여직원에게 ‘도의회가 이전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언제쯤 가는 게 좋으냐’고 물어 좀 황당했다. 그 여직원은 업무 담당자가 아니어서 당황한 것 같았다. 행정감사장에서 할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건설소방위 이 모 의원은 올해 환경개선부담금 수금 비율이 왜 낮은가를 따지려 했으나 지난해보다 높다고 하자 서둘러 질문을 마쳤다는 후문이다. 또 일부 도의원들은 한 개 질문을 가지고 30~40분씩 매달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정책복지위원회 박 모 의원은 “이미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혈액원 홍보비 예산 1000만원을 왜 세우지 않았느냐”며 약 40분 동안 집행부와 입씨름을 벌였다. 또 행정문화위원회 연 모 의원은 장애인스포츠센터와 관련한 질문을 하면서 30분간 장황한 설명을 했다는 게 관계자들 말이다.

그런가하면 청주시의회 안전행정위원회 김 모 의원은 집행부에 대한 행정감사 임에도 공무원 편에서 질문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는 내년부터 공무원 사기진작을 위해 연가 미사용분에 대한 보상일수를 최대 20일까지 보상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집행부에 요구했다. 이런 질문을 굳이 행정감사 자리에서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중론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