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슬레 11년 만에 파업…대법원 판결에도 “통상임금 인정 못 해”
지역상권 타격 롯데아울렛·마트, 기부금커녕 법적회비도 안 내어

최근 몇 년간 충북 산업계에서는 롯데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2012년 충북소주를 인수한데 이어 비하동 유통업무설비지구 내 롯데아울렛과 롯데마트가 문을 열었고, 올 초에는 청주산업단지 입주기업인 글로벌 식품회사 네슬레와 손을 잡고 500억원을 투자해 롯데네슬레코리아를 설립했다. 이렇듯 롯데가 공격적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롯데가 진출하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갈등을 일으키며 파열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롯데네슬레코리아 청주공장 노조는 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지급해달라며 경고성 파업과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노조의 주요 요구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지급하고 단체협약에 명시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미 청주고용노동청에서도 시정명령을 내린 내용으로 사측이 합당한 이유없이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 사진설명-지난 13일 롯데네슬레 청주공장 노조는 지난 2003년 이후 11년만에 파업을 단행했다. 비하동 롯데아울렛까지 가두행진을 펼친 노조는 상여금이 포함된 통상임금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롯데 자본이 들어온 이후 법 위반과 부당노동행위 등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갑성 노조부위원장은 “6월 10일 시작한 임단협은 18차 단체교섭이 진행되는 동안 어떠한 협상안도 제출하지 않은 채 단체협약 대상도 아닌 근무형태를 4조 3교대로 변경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고 지적했다. 롯데네슬레는 노조가 지난 11월 12일 노동청에 단체협약 위반과 부당노동행위로 진정서를 제출하자 그제 서야 근무형태 변경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겠다는 답변을 노조에 전달했다.

임단협 교섭도 최종 ‘결렬’
경고성 파업이라고는 하지만 노조가 사측의 행위에 파업으로 맞서며 크게 반발한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2003년 당시에는 사측이 구조조정에 사업철수라는 초강수를 두었던 시절이다. 이후 일방적 매각협상이 추진되던 2009년에도 노조가 투쟁에 나서기는 했지만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노조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이번 사안이 중대하다는 의미다. 

노사갈등은 꽤 오래 진행됐다. 지난 9월 30일 확대간부가 파업을 하고, 서울 본사 상경투쟁을 진행했고, 10월 10일에는 전조합원 결의대회를, 10월 20일에는 노동부 시정명령 촉구 확대간부 파업을, 11월 5일에는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회사는 요지부동이다. 노조에 따르면 교섭자리에서 사측은 법원이 판결한 통상임금(상여금 포함)에 대해 “인정할 수도 없고, 줄 수도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청의 이행명령에도 회사가 어렵다는 입장만 계속해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노동청의 시정명령 이행 기간인 오는 18일일까지 통상임금 지급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노동청으로부터 체불금품 확인원을 발급받아 가압류 등 법적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21일까지 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9·10월분 임금에 대한 지불 진정서를 다시 노동청에 제출할 계획이다.

롯데마트, 이익률 1위 기부금 ‘0’원
롯데는 생산보다는 유통을 전면에 내세운 기업이다. 충북에도 롯데영플라자와 롯데마트 4개지점, 롯데아울렛 등의 유통업체가 진출했다. 그렇다보니 고용과 생산 등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기보다 소상인 등 지역 상권과 경쟁하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 비하동 유통업무설비지구 내 부지를 두고 법적 다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마트와 롯데아울렛은 홈플러스를 제치고 소상인들의 ‘공공의 적’으로 부상했다.

성안길 로드샵 상인들은 롯데아울렛 입점 후 매출이 30%이상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지역환원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서원대 조규호 교수가 발표한 ‘대형마트 및 SSM의 지역경제 기여도 분석:청주지역 사례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롯데마트가 홈플러스, 이마트를 제치고 가장 높은 순이익률(7.1%)를 기록했다. 반면 이들 마트가 낸 지역 기부금은 매출액 대비 0.0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는 네슬레 외에도 충북소주와 롯데알미늄 청원·진천공장, 롯데햄, 롯데칠성음료 맥주공장, 롯데영플라자, 롯데아울렛, 롯데마트 4개지점 등 적지 않은 규모의 그룹사들이 충북에 진출했지만 충북을 대표하는 대기업인 LG나 SK와 비교할 때 지역기여도가 크게 떨어진다. 취재결과 롯데그룹사 가운데 개별적인 기부를 하는 업체는 충북소주가 유일했다.

롯데마트의 기부내역에 대해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개별 기부액을 밝힐 수 없지만 마트의 기부액은 연간 1000만원 내외이고, 그나마 이마트와 농협물류센터 등이 기부한다”고 답했다. 4개 지점이나 운영하고 있는 롯데마트의 기부내역은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지난해 언론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지난해까지 롯데마트는 기부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그룹의 일부 사업장들은 상공회의소법에 명시된 회비도 내지 않고 있다. 도내에 입점한 기업들은 상공회의소법에 따라 매출세액의 0.225%를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지만 롯데마트와 롯데햄 등은 단 한 차례도 회비를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서도 지역 언론들이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주류 시설투자 급물살…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뜻
주류·식품사업 강화해 사업다각화하려 전략적 지원 

롯데주류 청주공장이 연간 1000만상자 규모의 소주생산시설을 확충하기로 하는 한편 충주 맥주공장도 연말까지 10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전략적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식품을 강화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려 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를 비롯해 롯데제과, 롯데푸드에 그룹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맥주는 올해 처음 맥주 시장에 진출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롯데주류 또 와인사업 강화를 위해 국내 최대 와이너리를 조성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너리 조성은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롯데푸드는 올초 한국네슬레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롯데칠성음료로부터 원두커피사업을 양도받아 전문화해가고 있다. 사업 이관이 마무리되면 향후 원두 공급은 롯데푸드가 맡게 되고, 롯데칠성음료는 커피음료 알티디(RTD, Ready to Drink)사업에만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롯데제과는 자회사인 롯데브랑제리를 흡수했고, 롯데리아에서 소비하는 햄버거용 빵의 일부를 생산해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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