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책임 청주시, ‘나 몰라라’ … 교육청은 의지박약
200만원짜리 운동기구 4년만에 kg당 300원 고철로 팔려

▲ 다른 지자체와는 달리 청주시에선 재활용 교복을 판매하는 매장이 없다. 청주시 관계자는 “청주시재활용센터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취재결과 올 1월 판매가 중단됐다. 사진은 청주시재활용센터 가구판매장
▲ 교과서나 참고서도 재사용되기 보단 폐지로 버려진다. 사진은 지난 연말 졸업을 앞두고 발생한 서적과 종이등을 보관창고에 쌓아두고 있는 장면

폐기물은 버리면 쓰레기이지만 활용하면 자원이 된다. 이런 재활용 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각 지자체의 고유업무다.

청주시에서 발생하는 모든 쓰레기를 수거하고 이중에서 재활용을 하기 위해 선별작업을 진행하는 업무는 기본적으로 청주시의 업무다. 

따라서 각 학교와 도교육청은 재활용의 전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자원의 효율적인 재활용을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펼친다.

부산시는 두드림교복센터를 통해 연간 1만여장의 교복을 재활용해 학부모에 10억원 이상의 경제적 혜택을 준다. 두드림센터를 운영하는 비용은 교육청이 아니라 시와 노동부에서 부담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인건비를 5년간 보전해준다.

서울 송파구청도 ‘교복은행’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복은행’ 은 졸업생이나 학교로부터 중고 교복을 기증받아 깨끗하게 세탁한 후 필요한 사람에게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곳 매장에선 상의 재킷  3000원, 가디건·조끼·바지·치마는 각 2000원, 블라우스는 1000원 선으로 세탁비 수준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세계환경수도로 불리는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재활용율을 목표로 하는 서울시도 학교 재활용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펼친다. 서울시는 올해 9개월 동안 관내 대학을 대상으로 ‘에코파일’ 캠페인을 진행했다.

고려대와 국민대, 서울여대, 이화여대 등 서울 시내 11개 대학 곳곳에 총 70개 이면지 수거함을 두고 일주일에 두 번씩 수거를 했다. 겉표지를 예쁘게 디자인해 만들고 걷은 종이들과 묶어 공책으로 엮었다. 시험기간 마다 “이면지를 재활용할 것”이라는 서약을 한 학생들에게 이 공책들을 나눠줬다. 9개월간 학생들에게 나눠준 공책은 8000권이 넘는다. 재활용된 종이는 25만장에 이른다.

서울시 강서구청은 학교를 자원 재활용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재활용품 수집 학교별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자원순환형 도시를 목표로 한 강서구청은 재활용률이 떨어지는 폐건전지, 폐휴대폰, 종이팩(컵) 등 3가지 품목을 경쟁대상으로 올렸다. 구청은 각각의 품목에 대해 최우수, 우수, 장려 각 1개씩 총 9개 학교를 선정해 연말 상장과 함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지자체 뿐만 아니라 각 교육청도 부족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재활용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광주시교육청은 올 해초 신·증설 학교에 재활용 책걸상을 보급했다. 광주교육청은 학생 수와 학급 수가 감소해 남아도는 책걸상을 일제히 정리해 상태가 양호한 1만1천조를 올해 재활용하기로 했다. 광주교육청에 따르면 이중 먼저 수리된 책걸상 2천520조를 21개교에 보급해 13억원 상당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교복재활용, 민망한 청주시

현재 전국 자치단체는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청주시의 재활용정책은 어떨까. 취재 결과 정책이 있나 싶을 정도로 민망한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망한 수준의 실태가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교복재활용정책. 청주시는 기본적인 사실 관계도 몰랐고 교육청은 슬그머니 공약을 취소했다. 청주시는 그동안 모충동에 위치한 청주시재활용센터에 위치한 우암시니어클럽을 통해 교복 재활용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우암시니어클럽은 재활용 교복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올해 초 판매사업을 중단했다.  이렇게 판매가 중단 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청주시 관계자는 “재활용 교복사업은 우암시니어클럽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도교육청도 현 김병우 교육감의 공약이었던 ‘아름다운교복가게’ 사업을 슬그머니 뒤로 물린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공약사업 검토 결과 새롭게 매장을 설치하는 것 보다는 기존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복 물려입기 사업등을 진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부터 교복가게가 운영된다고 보도한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도내에 소재한 아름다운가게에 문의한 결과 이곳에서도 재활용 교복은 판매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일선학교의 상황은 어떨까. 일선 학교 별로 도깨비장터 등을 통해 판매는 하고 있지만 거래수량은 많지 않았다. 청주시내 모 학교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장터를 통해 교복을 판매한다. 교복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타 지자체가 캠페인과 교육을 통해 재활용을 홍보하고 있지만 청주시의 사업은 형식에 불과했다. 올해 청주시가 재활용을 독려하기 위해 진행한 사업은 ‘녹색환경학교’와 ‘아나바다 장터’ 사업 2가지다. 확인 결과 녹색환경학교에 참가한 학교는 상반기에 4개교, 하반기에 7개교 그리고 10곳의 유치원이 전부였다. 아바나다 장터는 상당공원에서 월 1회 진행되는 것에 그쳤다.

청주시 소재 5개교에 문의한 결과 각 학교 모두 재활용과 관련한 별도의 교육을 진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러는 사이 설치한지 4년 밖에 안된 고가의 체육운동기구가 고철로 매각되는 웃지못할 사항도 벌어졌다. 지난 달 도교육청홈페이지 물품관리전환 게시판에는 청주시내 모 학교가 설치된지 4년된 운동기구 4조 목록을 게시하고 필요한 곳은 가져가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구입가격이 1000만원에 육박하는 이 운동기구는 1kg당 300원을 받고 고물상에 넘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재사용과 재활용은 고사하고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도내 학교 재활용 가치는 얼마?
학생 한 명이 교복 한 벌만 재활용해도 200억
캔?플라스틱 6억, 컴퓨터도 1억…최소 수십억원

충북도내 초?중?고교 학생수는 19만6000여명. 도내 700여 개교 학교의 재활용시장 규모는 어느정도 일까.

캔과 플라스틱을 분리수거해 판매한 (주)스마일빈에 따르면 학생 수 1000명 규모의 학교에 돌려줄 수 있는 수익 규모는 연간 300만원으로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환산하면 연간 6억원 규모가 된다. 충북도내 초중고에서 폐기되는 컴퓨터는 1만 여대. 고물상들이 수집하는 비용으로만 환산해도 1억원이 넘는다.

뿐만 아니라 폐지, 각종 가전제품, 학습 기자재만 포함해도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관련업계는 추정한다.

교복을 착용하는 도내 중?고교 학생수는 대략 10만여명. 동계 교복 평균가격만 해도 26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학생 1명이 재사용 교복을 착용해도 경제적인 절감 효과는 2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학교에서 발생하는 책상과 걸상은 전량 폐기 처리된다. 나무는 태워지고 철제류만 수거되는데 이중 5%만 재사용돼도 5억원 이상의 예산을 절약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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