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운전기사 3명 사망…‘단독승무’ 공통점
사납금 채우려 과로? …사망사고원인 둘러싸고 이견

▲ 숨진 우 씨가 쓰러진 현장. 고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안경 렌즈가 방치돼 있다.
▲ 지난 2일 법인택시회사 기사 우 모씨가 청주시 상당구 소재 모 가스충전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우 씨는 발견 당시 본인 차량 후면 바퀴에 한 손을 올린 채로 쓰러져 있었다.

최근 한 달 사이 청주시 법인택시회사 기사 3명이 뇌혈관 질환으로 잇달아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달 초 K교통 김 모씨, S 교통 안 모씨가 사망한데 이어 지난 2일 J교통 소속 우 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택시기사들이 한 달 사이 3명이나 사망한 것도 드 문 일인데다 사망자 모두 일명 ‘독발이’ 24시간 단독 승무자로 나타나 사망원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청주시 상당구 소재 A 가스 충전소에서 택시기사 우 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우 씨는 최초 목격 당시 한 손을 차량 뒤 바퀴에 올려 놓은 채 발견됐다. 이어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에는 이미 숨져 있는 상태로 팔과 다리 등 신체가 이미 굳어 있었다고 당시 현장 목격자는 밝혔다.

이 사건을 담당한 상당경찰서 관계자도 “발견 당시 나타난 출혈은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 뇌혈관 질환 당시 나타나는 것과 유사했다”며 “감식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타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숨진 우 씨의 유족들도 장례를 모두 마쳤다.

하지만 일부 택시 기사들은 숨진 우 씨의 사망원인이 단순한 개인 질환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최초 제보한 택시기사 B 씨는 “뇌혈관 질환도 과로 등이 겹치면 악화된다. 과로에 의한 급성 사망으로 볼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직 택시 노조 간부 C 씨도 “그동안 주춤했던 도급택시나 24시간 단독 승무가 급증했다”며 “영업환경이 악화 돼 사납금을 납부하기 힘든 기사들이 무리하게 운행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회사에서도 지난 달 40대의 젊은 기사가 우 씨와 같은 병명으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본보 확인 결과 지난 10월 1일 이후 우 씨처럼 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택시 기사는 모두 3명. 이외에도 4명의 법인택시회사 운전기사에게 같은 질환이 발병한 겉으로 확인됐다. 또 사망자 3명은 공교롭게도 차량 1대를 교대자 없이 혼자 운전하는 방식인 일명 ‘독발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 씨가 3일간 차량을 떠나지 못한 이유

현재 법인택시 회사 대부분은 법에서 정한  ‘운송수익금 전액관리제’ 대신 사납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한 대의 차량을 2명이 나뉘어 탈 경우와 혼자 타는 경우가 있는 데 후자에 대해 택시기사들은  ‘독발이’라고 호칭한다.

택시 운전기사가 1일 회사에 납부하는 사납금은 근무형식과 회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택시 기사를 통해 확인 한 바에 따르면 2교대제의 경우 1일 10만원에서 11만원 사이, ‘독발이’의 경우 12만원에서 14만원 내외의 사납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독발이를 할 경우 회사에 납부해야 할 사납금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당연히 근무시간은 늘어나게 된다.

택시 운전기사가 쓰러진 채 발견된 시각은 지난 2일 오전 7시.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에는 이미 숨져 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숨진 우 씨는 3일 동안 거의 운행을 하지 않은 정황이 포착됐다. 충천소 관계자는 “우 씨가 마지막으로 충전을 한 것이 지난 31일이다. 그때 25리터를 충전했다”고 밝힌 것.

이에 따르면 우 씨는 거의 3일 동안 거의 운행을 하지 않은 것이 된다. 이를 뒷받침 하는 목격자의 진술도 나왔다. 이곳 충전소를 이용하는 택시기사 D 씨는 “우 씨를 지난 1일 오후에 이곳에서 목격했다. 우 씨는 운전석에서 운전대에 손을 얹고 잠을 자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택시기사 E 씨는 “다른 택시기사한테서 31일 충천소 내 세차장에서 우씨를 봤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숨진 우 씨의 지인은 그가 최근에 몸이 안좋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했다. 우 씨의 유족들도 “몸이 최근에 안좋아 열흘 정도 일을 못한 것으로 안다”며 “지병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납금이 과로 불렀나

유족과 목격자, 동료 등 주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 우 씨는 매우 건강이 안 좋은 상태에서 근무를 위해 차량에서 3일간 맴돈 것이 된다. 우 씨는 영업을 위해 차량을 끌고 나왔지만 운전을 하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고 이런 상태에서 차량에서 휴식을 취하며 몸 상태를 정리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

그렇다면 우 씨는 왜 차량을 떠나지 못했을까?  일부 택시기사들은 사납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택시기사 C 씨는 “우 씨가 일하지 못한 10일이면 밀린 사납금만 해도 100만에 육박한다. 이 돈을 수익으로 가져가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이 돈을 물어내야 하니 그가 차량을 떠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어떤 회사는 사납금이 밀려도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방치된 사납금이 많아지면 이를 빌미로 다른 회사로 전직을 못하는 수단으로 삼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제도인 사납금을 위해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택시기사의 상황이 어쩌면 이번 사태의 배경일 수도 있다”며 “만약 운행중에 쓰러지는 경우가 발생했다면 얼마나 아찔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3일 동안 운행하지 못해도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정상적인 회사의 고용관계라면 이런 일이 있겠냐”며 사납금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회사를 찾았지만 회사는 모든 취재를 거부했다. 이 회사 관계자에게 1일 사납금 액수와 우 씨의 출퇴근 행적에 대해 문의 했으나 그는 취재를 거부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이 사망한 회사에 와서 뭘 묻냐”며 “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나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택시노조 사람에 가서 물어보라. 우리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도 우 씨의 죽음에 대해서 더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납금제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알지만 거기까지 경찰이 수사하는 것은 무리다”며 “타살 혐의가 없는 이상 그 밖의 문제에 대해 수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최근 한 달 사이에 3명의 법인 택시기사가 사망하는 일이 청주에서 발생했다. 한쪽에선 사납금제에 의한 과로가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관계 당국이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는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행정기관도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3일 동안 차량주변을 떠나지 못한 우 씨의 죽음. 과연 이 죽음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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