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업체와 실시설계 구두 계약한 뒤 용역비 지불 안 해
‘발주처 우월적 지위남용’ 해당… 개선책 마련될까 ‘주목’

▲ 충주국토관리사무소가 민간업체에 설계용역을 의뢰한 뒤 비용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발주처의 우월적 지위남용’에 해당하는 사항이어서 향후 정부의 제도개선책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충주국토관리사무소가 민간업체와 실시설계를 구두로 계약한 뒤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등 ‘갑’의 횡포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발주처의 우월적 지위남용에 해당하는 사항이어서 향후 정부의 제도개선책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감사원은 지난 3~4월 국토교통부와 한전 등 29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민·기업 불편 유발관행 특별점검’을 벌였고, 그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충주국토관리사무소는 지난해 9월 국도 36호선 음성구간 포장도로 보수공사를 추진하면서 민간업체에 구두(돈을 나중에 준다는 조건)로 설계용역을 의뢰한 뒤 8000여만 원(13개 공구 용역대가) 상당의 용역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당초 국토부는 도로 유지보수 예산을 배정하면서 도로포장관리시스템(PMS) 상에 실시설계를 발주처에서 자체 실시토록 결정하고, 실시설계 용역비를 제외한 시설비와 감리비 83억 8225만 원만 지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충주국토관리사무소 직원 A씨는 PMS 자료와 도로현장조사 등을 통해 자체 설계했어야 하고, 자체 설계가 어려워 외주용역으로 추진할 경우 국토부에 실시설계 예산을 추가 배정해 달라고 요구했어야 한다.

또 기획재정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다른 예산과목에서 설계비로 전용한 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7조의 규정에 따라 설계업체를 선정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용역비를 지급했어야 했다.

하지만 A씨는 실시설계 예산이 없었음에도 국토부에 설계예산을 추가로 배정 요구하거나 다른 예산과목에서 시설비로의 전용을 검토하지 않은 채 실시설계를 외주용역으로 추진할 것을 상급자 B과장에게 건의했다.

그리고 A씨는 B과장이 C소장에게 보고해 허락을 받자 정당한 입찰절차를 거쳐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예산 불법전용 등으로 향후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는 사유로 아무런 근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법 규정에 따른 용역업체 선정과 계약서 작성 절차를 생략한 채 B과장과 상의해 한 민간업체에 구두로 실시설계를 의뢰한 것이다.

감사원, 담담공무원 징계처분 통보

이후 해당 업체는 실시설계 용역 대가의 지급을 요청했지만 C소장이 설계용역비로 편성한 도서작성비 지급을 보류하도록 지시하자 용역비를 지급하지 않고 그대로 뒀다.

감사원은 “충주국토관리사무소는 2013년 10월 민간기업으로부터 36호선 국도에 대한 포장도로보수공사 설계를 납품받아 검사를 완료한 뒤 같은 해 10월 공구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에서 이 기업의 실시설계를 활용했다”며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구두요청에 따라 실시설계 용역을 수행한 만큼 대가를 지급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이 기업체 설계용역비 적정성을 재검토한다며 비용 지급을 보류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도서작성비를 정산한 후 지급한다고 통보했을 뿐 4월까지 지급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 기간 업무를 담당하거나 주관 또는 총괄하면서 예산이 없는데도 실시설계를 외주용역으로 추진하고, 계약서 작성도 없이 구두로 용역을 의뢰하는 등 계약질서를 어지럽힌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과 비용 지급 방안을 마련하다”고 요구했다.

일이 불거지자 C소장은 실시설계를 외주용역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A씨와 B과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지 않아 몰랐다고 항변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C소장은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변명하지만 B과장이 실시설계를 외주용역으로 추진할 것을 직접 보고했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A씨도 B과장이 소장실에서 직접 보고해 허락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욱이 C소장이 위원장으로 참석한 ‘공법선정을 위한 계약심의위원회’에서 민간업체 대표이사인 D씨가 심의대상 공법의 장단점 등에 대한 자료를 설명한 사실이 있다”며 “당시 A씨가 D씨에 대해 실시설계를 맡고 있는 민간업체의 대표이사라고 소개한 점 등을 미뤄 C소장의 변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국토관리사무소의 행태는 전형적인 우리사회 ‘갑’의 횡포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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