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이후 13년 동안 1년 미만 근무자 21명···얼마나 갈등 심했길래
전임 시장들 무원칙인사 갈등 불러, 현 직원 중 전문가 별로 없어

▲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이 설립 13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내부 갈등설과 금품수수설 등 끊임없이 많은 소문들이 이어져온 터라 차라리 터질 게 터졌다는 여론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터질 게 터졌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간부들의 줄 사퇴로 내부문제가 폭발하자 여러 사람들이 보인 반응이다. 이 재단은 구성원간 갈등과 정치적 행보, 줄세우기 등으로 견디기 힘든 조직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를 입증하는 자료가 나왔다. 지난 2001년 2월 설립된 이래 최근까지 이 재단을 거쳐간 사람이 총 5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자신의 임기 3년을 꽉 채우고 나온 사람은 김동관 전 사무총장, 2년 11월을 채운 유인기 전 사무총장이 있다. 임기제로 묶여 있는 사람은 사무총장뿐이고 나머지 직원들은 무기계약직 형태라 정해진 임기가 없다. 따라서 정확히 말해 중도 퇴직자는 김·유 전 총장을 제외한 55명이다. 큰 조직도 아니고 사무총장부터 사원까지 20여명에 불과한 곳에서 그동안 50여명이 중도사퇴했다는 건 문제가 있어도 크게 있다는 게 중론이다.

사무총장들 중에서도 김종벽·안종철 총장은 임기를 못 채웠다. 현 안 총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이나 오는 20일 그만둔다. 퇴직자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사람은 11년 11월 근무한 팀장 윤 모씨 이다. 윤 씨는 지난해 3월 그만뒀다. 퇴직자 현황표를 보면 1년도 채우지 못한 직원이 21명이나 된다. 전체 퇴직자 중 1/3 넘는 숫자가 불과 몇 개월 근무하고 나간 것이다. 또 정 모씨는 두 번이나 퇴직하고도 현재 근무하고 있어 주변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이런 정황을 볼 때 조직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

그런가하면 퇴직자가 없는 2010~2011년을 제외하고 직원들은 매년 4~5명씩 중도사퇴 했다. 그러나 유독 2013년에는 11명이나 나가 기록을 세웠다. 또 올해 5월까지는 6명이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모 씨는 “안 총장이 자신의 재신임을 위해 직원들을 많이 닦달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직원들이 나갔다”고 전했다. 또 다른 모 씨는 “처음부터 공채가 아니고 시장 마음 내키는 대로 직원들을 뽑다보니 위계질서가 없었다. 4년에 한 번 시장 바뀔 때마다 조직이 흔들렸다. 안 총장이 총장 한 번 더 하려고 개인 욕심을 부린 잘못은 있지만, 조직 갈등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 퇴직이 줄을 이었다”고 분석했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은 보다 근본적으로 인적구성이 잘 못 됐다는 평이 많다. 시장 선거 캠프에서 일한 뒤 논공행상식 보은인사가 이뤄졌고, 시장과 연관있는 사람의 자녀 혹은 친인척 등을 슬그머니 직원으로 채용하는 게 오랫동안 관행이 돼왔다. 그래서 직원들 간에는 서로 누구 ‘빽’으로 왔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다녔다.

13년 된 조직, 비엔날레 전문가도 못키워

재단은 지난 2001년 나기정 시장 때 문을 열었다. ‘문화시장’이라 불린 나 시장은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재단을 설립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대수 후보에게 지고 만다. 자신의 선거 캠프에 있던 사람과 지역인사의 자녀 혹은 친인척들을 재단 직원으로 채용한 것은 초창기인 나 시장과 한 시장 때 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나 전 시장은 문화재단 설립에 대한 공은 있으나 공정한 인력채용 기준 원칙을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문화예술 혹은 문화산업 관련 전공자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이 재단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도 문화예술 전공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공고를 내고 직원을 채용하지만 나중에 배경을 보면 시장 내지 고위급 공무원들과 관련있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니 전공자가 있겠는가. 더러 전공자를 뽑기도 했으나 이런 사람들은 오래 못 견디고 그만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오른쪽 <표>를 보면 문화예술·문화산업 전공자가 많지 않다. 지난해들어서야 문화산업, 문화예술경영 등의 전공자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문화예술분야 관계자도 “공예비엔날레가 벌써 16년 됐는데 아직도 재단에 비엔날레 전문가가 없다. 전문가 공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니 사람 키우는 일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그래서 비엔날레 할 때마다 외부에서 전시감독을 데려왔으나 행사 끝나면 해체되니 무슨 노하우가 쌓이겠는가. 재단의 가장 큰 문제는 잘못된 인적구성”이라고 주장했다.

총장 또한 그동안 청주시 퇴직 공무원들이 주로 해왔다. 총장도 비전문가, 직원들도 비전문가였던 것이다. 안종철 총장은 지난 2013년 1월 한범덕 시장이 공모해서 뽑은 최초의 외부전문가이다. 하지만 안 총장도 문화예술·문화산업 보다는 IT 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외국어대 법학과·고려대 대학원 정보통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기술대 IT방송통신정책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큐릭스방송 팀장, KDMB 유원미디어 이사, 대한전선미디어(주) 대표를 지냈다. 대한전선미디어(주)는 대한전선그룹이 중국에 설립한 케이블 TV 회사다. 총장으로 내려오기 직전 직책은 서울과학기술대 미디어매체과 겸임교수였다. 때문에 이 점에 대해 뒷말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차기 총장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직정비를 한다고 다시 공무원을 보내는 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게 예술가들 얘기다. 다만 전문지식뿐 아니라 조직장악력을 겸비한 사람을 선정하자는 것이다.

청주시에 따르면 시는 매년 문화산업진흥재단에 20억원 가량을 지원해 왔다. 이 중 19억원은 인건비·사업비·운영비, 1억원은 적립금으로 쓰였다. 현재까지 모은 적립금은 약 50억원 정도 된다. 그러면서 시 감사관실에서는 2년에 한 번씩 감사를 해왔다. 하지만 숱하게 많은 직원들이 매년 중도 퇴직하고, 금품수수설 등이 심심찮게 떠다녔는데도 대수술을 하지 않고 미봉책으로 넘긴 것은 감사부서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감시기능을 해야 할 청주시의회도 역시 같은 비판을 받고 있다. 시의회는 이제야 관심을 표명했다. 복지문화위원회는 17일경 재단 간부들과 면담하고 문제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 청주시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조직위에서 주최하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내부 갈등의 축은 4명의 부장들” 중론
그동안 사표제출 부지기수···이번에도 반려? 아니면 수리?

재단 내부 갈등의 축은 이상현 비엔날레부장, 정규호 문화예술부장, 변광섭 문화산업부장, 유향걸 경영지원부장 등 4명의 부장들이라는 게 중론이다. 모 씨는 “간부들이 직원들을 다독이며 조직을 이끌고가야 하는데 서로 헐뜯고 욕하는 게 일상이 됐다. 서로 싸우며 사표 제출한 것도 부지기수다. 그럴 때마다 재단 이사장인 시장은 사표를 반려했다. 그러다보니 사표내는 것도 관행처럼 돼왔다. 아래 직원들은 부장 눈치 보기 바빴고, 한 마디만 잘 못 하면 나가라고 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도 없었다”고 귀띔했다. 그래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부장들 모두 나가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다고 한다. 실제 부장들 중 두 사람은 서로 말도 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틀어졌다.

이번에 부장들이 모두 사표를 냈지만 집단사퇴를 결의한 건 아니다. 외부에는 마치 사퇴하자며 집단결의를 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다. 평소 부장들이 그렇게 단합이 잘 되는 것 또한 아니다. “모 부장이 ‘10년 넘은 재단이 흔들리는 건 문제가 있다. 좋은 재단을 만드는데 걸림돌이 된다면 사표를 내겠다’며 내자 나머지 사람들도 하나, 둘씩 사표를 냈다”는 게 모씨의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전략이라는 말도 있다. 안 총장 사퇴 후 부장들에게도 책임이 돌아갈 것이 뻔하자 선수를 치면서 먼저 사표를 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주말 이철희 청주시 복지문화국장은 부장들을 불러 사표를 내게 된 배경 등을 묻고 진상을 파악했다. 이 국장은 “문제를 파악한 뒤 시장님께 보고할 것이다. 판단은 시장님이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때문에 누가 남고, 누가 떠나는 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한편 청주시는 이 참에 조직 쇄신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퇴직공무원이 총장을 하면 전문성 없는 게 문제이고, 외부전문가가 하면 조직장악력 떨어지는 게 문제다. 안종철 총장은 일을 많이 했을지 몰라도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책임은 면키 어렵다. 그래서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총장문제뿐 아니라 직원들과 관련된 문제도 조사할 것이다. 조직정비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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