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의무는 지자체 … 실제는 외면, 대부분 민간위탁
폐지줍는 노인 1000명…고물상은 협업‧공생의 공동체

(기획취재)사람과 자연, 재활용이 답이다
① 통계로 보는 폐기물과 환경, 건강
② 청주시 폐기물 정책과 광역소각장
③ 폐기물의 경제적 가치, 그리고 노인
④ 재활용 선진국, 독일의 ‘푼트’ 시스템
⑤ 재활용에 모든 것을 걸어라
누군가에겐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명줄이다. 그냥 버리면 분해에만 몇백년이 걸리는 폐기물이지만 관점만 바꾸면 자원이 된다. 누군가는 처리하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지만 누군가는 돈을 주고 산다.
폐기물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180도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 지난 주 서울 강서구가 요상한 보도자료를 냈다. 이른 바 ‘뼈 속까지 재활용’
지난주 서울 강서구청은 감자탕, 족발, 갈비 등의 뼈 쓰레기를 천연 비료로 만드는 재활용 시스템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강서구는 소각·매립 처리하던 뼈 쓰레기를 고농축 천연 인산 칼슘비료의 원료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이달부터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다.
감자탕 식당 등 음식점이 뼈 조각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분리 배출하면 수집 대행사가 이를 중간 집하장으로 운반한다. 이어 재활용 업체가 수거해 인산칼륨 비료로 만든다.
현재 인산칼슘 비료는 토양 산성화를 방지하고 식물 생장을 도와 농가에서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공급이 부족해 인광석 등의 원료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강서구는 우선 축산 뼈 취급 음식점 중 배출량이 많은 500개 업소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펼친다. 참여 음식점에는 ‘환경 살리미 인증서’를 수여해 동참을 유도한다.
이후 성과가 나타나면 내년 4월부터 가금류, 수산물 취급 음식점 등 전 업소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강서구는 ‘뼈 속 까지 재활용’을 통해 환경오염을 방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각·매립 등 처리 비용 2억원을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한다. 강서구의 사례처럼 관점만 바꾸면 결과는 정반대로 나온다.
‘뼈 속까지 재활용’
우유팩 5년, 일회용컵 20년, 플라스틱병 100년 이상. 우리가 무심코 버린 폐기물이 땅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시간이다. 금속 캔류는 땅 속에 묻힌 후 500년이 지나야 분해된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 하나로 인해 500년 뒤 후손까지 영향을 받는 셈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재활용’은 엄밀하게 ‘재사용’, ‘재이용’, ‘재활용’ 세 가지로 분류된다. 재사용은 해당 물품을 동일 용도로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재이용은 동일한 용도는 아니지만 용도를 바꾸어 물체의 변형없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빈 음료수병을 꽃꽂이 병으로 사용했다면 재이용이 된다. 재활용은 물체를 새롭게 가공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색의 빈병을 파쇄해 이를 녹여 새로운 유리 제품을 만드는 것과 같다. 따라서 재활용은 가장 낮은 수준의 재활용인 셈이다.
음료수와 기타 통조림 용기로 사용되는 금속캔 25개를 모으면 1㎏ 정도가 된다. 이를 재활용할 경우 60와트 백열전구를 약 57시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1kg의 알루미늄캔을 재활용할 경우에는 1083시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확보된다. 금속 캔을 재활용 할 경우 고철수입 대체효과는 금속 캔 1t당 약 13만 5000원, 알루미늄캔 1t당 약 95만원 절감된다.
생수병과 같은 Pet 플라스틱을 재활용 할 경우 상상하지 못할 변화가 발생한다. 바로 가장 비싼 원단으로 재탄생해 우리가 입는 고가의 아웃도어 제품으로 바뀐다.
소리없는 전쟁
2011년 청주시는 관내에 있는 고물상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미등록 고물상까지 포함해 114개의 고물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2000㎡(600평)이 넘는 중상규모의 고물상은 12곳에 불과했다.
폐지를 줍는 노인은 338명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이들 노인들은 하루 40kg에서 80kg 정도의 폐지를 수거하고 4000원에서 1만원 사이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선 고물상들은 노인들로부터 폐지 등을 수집하는 영세 고물상이 유지되기 위해서 최소로 필요한 인원으로 약 30명을 꼽는다. 동별로 두 세곳 이상인 것을 감안해 보면 청주시에만 최소 60개가 넘는다. 이중 폐지를 줍는 절반 정도만 노인으로 계산해도 폐지 줍는 노인만 1000명에 육박한다.
고물 시장은 수집인 부터 소상, 중상, 대상으로 연결된 작은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고물상 생태계는 자연생태계와는 달랐다. 먹이사슬 중심으로 구성된 자연생태계와는 달리 고물상 생태계는 협업과 분업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유통구조를 매개로 협업과 분업이 이뤄지지만 ‘갑을 관계’라기 보다는 공생에 가까운 구조다. 고물상 생태계의 첫 출발은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과 같은 1차 수집인부터 시작된다.
리어카와 같은 수레를 이용하거나 유모차, 자전거 경운기를 운반수단으로 하는데 1톤 소형 트럭을 이용해 전업으로 나서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잇는 생명 줄이 된다.
청주시가 낳은 웃지 못할 해프닝
헌옷재활용협회, 의류수거함 놓고 상호고소 ‘내분’
‘봉이 김선달’ 처럼 각자 소유권 주장, 시는 ‘방관’
재활용품이 돈이 된다는 사실은 이제는 상식이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재활용품을 놓고 입찰을 본다. 입찰가격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세대 가구가 많고 면적이 넓은 대형아파트인 경우 세대별 월 3000원정도 하지만 규모가 작은 임대아파트의 경우 300원 정도에 불과 하다.
원칙적으로 모든 생활 폐기물 수거의무는 지자체의 고유 업무다. 하지만 청주시 등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비용을 이유로 민간위탁방식으로 운영한다. 민간위탁방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일반 주택단지내에 설치 돼 있는 의류 수거함. 보통의 시민들은 이 수거함이 당연히 청주시가 운영하거나 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가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재 청주시 내 2000 여개의 수거함을 운영하는 곳은 20여명 정도가 가입돼 있는 ‘청주헌옷재활용협회’. 이 단체는 공식 단체가 아닌 사사로운 개인이 모여 만든 임의단체에 불과하다. 이들 단체는 수거함에 대해 20만원에서 50만원 까지 권리금을 붙여 매매하고 수거함 1개당 1500원의 협회비를 징수한다.
하지만 이 수거함은 도로에 적재된 불법 구조물에 불과하다. 도로에 적재물을 설치하려면 구청에 도로점용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 단체는 허가를 받지 않았다.
청주시는 이들 단체가 불법 행위 임을 알고 있지만 수년 째 방치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이 의류를 수거하지 않으면 청주시가 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주시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이유다.
이 단체 회원들은 지난 6월 내분을 겪은 뒤 회원들끼리 서로 고소를 한 상태다. 한쪽에선 독점권을 주장하며 상대방이 새로 설치한 수거함을 빼돌렸고 이에 대해 상대방은 절도혐의로 고소했다.
사실 이들은 이에 대해 어떠한 권한도 없다. 누구든지 의류수거함을 설치할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이 권리가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 이들 주장대로 라면 무심천 관람료를 받아도 아무 할 말이 없는 셈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