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부터 추진중인 사업, 시·군에서 할 일까지 공약에 ‘우루루’ 포함
대학생 공공임대주택 지원·공공산후조리원 운영·고교무상급식 등 폐지
최근 이시종 도지사와 이승훈 청주시장이 선거 때 내놓은 공약 중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가려 발표했다. 두 자치단체장이 내놓은 공약은 무엇이고, 무엇을 취하고 버린다는 것인지 살펴봤다. 그리고 공약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남발한 것은 없는지도 알아봤다.

이시종 지사는 선거공보물에 100대 공약을 적시했다. 그러나 웹사이트에는 300대 공약을 내걸었다. 일 욕심 많은 이 지사는 안전·복지·균형발전·바이오·농업·문화·체육 등 전분야에 걸쳐 많은 약속을 했다. 당초에는 특정 단체에서 요구하는 공약까지 해서 600개였으나 거르고 걸러 300여개로 줄였다는 것.
지난달 30일 강성조 기획관리실장은 총 306개 공약 중 27개를 제외한 279개를 공약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약은 먼저 25명의 도지사 공약사업 평가·자문위원회에서 심의 평가한 뒤 담당부서에서 정리했다고 한다. 제외된 사업 27개 중 6개는 일반시책 사업으로 전환해 계속 추진하고 나머지 21개는 실효성 미흡, 이중지원, 지원근거 법령 부재 등으로 폐기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선거 때 ‘행복도지사’를 표방하고 4년후 충북경제를 현 3%에서 4%로 올리고 도민소득 4만불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일자리 40만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두 가지가 이 지사의 대표공약이다. 그 외 주요공약은 제2충북학사 건립 추진, 중·고 입학생 교복구입비 지원, 여성재단 설립, 충북미래여성플라자 건립, 충북인권센터 설립 지원, 오송임상병원 유치,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설치, 기능성화장품인증센터 건립, 도립국악고 설립, 위기관리전문 자문관제 시행, 충북재난안전연구센터 설치, 재난안전체험관 설치, 시골마을 행복택시 운영 등이다.
폐지된 공약으로는 대학생 공공임대주택 지원 ‘1004 행복프로젝트’, 스포츠산업전문단지 조성, 공공산후조리원 운영, 도내 11개 시·군 WHO 국제안전도시 지정 추진, 고교 무상급식 지원, 관광전담기구 설치, 증평군청사 건립 지원 등이 있다. 대부분 예산은 많이 들어가는데 실효성이 미흡해 제외됐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예산 생각은 안하고 공약만 하고 보자는 식으로 나온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숫자늘리기는 이제 그만
따지고 보면 대학생 공공임대주택이나 공공산후조리원, 고교 무상급식, 증평군청사 건립 등은 도지사의 의지만으로 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WHO 국제안전도시 추진은 지난 선거 때 윤진식 새누리당 도지사 후보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똑같이 약속했던 사항이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나온 것이나 당시 후보들은 WHO 국제안전도시 기준이 무엇이라는 설명조차 없었다. 당시는 유권자들에게 달콤하게 약속해놓고 이제와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하는 것에 대해 도민들은 불만이 많다.
또 추진한다고 밝힌 환경전담국 설치와 여성전담부서 위상격상 및 개방직 임용도 장담할 수 없다. 조직개편 검토시 담당과에서는 “충북도의 국(局)은 9개로 제한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전담국이나 여성전담국을 따로 설치하려면 어느 국을 폐지해야 돼서 어렵다”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두 개 국 설치를 약속해 조직개편이 가시화되면 관련단체 항의가 예상된다.
모 공약사업평가·자문위원회 위원은 “굳이 공약에 넣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많아 숫자늘이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그렇지 않았으면 306개까지 늘어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도지사가 이런 공약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은 것들이 많았다”고 지적한 뒤 “몇 천만원짜리 사업부터 몇 천억원대 사업까지 종류도 다양해 어디에 기준을 맞춰야 할지 난감했다. 이 지사는 연임됐기 때문인지 민선5기 때 해오던 사업들을 다시 공약으로 넣은 게 많이 발견됐다. 엄밀히 말해 이런 것들은 공약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치단체장 정도면 몇 백개씩 공약을 나열할 게 아니라 대표공약 몇 십개 정도 내세워 방점을 어디에 찍을 것인지 선명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민선6기에 이 지사는 어떤 일을 할 것이고, 이승훈 시장은 어떤 일을 할 것이라는 감이 잡히지 않겠나. 너무 많은 것을 제시하고, 또 대부분 추진하겠다고 하니 믿을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초·중 무상급식, 가정의 날 일찍 퇴근하기, 9988 행복나누미, 충주에코폴리스 조성, 오송바이오밸리, 화장품뷰티박람회,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지원, 괴산유기농특구지정 육성, 지역에 맞는 특화농업 육성 추진 등은 현재 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또 자살예방기능 활성화, 5060세대 창업 및 일자리 지원, 문화도시·문화마을 유치, 작은도서관 조성, 도시지역 직거래장터 확대 지원, 군단위 작은영화관 건립 등은 굳이 지사가 하기 보다는 기초단체장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평이다. 이 지사도 당시 세월호 참사 때문에 여러 가지 안전에 관한 공약을 내놨다. 도정목표도 ‘안전한 충북 행복한 도민’이라고 정했다. 이에 대한 실천계획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