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12회 연속 보도 청주향교 연수원…낙찰은 W건설, 건축은 개인이
검찰, “자격증 관련 단순 입건한 경찰과 달리 사기죄 적용” 의미 부여
지난주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문화재 수리과정에서 수십억원의 보조금을 챙긴 건설업체 대표와 문화재 수리업체 대표 등 5명을 문화재 수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충주지청은 이번 사건을 통해 문화재 수리업계에 만연한 기술자들의 자격증 대여와 무자격자의 문화재 수리, 그리고 국고 낭비 등 문제점을 바로잡을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충주지청의 수사로 올 상반기 본보가 연속 보도했던 청주향교 관련 불법의혹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본보는 당시 12회에 걸쳐 청주향교가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 보조금을 유용하고, 탈세 정황과 문화재 불법건축에 이르기까지 청주향교와 관련된 수많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청주를 거점으로 한 문화재 수리업체들의 불법도 고발했다.

충주지청은 이번 수사결과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문화재 부실관리 근절은 ‘비정상화의 정상화’ 추진 과제 중 국무총리실 선정 10대 분야 핵심과제에 포함되는 점에 착안해 수사했다”고 밝혔다. 또한 “책정된 적정공사 대금이 자격증대여료, 회사명의대여료 등으로 새나가고, 뿐만 아니라 민족의 자산인 문화재를 무자격자가 수리하는 등, 문화재 수리 부실공사를 야기해 국고를 낭비한 구조적인 비리를 적발하여 위계공무집행방해, 사기 등으로 의율하여 구속 수사한 최초의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충북 경찰은 지난 3월 문화재 수리업체의 불법 행위에 대해 경찰청 차원의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흥덕경찰서는 중간 발표를 통해 이들 업체가 문화재 수리 자격증 취득자 28명으로부터 1인당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3000만원을 건네고 자격증을 불법 대여했다고 발표했다. 한마디로 문화재 수리에 대한 자격도 없는 사람이 문화재를 보수한 것이다.
당시 흥덕서는 문화재 수리업체 12곳을 입건했다. 그 가운데 청주향교와 관련된 여러 의혹의 중심에 서 있던 사무국장이 이사로 등재돼 있는 W건설도 포함돼 있었다.
입건된 문화재수리업체 12개 업체는 이 같은 방법으로 2013년 1월부터 12월까지 충청북도 자치단체 등이 발주한 보수공사 91건, 공사금액 76억6924만7000원을 수주하여 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향교는 2009년 국비1억5000만원, 도비와 시비 각 4억원, 자부담 4억원등 총 13억 5000만원을 들여 청주향교 연수원을 건립했다. 해당 건축물을 포함한 향교 관련 건축물은 모두 문화재수리업자로 등록한 건설업체만 시공이 가능하다. 청주향교를 비롯해 도내 18개 향교 모두 지방문화재고, 여기서 발생하는 공사는 문화재 수리업체가 독점하는 구조다. W건설과 청주향교간 유착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청주향교 연수원 건설 과정에서 더 큰 문제로 드러났다. 앞서 설명한 이유로 당시 공사도 외형적으로는 이 같은 자격을 갖춘 W건설에 수의계약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취재 결과 W건설은 연수원 건축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W건설 대표는 당시 취재진에게 “청주향교 연수원과 명륜회관 모두 명의만 W건설일 뿐 A사무국장이 직접 공사했다”고 말했다.
A사무국장도 “내 직업은 프리랜서 건축가다. 이 공사는 내가 공사를 맡아서 직접 했다”며 “W건설이 지은 것이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전교도 또한 실제로는 A사무국장이 했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등 적극적 수사 ‘결실’
A사무국장이 자격증 대여도 아닌 건설사 명의를 빌린 것이다. 당시 모든 국가보조금은 W건설로 들어갔고, 다시 A사무국장에 전달된 것이다. 이에 대해 W건설은 대표는 “불법은 맞다. 하지만 대한민국 어디나 이렇게 공사를 하는 않는 곳이 없다”며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위법 사실이 밝혀지면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이런 당당함의 바탕에는 자격증 불법 대여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이 크지 않다는 점이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충주지청의 수사결과는 관심을 끈다.
충주지청은 위계공무집행방해, 사기죄로 의율해 구속 수사한 최초 사례라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경찰수사는 문화재 기술자 자격증 대여 및 기술자들의 현장 무단 이탈에 한정해 진행됐고, 대부분 약식기소에 이은 벌금형 선고로 사건을 종결했다”며 이와 달리 “충주지역 4개, 서울지역 2개 등 총 7개 문화재수리업체를 압수수색하고, 기술자들 및 회사 명의로 개설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주범 A씨가 브로커 역할을 하며 이익을 취하고 지역업체는 회사명의 대여료만 취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명의대여를 통해 형식적으로만 문화재수리업자 자격을 갖추고, 공사를 낙찰받은 뒤 부금만을 취해 무자격자에게 하도급할 계획이었음에도 정상적인 업체로서 직접 공사를 할 수 있는 것처럼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서 지자체를 기망하여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판단해 적극적으로 관련법을 적용시켜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사기로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자격증 대여 혐의로 입건하던 기존 법 적용이 아닌 더 무거운 죄인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사기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청주향교 연수원과 진천 명륜회관도 다르지 않다. W건설이 당시 청주시로부터 연수원 시공사로 국비 등 모든 지원금을 받았지만 사실상은 무자격자 A사무국장이 건축한 것으로 하도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본보가 보도한 내용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하지만 검찰이 앞으로도 문화재 수리업계에 만연한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비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는 뜻을 밝혀 충주에 이어 청주도 문화재 관련 비리가 밝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 문화재청에 감리제도 등 개선안 논의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문화재청이 기술자들의 자격증 대여는 공공연한 관행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업체와 기술자를 연결시키고 이익을 취하는 브로커의 존재와 불법 하도급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감리제도를 확대하고, 상시 근무하는 기술자와 기능사 수의 현실적인 조정, 궁극적으로 문화재보수공단을 설립해 직영하는 제도적 개선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도 당해문화제 3억원 이상, 주변정비 5억원 이상의 공사에 대해서는 감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규정돼 있지만 대부분 개별 공사금액이 이에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밝혀진 부정 지급된 보조금에 대해서는 회수 조치할 방침이다. 충주지청은 "해당 지자체에 부정 지급된 보조금을 전액 회수하도록 요청하고, 문화재 관련 보조금 지급 현황에 대해 추가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