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곡중학교 교사 모임 3년차 일기…민주주의가 보인다

혁신학교, 즐거운 상상⑦ 수곡공감

학교는 아직까지 수직적인 ‘위계’가 존재한다. 교사와 학생이 그렇고, 교사와 교사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수곡중학교 수곡공감은 교사모임이다. 2011년 3월 수곡공감의 모임이 시작됐다. 처음은 자발적인 서포터즈였다. EBS방송의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시즌 2>에 수곡중학교 김 모 교사가 출연한 게 계기가 됐다.

방송 촬영이 되면서 전문가들이 학교를 오게 됐고, 자연스럽게 학교의 모든 시스템은 객관적인 검증을 받게 된다. 그 때 지금은 자리를 옮긴 한영욱 교사가 방송이 잘 촬영되도록 김 모 교사를 지지하자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리게 된다. 먼저 뜻을 같이하는 3명이 모이게 됐고, 이들은 ‘3의 법칙’처럼 뭉쳐서 교사모임의 첫 발을 내딛게 된다. EBS방송 촬영으로 교사들이 좀 더 수업에 대해 고민한 시점이었다.

▲ 추주연 교사는 민주적인 교사모임은 혁신학교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추주연 교사는 “1학기 수업을 마치고 모두가 힘들어했어요. 수곡중학교 자체가 교사들이 어려워하는 학교 중에 하나에요. 처음엔 절박한 심정이었어요. 동료교사가 방송에 수업을 오픈하는 것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죠. 일주일에 1회 모임을 가지면서 수업을 공개하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수업 시간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봐주기로 했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준비 없이 연 수업은 예상치 못하게 서로에게 생채기를 남기기도 했다. 수업에 대한 동료교사의 지적이 상처로 남은 것. 부족함을 느낀 교사들은 각자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기로 한다. 그리고 수곡공감 모임에서 공부한 내용을 발표하고, 외부 강사를 초청하는 등 모임을 확대해나간다. 교사들도 점차 하나둘 씩 모이기 시작했다.

추 교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모든 게 진행 됐어요. 많이 모일 때는 전체 40여명의 교사가 있는데 10명 정도 모일 때도 있어요. 매주 화요일 정해진 시간에 모여서 학교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해요. 알고보니 모두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더라고요. 얘기를 하면서 서로 위안을 받았죠. 그리고 학교와 학생들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라고 설명했다.

학교에 찾아온 변화

그러면서 학교 안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학교 내 프로젝트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는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 실제 실행됐을 때도 관심을 갖게 됐죠. 교무회의 시간에 프로젝트 얘기가 나오면 한마디라도 더 거들었어요. 내용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1년차에는 학교생활의 문제, 모임의 주제, 대안 등을 논의했다면 2년차부터는 서로의 것을 나눠줬다. 교사리더십 상담, 공감교육 등을 배우고 프리젠테이션했다. 경력이 많은 교사는 그동안 쌓아놓은 학급 경영 노하우를 전해줬다.

추 교사는 “수곡공감 모임의 참여교사 중 한명이 ‘수곡에서 살아남기 프로젝트’를 제안했죠. 수곡중은 남학생과 여학생의 편차가 심한 학교에요. 비율도 남학생이 1/3정도로 적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1명의 교사가 모였어요. 중학교 시기 남학생들은 여학생들보다 학습능력이 많이 떨어져요. 수업 분위기도 잘 안 잡히고요. 한 학기 내내 고민했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 교사들은 각자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기로 했다. 매주 한번 수곡공감에서 모여 공부한 내용을 발표하고, 외부 강사를 초청하는 등 모임을 확대해나갔다.
▲ 수곡공감은 매주 화요일 학교에서 모임을 갖는다.

그 결과 올해 1학년 학생들부터 남녀 합반을 시행하기로 했다. 오랜 논의 끝에 나온 결정이었다. 추 교사는 “일단은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이 나와요. 가령 숙제를 내주면 남학생들은 매번 잊어버리거나 해오지 않기 일쑤인데 여학생들이 하는 것을 보고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장단이 있긴 한데 일단은 반응이 좋아요”라고 설명했다.

학생자치 법정도 열었다. 벌점을 많이 받은 학생과 변호하는 학생 모두 자치 법정을 통해 진심으로 마음이 열리게 됐다고. 추 교사는 “실적이나 보여주기가 아니라 서로 마음을 여는 과정이어서 인상적이었죠”라고 말했다.

남녀 합반이 생겼다

‘수곡에서 살아남기’ 가운데 또 다른 프로젝트는 언어문화개선이었다. 학생들의 언어가 너무 거칠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학생들에게 쉼터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교실에 매트를 깔아주기도 하고 칭찬나무를 만들고 서로를 칭찬하는 열매를 달아놓았어요. 쉼터에서 마음이 편안해진 아이들은 언어 또한 순화됐죠. 학급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 분위기가 바뀌도록 노력했어요.”

추 교사는 3년차 교사 모임을 열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고 한다. 수곡공감을 시작하면서 ‘공감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지금까지도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또 올해는 무엇보다 수곡공감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고.

그는 “먼저 혁신학교가 성공하려면 민주적인 교사모임이 운영돼야 해요. 위로부터 시행되는 혁신학교는 연구학교처럼 실패할 수밖에 없죠. 혁신학교에 대한 생각들이 아직까지 일치하지는 않지만 같이 많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어요. 혁신학교가 정착하려면 업무경감이 필요할 것 같아요. 수곡공감을 하면서도 사실 이런 부분이 좀 예민한 문제였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 교사는 “수곡에는 변화가 필요해요. 혁신학교를 비롯한 많은 교수학습법이 소개되고 있지만 우리의 정서가 있어요. 학생들도 다르기 때문에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해요”라고 덧붙였다.

그가 3년 차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소회와 고민은 다음과 같다. △나는 왜 교내 교사 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나와 생각을 나누며 지지하고 함께할 동료는 누구인가 △어떤 방법으로 모임을 처음 시작할 수 있을까 △모임에서 무엇을 함께 하고 싶은가 △모임의 중심을 무엇에 두고 운영할 것인가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가장 힘들고 어려워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모임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유지해 나갈 수 있는) 내적․외적 요소는 무엇인가.

사실 학교에서 교사모임은 많이 없다. 추 교사는 “공교육에서 학생들이 꿈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의 호기심도 찾아주고 싶고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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