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공무원 2명, 은암산업단지 개발사 부사장으로 재취업
충북도 국장 출신, 현직 산하기관장도 맡아 ‘부적절한 처신’

본보는 지난 841호와 842호에 걸쳐 진천 은암산업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한 행정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진천군과 해당업체간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에는 상당한 근거도 있다. 지자체가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하는 사이 해당업체가 십억원대 부당이익을 챙긴 데다 또 다시 수십억원을 벌 수 있도록 진천군이 추가로 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또한 취재 결과 진천군 퇴직공무원과 충북도 고위공무원이 해당업체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거나 재직했던 것으로 밝혀져 유착관계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진천군 초평면에 조성 중인 은암산업단지가 잇단 연장허가와 추가 승인을 통해 골재 생산을 지속하고 있어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직 공무원 2명이 해당업체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드러나 유착의혹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초평면 은암리 일대 은암산업단지 조성현장.
“공무원은 퇴직하면 놀아야 하나”
진천군 행정과장으로 퇴직한 L씨는 현재 은암산업단지 개발시행자인 동신개발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환경과장을 지내기도 한 L씨는 2012년 6월 30일자로 퇴직한 직후 동신개발 고문으로 재취업했다.
L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대표가 고등학교 동기생이다. 퇴직 후 친구가 불러줘서 함께 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골재를 반출하는 과정이 진천군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전직 공무원이 부사장으로 재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L씨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반응했다. L씨는 “퇴직공무원은 그럼 아무 일도 하지 말란 말이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지난 7월 돌연 사표를 낸 G씨도 전직 공무원이다. 충청북도 농정국장으로 퇴직한 G씨는 퇴임 직후인 2012년 8월부터 지난 2년간 동신개발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특히 G씨는 비상근 명예직이기는 하지만 지난 2012년 11월부터 충북도 산하기관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겸직 논란까지 일고 있다.

G씨는 최근 동신개발을 그만둔 것과 관련해 “개인적인 이유”라고만 밝히며 L씨와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동기가 운영하는 회사라 퇴직 후 함께 일을 했다고 밝혔다.

G씨는 충북도 산하기관에서 1년 10개월째 기관장을 맡고 있다. 명예직이라 급여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적지 않은 활동비가 나오는 자리다. 비상근이지만 공공기관에 적을 둔 상태에서 민간기업의 상근직을 겸한 것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G씨는 동신개발도 매일 근무하는 형태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잇따른 승인, 우연의 일치?
우연의 일치인지 G씨가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5월 동신개발은 충북도로부터 실시계획 변경 승인을 받았다. 당초 12만 3288㎡였던 면적이 35만 9719㎡로 변경됐다. 면적이 커지면서 사업기간도 다시 연장됐다.

G씨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입사해보니 이미 확장계획이 서 있었다. 설계도 마쳤고, 용역회사랑 일도 진행 중이던 상태였다”고 관련성에 대해 부인했다.

진천군은 산업단지 조성을 최초 허가한 이후 3차례에 걸쳐 사업기간을 연장시켰다. 또한 앞서 보도했듯이 반출허가량 이상의 토석을 반출시켜 최소 14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벌어들였다. 업계에 문의한 결과 초과 반출량 18만 1000루베(㎥)는 최소 8개월이상 생산하고 실어 날라야 반출할 수 있는 양이다. 그 기간동안 관리감독도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그 후로도 진천군은 충북도가 보류시킨 토석반출에 대해 자의적 법해석을 통해 승인해줌으로써 자칫 멈출 수도 있었던 골재생산현장을 정상 가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동신개발 대표는 이 같은 일련의 행정절차가 진행된 것과 전직공무원 출신 부사장들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K대표는 “부사장들이 관청을 출입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을 영입한 배경에 대해 “타향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 충북 출신이지만 인맥이 없다. 두 사람 모두 고등학교 동기고 때마침 퇴직해 같이 상의나 할 요량으로 영입했다. 일주일에 1, 2회 출근해 같이 점심 먹고, 자기 경험을 통해 자문해주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부사장 급여가 꼬박꼬박 지급됐다.

또한 부사장 직함에 대해 “이름을 부를 수도 없어 붙인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동신개발에는 이들 외에도 상임고문 등 실무와는 거리가 있는 직함의 직원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하는 일도 없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 급여가 나가는 일자리를 줬다고 하면 사업가들은 코웃음을 칠 것”이라며 “그런 자리라면 더더욱 가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일명 관피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은 관행처럼 이뤄졌던 일로 문제의식조차 없었지만 그 과정에서 참사가 일어났고, 관피아가 사회악으로 대두된 것이다. 지난 6월에는 공직자윤리법도 강화됐다. 이를 통해 퇴직관료들의 재취업도 제한하고 있다. 두 전직공무원의 민간업체 입사는 이 같은 사회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퇴직공무원 재취업심사도 허술
심사대상자 1046명 중 85명만 취업제한, 92% 재취업

최근 안전행정부가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인천 남동갑)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퇴직 2년 이내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재취업 신고를 한 공직자 총 1046명 중 85명을 제외한 961명(92%)이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별로 보면 국방부가 192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찰청 112명, 대검찰청 58명, 국세청 52명, 대통령실 49명, 감사원 33명 등 소위 권력기관이 상위 순위에 올랐다.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 147곳 중 8곳에서 절반이상(52%)이 재취업한 것이다.
퇴직공무원이 가장 많이 몰린 업체는 삼성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 25명의 고위 퇴직공무원이 재취업했고, 구성원을 보면 경찰청 10명, 검찰청 5명, 외교부·국방부 각각 4명 순으로 많았다.
박 의원은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심사가 강화되었다고는 하나, 영리 사기업체로의 재취업 관행은 여전하다. 이 같은 형식적인 업무처리로는 공직자의 기강 확립과 더불어 민·관유착 방지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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