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공무원노조, 직무정지 요구… 시의회 파행 운영·위상 추락 불가피

여성 공무원 성희롱 의혹을 받고 있는 윤범로 충주시의회 의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특히 충주시 공무원들이 집회를 열어 성희롱과 여성 비하 파문에 휩싸인 윤 의장에게 직무정지를 요구하는 등 시의회 파행운영과 위상추락이 예상된다.

▲ 충주시공무원노조는 충주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 사법기관의 수사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윤 의장의 직무 수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충주시공무원노조는 최근 충주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 “윤 의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법기관의 수사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의장직 수행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노조가 지난달 윤 의장에게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의장업무를 수행해왔다”며 “노조의 항의로 사과문을 제출했지만 자기변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의도가 성희롱이 아니었더라도 사건을 유발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적어도 수사결과 발표가 있기까지는 의장직을 수행하지 말기 바란다”며 “충주시민과 당사자인 여성공무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집회에 참여한 공무원 A씨는 “의회의 ‘의(議)’자는 ‘말씀 언(言)’ 변에 ‘옳을 의(義)’를 쓴다. 옳은 말을 해야 하는 곳이 의회”라며 “그런 곳의 수장인 의장이 본분을 망각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당연히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채용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공정성을 감시해야 할 의회의 수장이 오히려 여성 채용에 불만을 나타내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윤 의장은 10일 노조 앞으로 이번 사건에 관련한 사과문을 보냈다. 노조는 즉각 임원회의를 열어 사과문 수용 여부를 논의했지만, 참석 임원 10여 명 전원 일치로 진정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실력행사를 결행하기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사과문을 받았지만 기존 견해만 고수해 진정성 있는 사과로 판단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충주시여성단체협의회도 압박 나서

공무원들이 집회를 열어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이번 집회에는 당초 예상인원의 2배가 넘는 200여 명이 참여해 공직사회 내부 분위기를 가늠케 했다.

허운영 노조 위원장은 “의장직 수행을 중지하지 않으면 1인 시위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며 “시민과 공직자들에게도 진정성 담긴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노조는 제189회 시의회 1차 정례회가 열리는 29일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여기에 충주시여성단체협의회가 본격적으로 윤 의장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협의회는 이사회를 열고 집회 등 대응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2만 50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이 단체가 윤 의장 사퇴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선다면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9일 윤 의장을 압박했던 새누리당 초선의원 5명도 추석연휴기간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화상경마장 유치반대를 위한 충주시민연대가 최근 성명서를 통해 “윤 의장과 시의회는 성희롱 피해 여성 공무원에 대한 보복을 중단하라”며 “윤 의장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女공무원 채용자료 요구 ‘빈축’

이 단체가 말한 ‘여성 공무원에 대한 보복 중단 요구’는 윤 의장을 성희롱 발언으로 고소한 여성공무원 B씨가 포함된 채용 심사자료를 충주시의회가 집행부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C의원은 올해 충주시 일반임기제 공무원 채용현황과 신규임용 무기계약직 현황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올해 채용한 일반임기제 공무원에는 B씨도 포함된다.

C의원은 일반임기제 공무원의 응시자격과 심사기준, 심사위원 현황, 지역 내 거주자 채용 배제 경위 등을 요구했고, 며칠 뒤 응시자 명단과 평정표, 교육내용 등을 추가로 요청했다.

그는 자료요청에 대해 “행정사무감사에 대비해 일반임기제나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된 직원들에 대한 인성 또는 소양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의회, 피해 공무원 보복 나섰나

하지만 산건위 소속인 C의원이 행정사무감사에서 다룰 만한 내용이 아닌데다 정규 직원은 대상에서 빠져 있어 윤 의장과 시의회를 엄호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빈축을 사고 있다.
또 채용 후 소양교육에 문제의식을 가졌는데 왜 응시자 명단과 평정표, 지역 내 거주자 채용 배제 경위 등 채용과정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는지도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해당 여성공무원은 “윤 의장이 ‘사진 담당에 왜 여성이 선발됐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시의 B씨 채용을 문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충주시민연대 관계자는 “경찰에서 성희롱 사건을 조사 중인데, 의회가 해당 직원이 포함된 채용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흠을 찾아 제 식구 감싸기를 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C의원은 “집행부 행정을 감시하는 시의원 본연의 역할에 따라 자료를 요청했을 뿐 다른 뜻은 없다”며 “고소 건과 연관 짓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윤 의장, 혐의 전면 부인
경찰, 대질신문 방침

▲ 1차 경찰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윤범로 충주시의장.
경찰은 윤 의장 성희롱 의혹 논란과 관련해 이달 초 1차 조사를 마쳤다. 윤 의장은 경찰조사에서 “평소 옷차림을 지적했을 뿐 여성 공무원을 성희롱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의장직 사퇴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여성 공무원과 윤 의장의 진술이 엇갈림에 따라 조만간 두 사람을 불러 대질신문을 벌일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여성공무원과 사건 당시 환영만찬 자리에 함께 있었던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여성공무원의 옆자리에 앉았던 한 참고인은 윤 의장이 성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조사에서 윤 의장의 성희롱 의혹이 사실로 판명날 경우 윤 의장에 대한 사퇴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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