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지시 있었다”… 일선 학교 증언 ‘봇물’
이런 관행 없어져야 … '제도개선' 한 목소리
교육청 물품 구매 비리 의횩 결산
② 납품 조달 의혹 천태 만상

본보가 보도한 교육청 물품 구매의혹 중 단일 품목으로 최고가는 지능형스쿨도우미로봇이다. 2012년 말부터 올해 까지 41대가 구입됐으며 소요된 예산만 16억원이 넘는다. 액수도 크지만 구입과정은 더 석연치 않다.
입찰 비리의 대표적인 유형인 ‘쪼개기 수법’과 ‘담합’, ‘가격 부풀리기’등 3개 의혹 구성요소가 다 내재해 있다.
충북교육청은 이 제품을 구입하면서 각 학교별로 입찰 공고를 내게 했다. 5000만원 이하의 물품을 구입할 때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 이렇게 해서 각 학교는 정부 조달시스템인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수의입찰 공고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업체의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사실상 특정회사의 제품 사양과 거의 동일한 규격서를 첨부했다.
교육청이 일괄 구매가 아니라 개별 구매가 가능하도록 쪼개기를 했다면 업체는 담합을 했다. 41개교중 3개교를 제외하고 모두 2개 회사가 입찰에 참가했다. 이 두 업체는 계속 동일한 가격을 제출했다.
이렇게 해서 예정가의 98.5% 해당하는 3940만원이라는 높은 낙찰율을 기록했다. 그런데 참가한 두 업체는 서로를 본사와 대리점의 관계라고 설명했다. 이들 두 업체는 본보 보도이후 이 사실을 부정했지만 취재결과 들러리를 선 업체는 낙찰업체의 자회사로 최종 확인됐다. 가격이 부풀려진 정황도 확인됐다. 모 인터넷 쇼핑몰에서 해당 로봇을 240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던 것. 가격이 거의 2배나 부풀려진 것이다.
법은 있으나 마나.
교육청이 무리하게 특정회사의 특정 물품을 구입하면서 대놓고 법을 무시하기도 했다. 본보 취재결과 학교 오케스트라 사업에 필요한 악기를 구매하면서 ‘지방자체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을 위반했다.
안행부 예규 ‘지방자치단체입찰 및 계약집행기준’ 제1절 7조 7항은 ‘입찰공고나 설계서, 규격서등에 부당하게 특정 규격, 상표 등을 지정할 수 없다’고 명기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특정 규격과 특정 상표를 명시한 규격서를 첨부했다. 학교오케스트라 사업만 해도 20억원 넘는예산이 소요됐다.
의료법 위반 논란도 불거졌다. 청주시내 10여개 교등 교육청 예산으로 2억원 가까이 소요된 시근운동기구. 이 제품은 EMDR(안구운동 미감 소실 및 재처리 요법)이라는 의학치료 기법이라고 광고했지만 이 제품은 의료법상 의료기구로 등재되지 않은 일반 공산품에 불과했다. 의사의 처방도 없이 일반 공산품으로 의료 행위를 한 것이다.
도내 진천군과 음성군 내 학교를 중심으로 3억원 가량 집중 구입된 고가의 청소기도 논란이 됐다. 이 제품을 구입할 때 모 교육지원청 관계자가 일선 학교 행정실 직원을 불러 모은 뒤 해당 제품 소개서를 건네는 등으로 사실상 특정 제품 구입을 강요했다.
교단선진화 물품과 관련해서는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특정인의 독과점이 지적됐다. 복수의 일선 학교 직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1억8000만원에 상당하는 제품 리스트를 들고 학교에 돌아다니며 구매를 종용했다.
그리고 이렇게 작성된 학교의 현안사업요구서를 교육청은 거의 수용했다. 교육청 교단선진화 사업비는 연간 예산 규모만 수십억원이 넘는다.
구입 시기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선거를 앞두고 이 전 교육감이 사퇴하기 직전인 올 1월과 2월에 물품 구입이 대량으로 진행됐다. 특히 교육청 고위간부 C씨 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벌어지며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잇다.
군수는 안 되고 교육감은 된다?
이 전 교육감 출판기념회…교육청 조직적 동원지시
같은 혐의 정상혁 보은군수…2차례 소환수사 ‘대조’
출판기념회에 공무원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상혁 보은군수에 대한 2차례 경찰 소환 조사가 마무리됐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 15일 정 군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2시간 가량 조사한 뒤 귀가 조치했다. 이번 조사는 12일 1차 소환 조사에 이은 두 번째 소환조사다.
정 군수는 출판기념회 초청장 발송 때 군이 관리하는 다수의 군민 정보를 사용한 혐의로 입건된 상태에서 공무원에게 출판기념회를 준비하도로 지시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출판기념회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보은군 공무원 6명도 이미 입건된 상태다.
이 와중에 이기용 전 교육감 출판기념회에서 교육청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다.
이런 사실은 본보가 교육청 물품 구매의혹 취재과정에서 그 실체가 확인됐다. 본보는 취재를 통해 복수 이상의 관계자로부터 지난 1월에 있었던 이기용 전 교육감 출판 기념회 당시 학교별로 10인씩 의무적으로 참석하도록 교육청에서 조직적으로 강제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도내 모 교육청 관계자가 이기용 전 교육감 출판 기념회에 학교에 전화를 걸어 참석을 종용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물품구입과 출판 기념회 전화는 성격이 다르다”며 “모시고 있는 현직 교육감인데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전화를 한 것이다.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출판기념회에 참석을 종용한 것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
인사비리도 여전히 의혹
본보가 취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청주권과 가까운 학교는 10명, 그 이외 지역은 3명에서 5명까지 참석인원을 할당해 일선 학교에 통보했다. 참석 지시를 전달한 곳은 공통적으로 각 교육지원청 행정지원청 부서이며 각 학교 행정실 관계자에게 전달됐다. 또 일부 학교는 학교장이 직접 지시를 받았다고 하는 제보도 있었다.
이에 대해 수사기관의 형평성도 도마위에 올랐다. 교육계 관계자 D씨는 “이 전교육감 출판기념회에 7000명에서 8000명이 왔다는데 그중 자발적으로 온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이 교육감 자년 결혼식때도 외부에 알리지 않고 했다지만 사실은 교육청 관계자가 통장번호를 알려줘 축의금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혁 군수는 먼지 털 듯이 수사하지만 매번 이 전 교육감은 수사망에서 빠져 나갔다”며 “출판기념회나 교육청 인사 비리에서 보듯 너무 봐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D씨의 지적저첨 충북교육청 인사비리와 관련해 교육감은 기소조차 되지 않고 일선 공무원만 처벌을 받았다. 지난 4월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이관용 부장판사)는 "S 씨의 컴퓨터에서 추출된 문서에는 교육감이 국회의원 등 외부로부터 인사청탁을 받고 이를 지시, 이에 따라 처리된 것으로 보여지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며 "피고인들이 교육감 등의 지시에 따라 밀접한 관계인 공무원들을 승진시킨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곳곳에서 드러난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