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의무수입량 32만톤 초과 수입… 이유는 쌀 부족
3년 연속 부족…양곡관리법 개정 재고미·비출미로 해결


수입쌀 천국 된 대한민국
① 무너진 논 농사, 둑 터진 쌀 시장
청주시 옥산면 소로리.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출토된 지역이다. 소로리 볍씨가 발견되기 전에는 중국 황허지역에서 발견된 1만2000년 된 볍씨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탄소연대기 측정 결과 소로리 볍씨가 1만5000년 이상 된 것으로 판명되면서 벼를 재배한 인간의 역사는 새롭게 기록됐다.
인간과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같이 한 쌀은 현재도 세계인구의 60%가 주식으로 삼고 있는 곡물이다.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고 했다. 그만큼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다. 1975년 통일벼 덕택에 최초로 100% 쌀 자급을 이뤘다.
당시 한반도에서 벼 재배를 시작한지 3000년만의 쾌거라고 했다. 현재는 소로리 볍씨가 발견됐으니 1만5000년만의 쾌거라고 정정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쌀은 애물단지다. 농림축산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쌀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 이내로 축소됐다. 재계는 쌀이 보조금 먹는 하마라고 불평한다. 현재 정부는 쌀 한가마당 1만2000원 직불 보조금 외에 시중 가격이 17만4000원에 미달하면 그 차액만큼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 와중에 정부는 지난 7월 18일 쌀 관세화 도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는 관세만 내면 아무나 외국 쌀을 수입해 팔 수 있게 된다. 농민단체들은 정부 정책이 농업과 농민을 고사시킬 뿐만 아니라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 반발한다.
그들은 최근 3년동안 쌀 자급율이 80%대에 머문 사실에 주목한다. 또 의무수입량(MMA)으로 수입된 쌀을 포함해도 실제로 쌀이 부족한 사태에 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식량자급율이 겨우 22%에 불과한 나라에서 그나마 자급율이 높은 쌀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은 식량자급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7월 18일 농림축산식품부 이동필 장관은 브리핑에서 “쌀이 우리 농업 및 농촌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하여 정부는 그동안 농업계 의견 수렴을 거치고 관계부처와 검토한 결과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관세화가 불가피하고도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및 2004년 쌀 협상 결과에 따라 예정된 대로 2015년 1월 1일부터 쌀을 관세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쌀은 개도국 특별대우를 인정 받아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통해 20년간 관세화를 유예하고 그 대가로 일정 물량의 외국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이에 따라 1995년 5500톤이 수입된 것을 시작으로 올해 40만9000톤이 의무 수입됐으며 5%의 관세가 부가됐다. 수입된 쌀 40만9000톤은 20113년 국내 소비량의 9%이며 관세화 후에도 계속 5% 관세율로 수입이 허용된다.
정부는 “관세화 유예의 대가로 쌀 의무수입물량을 이미 40만9000톤까지 늘렸다”며 “관세화를 추가로 미루고 그 대가로 의무수입물량을 늘릴 경우 쌀 수급균형을 위해서는 국내생산이 감소돼 오히려 식량자급률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것을 들었다.
쌀 부족 은폐해놓고...
정부가 내세운 논리는 국내 쌀 소비량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수입량이 증가하는데 불구하고 국내생산이 감소되지 않으면 공급 과잉으로 국산 쌀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고 이는 생산량의 감소로 이어진 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세화 후에 고율의 관세율 확보로 현행 의무수입물량 외 추가 수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반면 전국농민회등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중요한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2012년 우리나라의 수입쌀 의무도입량은 36만톤에 불과 했으나 정부는 오히려 62만5000톤을 수입했다”며 “이는 국가적인 쌀 부족 위기를 숨기기 위한 꼼수였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농민단체들이 이야기 하는 쌀 부족 위기의 근거는 무엇일까. 농림축산부 발표에 따르면 2011년 국내에서 전체 소비된 쌀을 100으로 기준했을 때 그해 생산된 국내산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83%, 수입된 쌀은 6.3%를 차지했다.
2012년에는 국내 생산 86%, 수입 쌀 9%였고 2013년에는 국내 생산 89%, 수입산 8.1% 등 국내 소비량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체는 그동안 각종 통계 추이를 근거로 2014년에는 수입산과 국내 생산된 쌀을 다 감안해도 전체 소비량의 7.7%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통계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쌀 부족 사태를 겪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쌀 값 폭동과 같은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 기간동안 피부로 쌀 부족을 체감한 국민도 없다.
농민단체는 여기에 정부의 양곡관리법 개정이라는 꼼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2009년 10월 정부는 수입쌀과 국내산 쌀의 혼합, 그리고 묵은 쌀과 햇쌀을 섞어서 판매할 수 있도록 양곡관리법을 개정했다.
혼합쌀 광고가 등장한 이유
2010년 당시 농림수산식품부는 “2009년산과 2010년산 혼합쌀을 맛보세요. 2010년산 단일쌀에 비해 맛에서 뒤지지 않습니다. 2009년 쌀은 2010년에 비해 잘 여물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혼한 쌀밥을 맛있게 지어 드세요. 정부 광화문청사 등 전국의 주요 공공기관 구내식당에서도 혼합쌀을 먹고 있습니다”라며 혼합쌀 광고에 나섰다.
정부의 광고대로 전해 생산된 재고 쌀이 햇쌀과 섞여 팔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잘 알지 못했다. 그 이유는 포장에 표기되는 표기법 때문. 20Kg 이상 포장지는 24포인트 크기, 10Kg 이하는 12포인트 크기로 혼합 비율만 표기하면 됐다. 이정도 작은 글씨로 표기된 제품의 상세정보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산 쌀만 혼합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산 쌀과 수입쌀도 혼합 판매가 허용됐다. 그런데 이것은 기존의 수입쌀 판매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수입쌀이 명시된 포장지가 아니라 새로운 포장으로 교체해 새로운 상품명으로 판매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산 칼로스 95%에 국산 찹쌀 5%가 혼합된 쌀, 중국산과 미국산이 같은 비율로 혼합된 쌀 등이 ‘자연맛쌀’, ‘논두렁애’, ‘고향진미’와 같은 새로운 포장으로 판매가 됐다.
또 지난 3년간 정부는 비축미를 2/3가격에 시중에 공급했다. 농민단체는 그중의 상당수가 햅쌀과 섞여서 팔렸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2012년에는 의무도입량 수입쌀을 연간 최소시장접근 물량의 2배에 가까운 62만 톤을 수입했다. 이렇게 70만 톤의 묵은쌀과 의무도입량 이외 추가 도입된 수입쌀 30만 톤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쌀 대란은 피하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