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빈자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 꽃동네 방문후기
“1시간 내내 장애인들 일일이 안수했다”감동전해

“교황님과 처음 만나는 순간 인자하시고 겸손하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안아주실 때마다 우리를 정말 많이 사랑하시는 구나,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리를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박영식 꽃동네 수사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꽃동네를 방문할 때 현장에 있었다.

박 수사는 “아직까지 꽃동네 가족들은 만남의 여운이 계속되고 있다. 16일 예정된 토요일 미사가 교황방문으로 미뤄져 일요일에는 특별미사가 하루 종일 계속됐다. 꽃동네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꽃동네 가족들이 들떠있는 건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 교황은 16일 꽃동네를 방문에 사랑의 연수원에서 모인 80명의 장애인들을 일일이 안아주고, 안수했다. 한 사람도 소홀하게 여기지 않다. /사진=교황방한위원회 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16일 4시 30분쯤 꽃동네에 도착해 3시간 가량 머물다 떠났다.
장봉훈(천주교 청주교구장) 주교는 환영사에서 “꽃동네 방문을 꽃동네 가족과 충북을 대신해 감사드린다”며 “먼 이곳까지 와서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장애아동들을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사랑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16일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망의 집에서 꽃동네 장애인들을 한 시간 가량 만났다. 이후 태아동산에서 생명보호를 위한 기도를 한 뒤 5시 30분 사랑의 연수원에서 4000여명의 한국 수도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봉헌 생활에서의 청빈은 방벽이자 어머니”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후 오후 6시 평신도 사도직 단체 대표들과의 만남에서는 “우리 사회의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에게 주님을 모셔다 드리는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80명의 장애인들 모두 축복해

워낙 꽃동네의 장애인들을 30분 만나고, 사랑의 연수원에서 한국 수도자들을 1시간 정도 만나려고 했지만 장애인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 사랑의 연수원에서 모인 80명의 장애인들을 교황은 일일이 안아주고, 안수했다. 한 사람도 소홀하게 여기지 않다.

이날 교황을 만난 김일환(레오비노)씨는 “항상 웃으셨던 미소가 생생하다. 1시간 정도 계속 서 계셨다. 앉으시라고 몇 번이나 권유했는데 그냥 서 계셨다. 교황님은 무슨 연유인지 내 앞에서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다. 그 황홀한 느낌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일환(레오비노)씨는 꽃동네에 들어온 지 7년차다.

꽃동네에는 2100여명의 장애인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 가운데 교황을 만났던 이들은 꽃동네 내의 장애아동과 희망의 집 식구들, 노인요양원 등에서 명단을 추렸다. 신앙심이 있고, 교황을 만나기를 갈망하는 사람들로 모았다고.

지적장애가 있는 11명의 아이들은 노래에 맞춰 연습한 율동을 4분 정도 교황에게 보여줬다. 아이들은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연습했다고. 전신마비가 있는 한 여성은 4개월간 발가락으로 수를 놓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상화를 선물했다.

박 수사는 “교황님께서 정성을 다해서 축복해주시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보이는 특별히 관심을 보여주셨다. 천주교 신도들도 양쪽 길 5m내에서 교황님을 봤는데, 친히 손을 흔들어줬고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연신 그 모습을 담았다. 로마 교황청 소속 경호원들은 아이를 보면 연신 교황님 앞에 데려다주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교황의 이번 꽃동네 방문은 교계 내부에서도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꽃동네는 38년 역사를 갖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장애인 수용 시설이다. 꽃동네는 그간 외연을 무리하게 확장하다 법정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장애인 인권을 두고 일부 장애인단체들은 “꽃동네 시설은 장애인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며 교황 방문을 앞두고 명동 성당 앞에서 시위를 계속하기도 했다.(상자 기사 참조)

박 수사는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공식방문은 꽃동네 시설방문이 아니라 청주교구 사목 방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천주교 역사에서 청주교구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빈자들을 위한 ‘빈첸시오회’를 처음 만들었고, 최초의 장애인 학교인 성심학교도 설립했다. 꽃동네도 청주교구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주교회의를 통해 청주교구를 방문해달라는 의견이 일치를 봤고, 그래서 방문이 결정됐다. 사적인 라인으로 꽃동네 방문이 결정된 게 아니다. 방문준비위원회 70명의 신부들이 있고, 이들이 결정한 것이다. 4000명의 수도자들이 한꺼번에 모일 수 있는 시설도 마땅치 않기도 하다. 이번에 꽃동네 방문이 결정 나자 일부 장애인단체들이 명동성당 앞에서 시위를 벌였지만 공식적으로 꽃동네 측에 전화 한통 건 적이 없다.”

지난해 8월 오웅진 신부를 비롯한 사제들은 로마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에 꽃동네 분원을 설치하기를 희망해 2차례 꽃동네 측과 만남을 가지려고 했지만 2번 다 일정이 바뀌어 취소되기도 했다. 지난해에서야 처음 대변하게 된 것이다. 아르헨티나 분원은 아직 협의가 되지 못했다. 꽃동네는 전 세계 10개국에 15개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박 수사는 “우간다에는 시설이 2군데 있는 데 에이즈 고아들과 행려 병자들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꽃동네가 펼치고 있는 사업은 전세계가 내용이 같다”라고 설명했다.


“꽃동네 장애인은 수도자가 아니에요”
초대받지 않는 장애인들, 당일 경찰에 에워싸이기도

장애인 자립을 추구하는 다사리학교 송상호 교장은 16일 음성 꽃동네를 장애인 6명과 찾았다가 몹시 불쾌했다.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걸고 조용히 침묵시위를 하려고 했는데 정복을 입은 경찰로부터 저지를 당했다. 이들이 내건 플래카드의 내용은 “장애인은 구도자가 아닙니다. 장애인은 꽃동네서 떠나고 싶습니다. 장애인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였다.

▲ 초대받지 않는 또 다른 장애인들은 이날 5분 만에 꽃동네 행사장에서 쫓겨났다.

도착하자마자 5분 만이었다. 송 교장은 “검색대가 있는 곳까지는 사전에 비표를 받지 않아도 누구나 출입이 가능했다. 하지만 경찰들은 사유재산과 경호법 위반이라며 쉼터에 쉬고 있는 장애인들을 내쫓았다. 장애인들이 무슨 총을 든 것도 아닌 데 과잉대응하는 모습에 화가 많이 났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유재산 지역에 주거 침입이라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행사장 500m내에 들어온 것이 경호법 위반이라는 것은 이해가 안 갔다. 경찰들은 미리대기한 리프트차로 장애인들을 실어 날랐고 어느 시설에 차를 세웠다. 고속도로도 꽃동네 사유지라고 해서 국도로 한참 돌아서 청주에 도착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장애인 시설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시설장애인은 자기의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수도자가 원하는 삶을 살게 돼 있다. 꽃동네에서 나왔던 분도 이번 시위에 참여했다”라며 “교황의 꽃동네 방문으로 장애인 수용시설을 전세계적으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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