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국립환경과학원·변재일의원 측정결과 한계지적
공개측정 사업장 인위적 조절 가능…불시·반복조사 필요

▲ 지난 8월 11일 변재일 국회의원이 오창과학단지와 청주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디클로로메탄 배출농도에 대한 국립환경과학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변 의원은 기준치 이내로 나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했지만 환경전문가들은 조사의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국립환경과학원과 변재일의원실이 공동으로 발표한 오창과학단지와 청주산업단지에 대한 디클로로메탄 측정 결과에 대해 환경전문가들이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환경전문가들은 허용 기준치 범위 내로 나타난 측정 결과는 다행스럽지만 사전에 측정일시가 공개되고 풍향이나 기압상태 등이 고려되지 않아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윤근(원진녹색병원부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 박사는 공개 측정이 가지는 한계를 지적했다. 이 박사는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측정일이다”며 “측정일이 사전에 결정되면 공장을 가동할 때 자체적으로 사용량을 조정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배출량이 인위적으로 감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객관적인 측정을 위해서는 불시에 사업장을 방문하여 측정해야하며, 그것도 한번이 아닌 여러 번 반복하여 측정해야 한다”며 “ 그래야만 그 결과가 평소의 객관적인 노출 상황을 반영할 수 있고, 그 측정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측정일시가 사전에 공지된 문제 뿐만 아니라 여러 제한점들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지적됐다.

이 박사는 “측정일이 사전에 정해진 문제 외에도 채집된 샘플 수가 적어 기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거지역에서 오염농도를 측정할 때는 불특정일 동안 여러 번 측정을 반복해야 한다”며 “공기가 정체될 수 있는 저기압 상태와 같은 농도가 가장 높아질 수 있는 상황(Worst case) 예를 들면 )이 측정과정에서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국립환경과학원은 우천을 이유로 측정시점을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계획은 7월 16일부터 18일가지 3일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국립환경과학원은 우천을 이유로 24일까지 기간을 연장했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비가 오는 것은 저기압 상태지만 일반적으로 측정장비가 비에 맞으면 안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작업이 수반돼 측정하지 않을 수 있다”며 “측정 연기가 신뢰도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건강영향 평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측정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24시간 동안 장시간 동안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번 나누어 측정함으로써 단시간 고농도 상태, 즉 주민들이 특히 악취가 심하다고 느끼는 특정 시간 등의 가능성도 평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풍향조차 고려 안돼

측정지점이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병순(충북발전연구원, 환경시스템) 박사는 “ 디클로로메탄은 휘발성 물질이므로 농도측정은 측정지점의 위치(거리, 방향, 고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변재일 의원이 발표한 자료는 이러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디클로로메탄 측정을 한 7월은 청주지역은  주로 남서풍이 불었다”며 “측정지점인 양청중학교는 배출원인 (주)셀가드코리아로부터 서쪽 방향에, 송정동주민센터는 배출지점인  (주)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배 박사는 “측정지점인 각리중학교는 배출지점인 (주)더블유스코프코리아로부터 바람 영향권에 포함되어 있지만  휘발성이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측정지점의 높이를 다양화 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리중학교 보다는 중간에 위치한 아파트단지에서 측정하는 것이 보다 적절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윤근 박사와 마찬가지로 측정시기를 공개한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배 박사는 “측정시기를 미리 공지하고 조사를 한 것도 한계점이다”며 “조사대상 업체는 배출저감장치를 설치한 업체로서 배출저감장치의 운영 상황에 따라 배출량, 배출농도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조사시기를 미리 알려줬기 때문에 배출업체에서는 배출저감장치를 최상의 조건으로 운영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사결과는 평상시의 배출상태가 아니라 최적의 운영조건에서 나온 것이라고 여겨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가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몇가지 보완 지점이 필요하다.  이윤근 박사가 제기한 공개 측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 배출 사업장이 평상시에 사용한 디클로로메탄의 사용량과 제품 생산량 정보가 우선 공개돼야 한다.

이를 토대로 측정일과 평상시에 사용한 용량을 비교하면 해당 기업이 인위적으로 배출 수치를 조절했는지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다.  만약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수치가 일상적인 환경과 동일한 상태에서 측정됐다면 전문가들이 지적한 신뢰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 될 수 있다.

배명순 박사도 “ 이번 조사결과 자체에 대한 의구심은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닐 것이다”며 “조사 시기를 미리 알려 준 것, 조사지점이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 1개 배출업체에 대하여 1개 지점만을 조사한 것 등 많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특정 시기가 아니라 상시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바람의 영향과 물질의 특성을 고려해서 조사지점을 선정해야 하며 조사결과에 대한 공개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디클로로메탄 측정 어떻게 진행됐나?
변재일 의원 공개 제안, 7월 16부터 24일까지 진행
배출회사 굴뚝 3곳, 3개지역 측정…결과는 ‘기준치내’

오창지역과 청주산단지역에 대한 디클로로메탄 공개 측정은 변재일 의원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지난 7월 8일 변 의원은  충북지사 선거에서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청주·오창 지역 '발암물질' 배출 논란과 관련해  "과학적으로 해결하자"며 주민 공개 측정을 제안했다.

변 의원은 같은 날오창읍에서 국립환경과학원과 주민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디클로로메탄) 재측정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진행마며 이같이 제안했다.

이에 따라 국립환경과학원은 7월 16일부터 18일까지 측정계획을 마련하고 공개 측정을 진행했다.  변 의원은 국립환경과학원의 측정 결과가 나온 지난 8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결과를 발표했다.

변 의원은 “ 측정결과 더블유스코프코리아(주), (주)셀가드코리아, SK이노베이션 등 3개 사업장의 경우, 굴뚝 배출농도가 0.1~12.18ppm 수준으로 국내 배출 허용기준 50ppm을 모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수치는 2012년 0.1~138ppm 대비 1/11 수준으로서 2013년 5월, 스마트협약 체결 이후 배출저감노력이 일정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변 의원은 “다만 SK이노베이션 청주공장의 경우, 12ppm으로 배출기준 50ppm을 충족하지만 2012년  0.8ppm에 비해 오히려 배출량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배출사업장 인근 주거지역의 경우, 청주는 불검출 되었고 오창 각리는  0.00093ppm 수준으로 측정됐다”며 “이는 WHO의 권고기준인 24시간 0.728ppm의 1/780에 불과하다”며 “ 평생동안 흡입해도 인간에게 유해한 영향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농도인 미국‘흡입노출참고치 1/180 이하 수준”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