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리, 관광시설 없이 목욕탕만···약수 양 줄고 본래모습 잃어 ‘걱정’
道 ‘세종대왕 초정 르네상스 사업’ 국비 요청했으나 정부 ‘관심 밖’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에는 초정약수가 있다. 초정리 광천수와 미국의 샤스터, 영국의 나포리나스는 세계광천학회로부터 세계 3대 광천수로 선정됐다. 구체적으로 몇 년도에 선정했다는 기록은 없으나 이 말 만큼은 많이 알려졌다. 그리고 ‘동국여지승람’과 ‘조선왕조실록’ 등의 자료에 의하면 세종대왕께서 세종 26년 1444년에 두 차례에 걸쳐 123일간 머물며 눈병을 고쳤고, 세조 임금 역시 이 약수로 피부병을 고쳤다고 한다.
덕분에 초정리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현재 초정리는 지저분하고 정리되지 않은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 관광시설이 없기 때문에 목욕탕을 이용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고, 이 마저도 크게 줄었다. 이러던 차에 충북도·청주시가 초정약수와 세종대왕에 초점을 맞춰 ‘세종대왕 초정 르네상스 사업’을 기획했다.
도 관계자는 “올 초에 2014 현안사업 발굴 회의가 있었다. 문화관광국에서는 초정에 세종대왕 행궁을 재현하자는 안을 올렸다. 아직 행궁의 위치가 불분명하고 고증자료가 없어 복원은 어렵고 재현쪽으로 제안했다. 그러자 지사께서 행궁 건립은 너무 단조로우니 관광지로 확대해 큰 그림을 그리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후 충북도는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에 타당성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이시종 지사와 이승훈 청주시장은 6·4 지방선거 때 각각 이 사업을 하겠다며 공약에 넣었다.

도 관계자는 “세종대왕을 매개로 하는 사업이니 국비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문체부·기재부를 설득해왔으나 어렵다. 정부는 지방사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얼을 살리는 일이라 국비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있는 건물 리모델링해서 쓰는 건 권장하나 새로 짓는 건 반대한다”면서 “정 안되면 국회 예산심의 때 쪽지예산이라도 들어가게 하려고 노력중이다”고 설명했다.
행궁·르네상스관·치유의 숲 등 계획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이 만든 연구용역서에 의하면 “세종은 안질을 심하게 앓자 대신들이 초정약수를 추천했고, 세종은 한글창제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급성 때문에 관련자료를 갖고 초정으로 내려왔다. 1444년 봄·가을 두 번에 걸쳐 초수리에 행궁을 짓고 123일간 요양했다”며 “초정리는 인근에 청주국제공항 등 편리한 교통망과 운보의 집·상당산성·증평 율리휴양촌 등 주변에 문화관광 자원이 풍부하다. 초정 르네상스 사업은 이 곳을 세종대왕 행궁과 연계한 문화관광 콘텐츠 및 르네상스 성지로 특화”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초정 르네상스 사업의 요지는 행궁 재현, 르네상스관 건립, 치유의 숲 조성, 그 외 연계사업이 있다. 행궁은 원탕 일원에 외정전, 내정전, 욕실전각, 수라간, 동군영, 서군영 등의 모습을 재현하는 게 골자. 행궁 위치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분분해 복원이 아니라 재현한다는 것. 그리고 르네상스관은 원탕 옆 폐공장 부지 에 세종대왕이 펼쳐왔던 르네상스 꿈을 집대성하고 특화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북아트센터와 세종대왕 리더십아카데미가 들어있다. 리더십아카데미는 청소년·직장인·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세종대왕 치유의 숲은 원탕 주변에 물, 생태, 자연환경을 활용한 치유공간을 조성한다는 방안.
그러나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물에 대한 내용은 간단하다. 초정약수가 있기 때문에 세종대왕도 행차했던 것이나 세종대왕에 관한 거창한 계획에 비하면 빈약하게 느껴진다. 연계사업으로 초정약수 종합관리센터를 설립해 지하수 보존·관리·공급을 총괄 운영하고 민간인 소유 공장·목욕탕·식당 등을 관리하며 물사용 기업의 기부금·세금을 초정약수 보존사업에 쓰도록 한다는 것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 용역은 하나의 안(案)이다. 정부에서 실시설계용역비를 받으면 다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도민들은 이 사업이 이름만 화려할 게 아니라 초정약수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세종대왕의 얼을 살려내는 계기를 만들어주길 바라고 있다.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 하려면 제대로 하자
하다 말다 반복···본질인 ‘물’ 살리기 외면 ‘문제’
청주·청원통합 전 청원군은 ‘청원생명축제’와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를 대표 축제로 육성해왔다. 그러나 초정약수 축제는 폐지와 부활을 반복해왔고, 예산면에서도 홀대를 받아왔다. 생명축제가 15억원인데 반해 초정약수 축제는 2억원에 불과했다.
내수읍 주민자치위원회는 1999년 이 축제를 처음 시작했다. 그런데 2000년까지 하다 중단됐다가 2006년 민선3기 오효진 군수가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를 열고 2009년까지 계속했다. 하지만 민선4기 김재욱 군수가 취임한 뒤 이 축제를 내수읍에서 주최토록 하고 명칭도 ‘초정약수축제 및 내수읍민의 밤’으로 바꿨다. 규모도 축소됐다. 대신 김 군수는 청원생명축제를 새로 시작한다. 이후 민선5기 이종윤 군수가 취임한 뒤인 2011년 다시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를 부활시켰다.

초정약수축제 내용은 세종대왕 어가행차, 초정 씨름왕 선발대회, 도전 세종벨!, 지역 예술단 공연, 콘서트, 백일장 등의 행사와 궁중의상·가죽공예·목공예·초정광천수 체험 등. 아쉬운 것은 축제기간 동안 초정약수의 본질인 물을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즐기는 일에 열중했지 물을 살리는 사업에는 예산을 투자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한 주민은 초정약수축제 발전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몇 만명이 다녀간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약수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바람에 약수의 양은 줄어들고, 톡 쏘는 성분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약수가 고갈되고, 본래 성분도 잃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이런 점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제 초기인 1999년부터 예산의 일부를 떼어 약수를 보전하는 일에 힘썼다면 10년이 넘은 지금쯤은 뭔가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행사 위주로 해왔기 때문에 남는 축제가 되지 못했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반응들이다.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는 ‘청원생명축제’와 함께 통합 후에도 청주시에서 매년 개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승훈 시장은 “초정약수 축제를 통합시에 걸맞는 축제로 격상시키고 역사적 고증을 거쳐 제대로 해보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앞으로는 한 번 보고 써버리는 식의 축제보다 초정의 본질인 물을 살리면서 세종대왕의 얼을 기리는 축제가 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