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기환송에 서울고법 원고 패소 판결…5년 법정 공방 일단락
중앙산업개발, 소유권 반환소송 진행…
<비하동 유통업무설비지구 분쟁 새 국면>
중앙산업개발청주시의 무책임한 행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토지소유자 간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땅에 대해 청주시가 한쪽 주장만을 믿고 섣불리 건축 인허가를 해준 것이 화근이 됐다. 문제의 토지는 비하동 유통업무설비지구로 현재 롯데아울렛과 롯데마트가 운영 중이다.
최근 최초 사업시행자 중앙산업개발이 법원으로부터 피해사실을 인정받자 이를 근거로 청주시를 비롯해 롯데쇼핑, 리츠산업 등을 상대로 반격에 나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중앙산업개발이 예고한 소유권반환소송에서 중앙산업개발이 승소할 경우 건축물 철거를 요구할 것으로 나타나 롯데아울렛과 마트가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한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청주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산업개발은 최근 서울고등법원으로 진행된 파기 환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이 소송은 소유권이전등기소송으로 리츠산업이 제기한 한 것이다. 비하동 유통업무설비지구 사업시행자로 알려진 리츠산업이 이전 사업시행자인 중앙산업개발을 상대로 약속했던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이었다.
리츠산업의 주장은 롯데로부터 받은 사업비 중 일부인 26억여원을 지불하고 중앙산업개발이 가지고 있는 사업에 관한 권리를 모두 인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중앙산업개발이 약속했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변경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리츠산업의 주장이다. 2009년 시작된 이 소송은 법원이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리츠산업의 손을 들어주며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였지만 지난해 대법원에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되돌려 보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그러는 사이 청주시는 시공사인 경동건설이 롯데아울렛과 롯데마트가 들어선 주요건물에 대한 건설공사를 승인해주었다. 중앙산업개발은 당시 청주시에 토지소유관계의 문제점을 들어 건설 인허가 중지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서울고법에서 진행된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지금까지의 재판결과를 모두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리츠산업이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에 대해 청구를 기각하고, 1심 판결 가운데 중앙산업개발과 관련된 판결을 모두 취소했다. 다시 말해 중앙산업개발의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리츠산업이 중앙산업개발에 26억원을 지불하고 권리를 모두 인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개발과 운영에 따른 이익이 26억원 크게 웃도는데다 그 돈은 양도양수비용이 아닌 사업진행에 사용됐다는 점을 확인해 리츠산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주시에 50억원 손해배상 청구
중앙산업개발의 반격이 시작됐다. 중앙산업개발은 먼저 지난달 31일 청주시에 비하동 유통업무설비지구 인허가 취소 및 영업정지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법원의 판결이 중앙산업개발의 토지소유권을 인정했기 때문에 토지주의 동의없이 건축된 시설물의 인허가를 취소하라는 것이다. 진정내용에 대해 청주시는 관계 부서와 협의해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중앙산업개발이 제기한 건축 인허가와 임시사용승인 등의 절차상 문제점에 대해서는 행정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시작은 토지수용부터다. 당시 절반 이상의 토지를 리츠산업이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협의매수가 되지 않은 중앙산업개발의 토지를 강제 수용하도록 결정한 것은 적법한 행정절차에 따른 것이었다. 임시사용승인도 토지수용권 분쟁의 연장선상으로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중앙산업개발은 이와 함께 청주시를 비롯해 롯데쇼핑, 경동건설, 리츠산업을 상대로 5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진행 중이다. 김상빈 중앙산업개발 대표는 “일부금액이 50억원이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손해금액을 산정하고 소송금액도 이에 따라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997년 개발에 들어간 이곳은 인허가 상 문제는 물론 “청주지역에 더 이상 대형마트 입점은 안된다”는 여론에 부딪혀 답보를 거듭하다 지난 민선5기에 와서 급속도로 진행된 사업이다. 이런 이유로 특혜논란이 일기도 했고, 인허가에 관여한 일부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중앙산업개발은 이들 관계공무원에 대해 뇌물수수와 수뢰 후 부정처사,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며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재판결과로 이들에 대한 소장도 다시 접수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빈 중앙산업개발 대표
5년여의 법정공방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김상빈 중앙산업개발 대표는 청주시의 행정에 대해 억울함 그 이상을 표출했다. 그는 “17년동안 사업을 진행했는데 청주시는 중앙산업개발을 모른다고 위증했다. 그로 인해 돌고 돌아 이제야 제자리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의 땅을 도둑질했는데 롯데는 그걸 사들였으니 장물애비나 다름없고, 이를 방관 또는 묵인한 청주시도 공범이다. 정당하지 못한 짓을 한 사람들이 수습해야 할 일이다. 그들이 책임질 수 있도록 모든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종 목표는 자신이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 롯데아울렛 등 상가건물을 철거하는 것이다. 또한 관계공무원들의 부적절한 개입도 밝혀낼 계획이다. 김 대표는 “초기투자금만 100억원 이상 투입됐다. 이후로 적지 않은 금융비용까지 들어갔고, 17년간 묶인 기회비용까지 따지면 손해액은 수백억원대가 될 것”이라며 “권리를 모두 찾기까지는 아직도 1년 이상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과 다른 점은 법원이 중앙산업개발의 권리를 인정했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초 중앙산업개발은 유통업무설비지구를 개발해 반으로 나눠 한쪽은 대형마트를 입점시키고 나머지 땅은 직접 유통사업을 벌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롯데 측이 사업파트너로 내세운 시행사가 중앙산업계발과 협의없이 3블럭으로 전환해 현재는 유통업무설비지구 내 대부분의 부지를 롯데가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피해액이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이 중앙산업개발과 협의하지 않은 사업파트너의 과실을 인정해 약정 해제 사유가 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현재 건축물은 남의 땅에 허락없이 지은 불법건축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롯데가 퇴출될 가능성도 함께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