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70% 이상 콘서트 등 일반행사 지원…무술 관련 예산·프로그램은 해마다 줄어
올해 무술축제는 오는 28일 개막해 내달 1일까지 5일간 충주세계무술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1998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세계무술과 문화의 만남’이란 주제로 한국의 전통무술인 ‘택견’의 세계화를 위해 개최되고 있다.

문제는 2011년까지 (사)세계무술연맹(무술연맹)이 주관했던 무술축제를 2012년부터 중원문화체육관광진흥재단(중원문화재단)이 함께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무술연맹은 이 행사의 무술관련 프로그램의 운영을 맡고 있고, 중원문화재단은 개·폐막식과 콘서트, 읍면동 프로그램, 체험부스 설치 등을 책임지고 있다.
시는 올해 무술축제 총 예산 14억 7800만 원 중 무술연맹에 전체 예산의 28%에 불과한 4억 1500만 원을, 중원문화재단에는 이보다 2배가 훨씬 넘는 10억 6300만 원을 각각 배정했다.
예산의 70% 이상을 중원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일반행사에 지원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무술연맹이 진행하는 무술 관련 프로그램은 매년 줄어드는 등 정작 무술축제의 주가 돼야 할 무술이 소외되는 상황이다.
이원화 구조 개선 여론
더욱이 시는 무술연맹에 지난 2011년 6억 1000만 원을 지원했지만 2012년 5억 6000만 원, 지난해 4억 6000만 원, 올해 4억 1500만 원을 지원하는 등 매년 지원금을 줄이고 있다.
이렇다보니 축제 주인공인 무술 프로그램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무술연맹이 단독으로 추진했을 당시 개최됐던 11개 프로그램 중 3개 프로그램은 예산부족으로 아예 무술축제에서 자취를 감췄다.
인기를 끌었던 이종격투기대회는 중원문화재단이 참가한 2012년 곧바로 사라졌고, 마상무예와 택견 고수의 향기 등 프로그램도 제외됐다.
무술연맹 지원 예산은 외국무술단체 초청, 체재비, 숙박비 등으로 사용하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빠듯한 실정이다.
여기에 축제 진행이 2개 단체로 이원화되다보니 행사 일정을 조정하는 문제도 시와 두 단체가 함께 만나 논의해야 하는 등 전반적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시민들은 무술축제 주인공인 무술이 일반행사에 밀려 본래 축제의 취지와 의미가 퇴색됐다고 말하고 있다.
시민 김모씨(45)는 “무술축제에서 무술 관련 행사가 줄어들다보니 무슨 행사를 하는 것인지 의아하고,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며 “일반 프로그램을 늘리기보다 본래 축제의 취지인 무술프로그램을 홍보하고 개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무술축제의 주인공은 무술이어야 한다”며 “무술축제의 성공적인 자리매김을 위해서 현재의 이원화된 구조를 개선해 본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는 원활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구조를 이원화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무술연맹은 축제 운영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런 이유로 무술축제를 원활하게 치를 수 있는 중원문화재단을 2012년부터 참여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들어 외국인 무술 단체들이 자비를 들여 무술축제에 참여하고 있다”며 “실정에 맞게 예산을 배정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길형 시장이 성격이 비슷한 축제와 선심성, 생색내기 행사를 통합하거나 축소·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앞으로 진행과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조길형 시장 “각종 축제 통·폐합”
조 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유가와라정 얏사축제에 초대받아 많은 것을 배우고 왔다”며 “우리 충주의 축제도 배울 것은 배우고, 고칠 것은 고쳐나가는 ‘변화’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얏사축제는 전체 인구 2만 8000여 명 중 9%인 24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축제로 무엇보다 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해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비슷한 시기에 열렸던 충주호수축제와 비교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수축제는 중부권 최대 여름축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시민들의 참여는 일부에 국한되지 않고, 심지어 물에 발 한번 담그지 않고 지나치는 방문객도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이런 문제는 호수축제에만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계무술축제 등 지역의 대표 축제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해 운영방식 자체를 바꿔가는 것이 해답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시장은 “그동안 시의 각종 축제가 분산 개최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올해 말까지 각종 축제를 냉정하게 평가해 성격이 비슷한 축제는 과감히 통합하고, 선심성 축제는 폐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수많은 축제들이 어떤 평가를 받아 통합과 폐지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