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층 10년간 공실로 만성적자…출구전략으로 선택
관망타워로 건설하고도 운영 안 해…“공공성 없다” 비판

한때 청주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명암타워가 점점 시민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는 분위기다.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수상 구조물, 꼭대기 관망탑 등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타워 내 대부분의 상가가 수년간 주인을 찾지 못하고 공실로 방치되고 있는 처지다.

최근에는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명 화상경마장이라고 불리는 마권장외발매소 유치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누적투자액이 100억원 이상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지역사업가에 대한 동정 여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운영상의 문제로 가장 중요한 시설인 관망탑마저 운영되지 못하고 있어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혜 의혹에, 약속이행도 안 해
명암타워 조성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자유치 사업으로 명암저수지 인근 일대에 관망타워를 세워 인근 어린이회관 동물원 등과 연계한 레저테마휴식공원으로 조성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2003년 완공된 명암타워는 상상했던 모습과 달랐다. 당시 청주시의회는 명암타워가 당초 승인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에서 스카이라운지 위주의 관망탑으로 허가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도시계획사업 실시인가가 진행되면서 일반 음식점 등으로 용도가 변경돼 특혜 의혹이 일었고 결국 식당을 줄이고 관망탑 시설과 전시실, 회의실 등 공공면적을 늘려 어렵게 준공절차를 밟았다.

명암타워는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청주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민간이 초기 투자액만 100억원 이상을 투입한 명암타워는 민간투자자인 수탁관리자가 20년간 무상으로 사용하고 청주시에 기부채납하는 것으로 돼있다. 올해가 11년째다. 하지만 지난 11년간의 기록은 청주시나 수탁관리자 모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지하 2층 지상 13층(옥탑 2개층)으로 이뤄진 명암타워는 현재 1층 컨벤션센터와 12층 커피숍만이 운영되고 있다. 당초 건설목적인 관망탑은 사라진지 오래다. 운영상 어려움이 있어 폐쇄했다는 것이 수탁관리자 측 설명이다. 명소가 될 것이라는 10년 전 기대도 함께 사라졌다. 감사원의 지적까지 받으며 약속한 공공성이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도심 속 휴식 공간 사라질라
수탁관리자도 할 말은 있다. 당초 43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계획됐지만 건축규모가 확대되면서 초기 투자액만 100억원 이상 소요됐다. 이후로 지난 10년간 컨벤션센터로 활용되고 있는 1층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임대사업을 하지 못해 자금난을 겪어왔다. 최근에는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철강회사도 부도처리됐다. 수탁관리자 J씨는 “상상 이상의 유지비용이 들어갔다. 공공성도 목적이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와 민간투자업체의 수익도 고려해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청주시에 따르면 2023년 명암타워는 청주시의 소유가 된다. 이후에는 입찰을 통해 관리자가 정해지게 된다. J씨에게 주어진 시간은 9년 뿐이다. J씨가 지난해부터 마권장외발매소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단순히 수익성만 따져서 마권장외발매소를 유치하려는 것이 아니다. 명암동, 산성동 등 인근 주민들의 소득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일대가 명소가 될 것이다. 일부에서 걱정하는 주차장 문제도 해결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시각은 다르다. 그렇지 않아도 사업 추진 당시 공공성이 크게 훼손된 데다 상업지역에서도 기피하는 시설을 유치하려는 데 대해 반발이 거세다. 인근 주민 A씨는 “명암타워에는 관심없다. 명암저수지를 끼고 올라가는 길에는 아침·저녁으로 운동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곳에 마권장외발매소가 들어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나마 도심 속 유일한 휴식공간도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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