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학교 안의 분쟁, 해결할 방법이 없다
“아이들 비위 건들지 마라”예방지도만 있을 뿐
교권침해 보고서
교권침해를 받은 교사들은 주위에 넘쳐났다. 취재를 하기 위해 SNS인 페이스북에 교권 침해 내용을 공유해달라고 메시지를 띄웠고, 많은 이들이 비공개로 응답했다. 학교 안의 또 다른 분쟁을 두고 그간 학교도 교육청도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 취재를 통해 만난 일선교사들의 하소연은 대략 이렇게 요약됐다. 학교장은 학부모의 비위를 맞추느라 급급했고, 교사들은 속 타는 가슴을 조용히 억누르는 수밖에 없었다는 것. 최근 교권 침해를 당한 교사들을 중심으로 인터뷰 했다. 개인의 실명과 학교는 모두 비공개 처리한다.
중학교 교사 A씨는 학교를 일주일동안 나가지 못했다. 병가서를 냈다. A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정신과 의사는 “교권침해로 상담하러오는 교사들이 정말 많다”라고 위로했다. 치료비용은 교사가 냈다.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이기 때문에 학교공제위원회를 통해 치료비를 청구하면 되지만 이를 이용하려면 서류를 작성해야 하고 복잡해서 그만뒀다.

처음 교사 생활을 시작할 때는 분위기가 이렇지 않았다. 같은 학교에서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들도 여럿이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남학생 학교에 많이 있어서 소위 센 학생들을 잘 다룬다고 생각했다.” 사고가 갑자기 나듯 그날도 그렇게 일이 벌어졌다.
학생 Q양은 평소에 화장을 짙게 하고 다닌다. 1차 선도위원회가 이미 열려 교내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Q양은 청명교육원에 입소를 앞두고 있었다. Q양은 그날도 화장을 짙게 하고 수업을 몇 교시 빼먹었다. A교사가 수업을 하러가다 복도에서 Q양을 보고 당장 화장을 지우라고 했다. Q양은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쌍욕이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교사를 향해 돌진하려는 것을 다른 동료교사들이 보고 말렸다. 동료교사는 “왜 시한폭탄을 터트렸냐”며 눈을 찔끔찔끔했다. 그 모습을 반 학생들이 다 지켜봤다. 시간이 정지된 것 같았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몇 분이 흐른 뒤에 간신히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했다.
난생 처음 정신과 상담 받아
도저히 Q양을 비롯한 학생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서 학교에 병가 신청을 했다. 학교장의 첫마디는 “왜 바쁜 기간에 병가를 내느냐”였다. “얼마나 힘드시면 그렇겠느냐”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대했는데 착각이었다. 병가서를 직접 작성하고 학교장의 사인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3주 진단서가 나왔지만 학교가 걱정돼 예정된 병가일보다 앞서 복귀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Q양의 부모에게 밤에 문자가 왔다.
“학교와 학생을 버리고 교사가 떠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오히려 교사를 몰아세우는 내용이었다. 기가 막혔다. 그날 밤 잠을 자지 못했다. 학교에 요청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학교 측에서는 Q양을 등교정지 시켰으니 더 이상 조치할 게 없다고 답했다.
답답해서 교육청에 전화해봤지만 “학교장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가슴에 멍에를 안고 그는 다시 교단에 섰다. 교사는 학생에게 지식만 가르치는 직업인가. 학생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그대로 둬야 하는 지 혼란스럽다. 학생이 한 욕과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일부 동료교사들은 “그러게 왜 건드렸어”라고 말한다.

“피해자는 따로 있는데…”
이처럼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해도 학교 현장에서는 마치 교사가 감정조절을 못해서 생긴 일로 몰아가기 일쑤다. 실제교사에게 말조심을 하라고 하거나, 역으로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학교장은 또 일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교사보다는 학부모의 눈치를 본다.
중학교 교사 B씨는 수업 시간에 학원 숙제를 하는 아이에게 수업을 들으라고 했더니 “선생님 수업은 수준이 낮아서 못들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심한 모멸감을 느끼고 동료교사에게 털어놓았더니 “난 교실에서 학생에게 맞은 적도 있다”며 그건 일도 아니라고 했다.
중학교 교사 C씨는 “수업시간에 따지는 학생들이 정말 많다. 수업시간에 떠들어서 조용히 하라고 하면 교사보고 학생이 입 다물라고 하고, 욕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학교에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소문이 나면 안 좋으니까 사건을 확장하려고 하지 않는다. 학부모가 쫓아오면 오히려 교사보다는 학부모 편을 드는 경우가 많다. 교사는 피해자이지만 아무도 피해자로 보지 않는다. 학생과 교사의 관계에서 학생이 약자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20년차 중견교사인 D씨는 “교실이 많이 바뀌었다. 초임시절과 지금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교사들이 많이 명예퇴직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선생노릇이 힘들기 때문이다. 학생을 혼내키면 오히려 학부모들이 쫓아와 삿대질을 하면서 욕하는 세상이다. 그냥 감정 없이 가르치고, 아이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거리를 두는 게 좋은 교사인지 나조차도 헷갈린다. 교권침해를 당해도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다. 이게 더 큰 문제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취재를 통해 만난 교사들은 “학교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기대할 게 없다. 교육청 차원에서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생기면 3개월간 교사와 학부모가 특별교육을 이수하도록 돼 있다더라. 충북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해왔다”라고 입을 모았다.


선생님들도 예전과 다르다는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저 학창시절(20년전, 청주권 인문계)에도 요즘 학생과 같이 선생님에게 욕하고, 폭력까지 휘두르는 학생 많았어요.
다만 그때는 미디어매체(인터넷 등)가 발달되지 않아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