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선 무엇을 빼고 더할까’ 주제로 5일 타운홀 미팅 토론회
김병우 교육감 참석…“잡무와 실적 위주 행사 없애자”의견모아
7월 5일 충북지역 24개 교사모임에서는 ‘충북교육, 새로운 학교를 상상한다’를 주제로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타운홀 미팅이란 이해당사자가 모여 숙의적 방법으로 아래로부터 위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구글앱스를 활용해 토론자의 의견이 명시되고, 현장에서 주제별로 분류돼 발표된다. 김예식 한국 P&C 대표가 재능기부로 타운홀 미팅을 주도했다.

이날 주제는 ‘행복한 교육 만들기를 위한 빼기, 더하기’였다. 모임을 기획한 한영욱 수곡중 교사는 “우연히 팥빙수를 먹다가 말이 나왔다. 혁신학교가 뜨고 있는 데 처음에는 이에 관련해서 명강사를 초청할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우리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했다. 생각해보니 일선 학교에 있는 교사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 SNS를 통해서 타운홀 미팅 소식을 알렸다. 몇 명이나 올까 걱정도 됐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라고 설명했다.
3시간 동안 자리 지킨 교육감
이날 타운홀 미팅에는 김병우 교육감과 교육감직 인수위원회가 참석했다. 김 교육감은 3시간 가량 진행되는 행사에 자리를 뜨지 않고 직접 토의 모둠에 참여했다. 19번 테이블에 앉아 신입교사의 말에 귀기울였다. 교육감이 학교 현장의 민낯을 보기는 어려운 법.
김 교육감은 “5일차 신입교육감이다. 경청하러 왔다. 미리 알았다면 행정적 지원을 했을 텐데 늦게 알아 오늘은 참석자 신분으로 왔다. 줄탁동시란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엄마 닭이 같이 두드려 줘야 부화가 된다는 얘기다. 충북교육 변화라는 역사적 사명은 한 개인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 충북교육 주체들의 긍정에너지가 모이는 날이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빼기’ 토론에서 교사들은 불필요한 행정업무와 실적 중심의 행사 없애기, 승진제도 개선과 교사평가제 개선,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야간자율학습, 방과후학교 및 기초부진아 수업폐지 등을 순서대로 꼽았다.
A교사는 “장학사가 오면 과일접대 등 불필요한 의전행사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고, B교사는 “그린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아이들을 통제하고 있다. 봉사도 벌점의 일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진정한 봉사정신을 갖기도 힘들다. 오히려 학교에서의 봉사활동이 반감을 갖게 될 수도 있다. 불필요하고 과도한 상벌제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교사는 “남학교에 있는데 1500명 학생이 운동장에 모여 군대식으로 거수경례를 할 때마다 깜짝 놀란다. 학교에 남아있는 군사문화가 너무 많다”라고 지적했다.
D교사는 “20년 전 학교를 다닐 때나 지금의 학교나 달라진 게 많이 없다고 느낀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생활규정이 여전히 많다. 학생들의 머리염색, 치마길이 등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고 유리상자안에 인형처럼 학생들을 다루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책수렴 자리 계속 만들 터
사이버 가정학습 제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나오자 많은 교사들이 공감했다. E교사는 “사이버가정학습을 만들어놓고, 학생들이 많이 들으면 교사에게 돈으로 보상을 해준다. 학생들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교사에게 모종의 거래를 하기도 한다. 수업을 많이 듣기 위해 교사에게 돈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F교사는 “수준별 이동수업을 폐지해야 한다. 이미 다른 도에서는 없앴는데 충북도교육청만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내용으로 인력(행정실무사, 학습도우미, 상담교사) 증원과 정규직화, 업무실무사의 정기적 이동, 교사의 협의시간 확보와 의결기구 만들기, 교원 승진제도와 평가제도 개선, 학교시설과 환경개선 순으로 나타났다.
엄기형 충북교육감직인수위원장은 “정책을 수립할 때 오늘과 같은 타운 홀 미팅을 미리 했다면 더 편하게 공약을 짤 수 있었을 것 같다. 앞으로 현장에서 제기되는 의견과 의제를 지속적으로 교육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오늘 나온 의견도 적극 접목시킬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충북교육감직 인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이 같은 행사를 앞으로도 만들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집단지성 보여주는 토론문화
타운홀 미팅은 집단지성의 위력을 보여준다. 사회적 의제와 관련된 내용을 이해당사자가 함께 모여 토의 한 후 현장에서 정책을 도출한다. 구글앱스를 활용해 입론, 토론과 분류, 투표까지 현장에서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해 토론의 결과를 놓고 우선순위를 뽑는다.
이는 ‘케롤라인루켄스마이어’(클린턴정부시절 백악관참모장 역임)박사가 창안한 숙의적 의사결정 방법이다. 충북교육감직 인수위원이기도 한 김예식 한국 P&C대표는 “미국 뉴올리언즈에 카트리나 태풍이 휩쓸고 갔지만 지역의 의사결정자들은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4300여명의 지역주민이 지역재건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고 16시간의 토의과정을 거쳐 낮은 의사결정부터 중요하고 높은 결정까지 이뤄냈다. 찬·반과 비난·비판의 토론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동등하게 발언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24개 교사단체들이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