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은혜의집, 건축부터 물품까지 세금으로 충당
영리시설 전환했지만 기저귀 용품까지 비용 지원
묶음기사
불법을 저지른 사회복지법인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는 진천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광은혜의집(대표 이현임. 이하 은혜의집)은 진천군이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건물까지 지어주고 필요한 집기 일체를 제공한 대표적인 사회복지시설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부정수급을 한 것이 적발돼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이후 잘못을 시정하고 재개원을 하기로한 6월이 지나도록 은혜의집은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반면 군은 은혜의집을 상대로 형식상의 공문을 보내고 협조요청을 할 뿐 재개원에 필요한 강력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사회복지계 일부에선 불법행위가 드러나 지정 취소된 은혜의집이 다시 개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자체가 강한 특혜라며 진천군의 행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26억 국민세금 ‘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 은혜의집에 대한 진천군 지원 내역을 상세히 공개한다.

은혜의집은 진천군 문백면 소재 대지 4157㎡에 연면적 3201㎡의 건물로 구성됐다. 2006년 건축당시 사회복지법인 삼동회가 운영주체였지만 이후 사회복지법인 ‘은혜원’으로 분리독립했다. 설립당시 자비 3억원과 국비와 도비 15억5200만원으로 건물을 신축했다. 최초 지원이 결정 될 당시 노유자시설(노인복지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된 후로는 노인요양원으로 용도를 개정해 지난해까지 운영해왔다. 노인요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근거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개인도 운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노인요양원이라 하더라도 인건비 지원등 기존 지원을 중단했다.
2007년 은혜의집은 건물 준공검사를 완료한 뒤 본격적인 장비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은혜의집은 이때 노인요양원에 필요한 각종 장비 구입 비용 3억원을 전액 국고로 지원받는다. 은혜의집이 자부담한 비용은 일절 없었다.
2011년 은혜의집은 건물을 증축한다며 진천군에 증축비용 지원 요청했다. 424㎡를 증축하겠다는 은혜의집의 요청에 대해 진천군은 그해 사업비 5억5097만원의 지원을 결정한다. 군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은혜의집은 2012년 공사를 완료했다.
2013년에도 군의 지원은 계속됐다. 2013년 진천군은 의료장비보강 명목으로 1억8400만원을 지원했다. 충청리뷰가 정보공개를 통해 취득한 노인복지시설 기능보강사업 정산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2007년 1차 기능보강사업때 구매한 물품을 다시 구입했다. 심지어 노인용 기저귀부터 각종 주방용품, 소모재 까지 전방위에 걸쳐 구입했다.
2013년 은혜의집은 진천군 뿐만 아니라 산림청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게 된다. 옥상공원 조성사업으로 명목으로 8500만원을 별도로 지원받았다.
26억 + 알파 10여억원
또 도와 군으로부터 은혜의집과 생거진천노인복지센터 직원들은 매월 10만원의 처우개선비를 별도로 지원받는다. 이외에도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된 원광효도의집은 이전 사회복지시설에 지원되는 인건비지원과 같은 지원을 받는다.
이를 종합해보면 사회복지법인 은혜원은 원광은혜의집에 지원된 26억원 이외에 10여억원을 추가 지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근거해 노인요양원을 운영하는 민간단체는 수십억원의 설립운영비용을 자비로 충당한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자의 위치에 있지만 사회복지법인은 수십억원의 세금을 지원받고 민간단체는 자비로 부담한 것이다.
구매내역 살펴 보니
충청리뷰는 은혜의집이 진천군에 제출한 2013년 기능보강사업 정산서류를 살펴봤다. 확인 결과 은혜의집은 TV와 컴퓨터, 디지털 카메라와 같은 전자제품, 간섭파 치료기, 의료용 에어메트와 같은 의료장비를 구입했다.
TV를 구입하는데 2000여 만원을 지출하고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는데 200여만원을 지출했다. 사무용 노트북을 구입하는데 260여만원, 비디오프로젝터를 구입하는데 200만원 가량 지출했다. 진공청소기도 8대 구입했는데 400여만원을 지출했다. 심지어 2998만원을 들여 CCTV 까지 설치했다. 이 CCTV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결성되자 감시하기 위한 용도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7년 제1차 장비보강 사업 정산 서류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동종 품목이었다. 은혜의집은 2007년 당시 완전평면TV 17대를 구입했다. 디지털 카메라와 노트북 2대도 구입했다. 일반 청소기 6대와 스팀청소기 3대, 컴퓨터 7대를 구입했다.
구입 6년만에 TV와 컴퓨터 같은 제품을 교체한 것인데 일반인이라면 상상하기 어렵다.
물컵, 국그릇, 국자, 칫솔컵과 같은 주방과 생활용품도 국비를 통해 구입했다. 은혜의집은 휠체어와 같은 의료장비 일체를 국비를 통해 해결했다. 하지만 2007년에 이어 2013년에 구입한 품목이 비슷했다. 컵라면을 구입할 때도 은혜의집은 국비를 사용했다.
이에 대해 사설 노인요양원을 운영하는 박 모 씨는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노인요양원과 우리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냐”며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 자체가 엄청난 특혜” 라고 지적했다.
목소리 못내는 진천군
26억원이 넘는 혈세를 지원받은 은혜의집은 현재 운영중단 상태다. 지난해 은혜의집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2억원 가량을 부정수급한 사실이 밝혀졌고 관련 법률에 의거 요양기관 지정취소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혜의집은 올 1월부터 현재까지 방치된 상태다. 그러나 진천군은 은혜의집을 상대로 건물을 회수하거나 재개원을 강제하지 못하고 있다. 취재결과 군이 취한 조치는 은혜의집을 상대로 재개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관계자를 만나 재개원을 위한 노력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그쳤다.
이러한 진천군의 요식적인 행정에 대해 양준석 행동하는복지연합 상임활동가는 “엄밀히 따지면 은혜의집은 불법행위를 한 집단으로 더 이상 정부지원을 받을 자격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양 활동가는 “일반 군소 사회복지법인일 경우 자그마한 위법행위라도 발견되면 강한 제재를 받지만 거대화된 사회복지 법인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설 건축부터 운영자금까지 국민세금으로 지어진 만큼 운영할 의지가 없다면 즉각 환수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