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된 감정가 무시하고 사설감정 택한 이유는?

   
충주축협이 문제의 건물을 인수할 당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또 하나 있다. 충주축협은 건물에 대한 감정가가 결정되기 1주일 전에 이미 건물주와 40억원으로 가계약을 맺었고, 96년 12월 17일 사설감정원으로부터 의견서를 받자마자 다음날 곧바로 총회를 소집, 본 계약을 성사시켰다. 즉 건물주와 이미 매매가를 결정한 다음에 감정을 의뢰한 것이다. 당초 충주축협은 한국감정원에 감정을 의뢰했다가 이를 돌연 철회하고 사설감정원 두곳에 다시 건물 감정을 맡겼다. 96년 12월 12일 한국감정원 충주지점에 감정을 의뢰, 건물 시가가 35억원에서 36억원 정도로 평가되자 다음날 계약을 취소한 것이다. 12월 12일은 축협과 건물주가 40억원에 가계약을 체결한 바로 뒷날이다. 한국감정원을 배제시킨 축협은 곧바로 청주의 사설감정 법인인 O사와 D사 두곳에 감정을 의뢰, 각각 40억3700만원과 40억3200만원을 제시받고 이를 총회에 회부해 승인을 얻은 것이다. 이를 쉽게 정리하면 축협은 악착같이(?) 건물의 시가를 높여 구입한 꼴이 된다.

이에 대해 건물주 안씨로부터 뇌물을 받고 99년 구속됐던 전 조합 상무 정모씨는 검찰 조서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건물주 안OO가 43억원을 요구했는데 나중에 협상하는 과정에서 40억원으로 정했다. 처음 한국감정원 충주지점에 감정을 의뢰했지만 40억원에 해줄 수 없다고 하여 청주에 있는 사설감정기관에 감정을 의뢰했다. 한국감정원 담당자가 말하기를 35억 내지 38억 이상은 해 줄 수 없다고 해 취소를 한 것이다.”

충주축협의 이런 처사는 원천적으로 상식을 벗어난다. 특정인이 아파트를 사면서 공시된 분양가보다 더 높게 가격을 책정해 달라고 사정한 꼴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인사는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하고도 조합 임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조합원들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당시 건물매입에 대해 충주축협측은 이렇게 밝혔었다. “조합에서 꼭 필요한 건물이라면 장래 투자가치를 감안, 현 시가보다 높게 살수도 있다. 매입을 서두른 것은 그 때 신축을 추진하던 중에 건물주로부터 매각의사를 접했고, 다른 구매자가 나타났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감정가가 나오기 전에 가계약을 맺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건물은 지금 매입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축협이 이 건물을 인수하기 전 구 충북은행도 30억원 선에서 이 건물을 매입하려다가 가격이 높아 포기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은 수사당국에 맡기고 뒷짐을 질게 아니라 조합원 스스로 전후 내막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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