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예탁금 전용, 건물 매입한 사실 드러나
"회계 전문가에 수사의뢰, 사실 밝혀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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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충주축협이 이사회와 총회를 통해 건물신축보다는 매입이 유리하다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조합감사인 최모씨(53)와 이사 이모씨(49)가 이의를 제기하자 조합측은 상무를 시켜 무마에 나섰고, 결국 건물 매매건이 성사되기에 이른다. 황당한 일은 조합이 총회를 열어 건물매매건을 승인받은 96년 12월 18일 당일 오후에 벌어졌다. 이날 오후 8시쯤 건물 매입에 이의를 달았던 최감사와 이이사 그리고 이들을 무마했던 조합 상무 정모씨(51) 등 3명이 충주공설운동장 주차장에서 건물주 안씨로부터 모두 1억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이다. 이들 네명은 뒤늦게 99년 3월 청주지검 충주지청에 의해 뇌물공여 및 수수죄로 검거돼 건물주 안씨만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나머지는 각각 2년 6개월씩의 실형을 받았다. 이는 건물 매매과정에 무슨 말못할 사정(?)이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나문수씨는 이들 조합 임원들이 뇌물수수로 처벌된 것에 우선 문제를 제기했다. 나씨의 주장은 건물주 안씨가 건넨 뇌물은 조합측이 안씨와 짜고 고도의 회계조작을 통해 마련한 재원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단순 뇌물이 아닌 공금횡령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사건의 재조사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조합측과 안씨는 이를 부인했다. 특히 건물주 안씨는 지난해 기자의 취재에 불응하면서도 이메일을 통해 “이미 검찰의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드러난 사항이다. 힘이 들더라도 좀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안씨가 건물을 매각하면서 조합임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뇌물을 주면서까지 건물을 팔아야 했던 호조건(?)의 존재 여부가 궁금한 것이다.
“예금전용은 자금운용상의 견해차”
나문수씨가 주장하는 공금횡령 규모는 8억1500만원이다.(충청리뷰 2003·9·6 보도) 나씨는 이에 대한 증거로 관련 서류와 장부를 들이대며 끊임없이 조합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따른 각종 소(訴)와 진정 탄원을 제기해 왔다. 조합측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맞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최근엔 당시 건물의 구입자금이 고객예탁금에서 전용된 사실이 드러나 그 적법성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다. 충주축협의 97년말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문제건물의 매입비 41억 3000만원중 25억 9800만원은 가지급금으로 건물주 안씨에게 건넸고, 나머지 15억 3200만원은 수입보증금 즉 건물임대료로 대체했다. 다시 말해 앞으로 돌려줘야 할 이 건물 입주점포들의 임대보증금 15억 3200만원을 제외한 25억 9800만원이 건물주에게 전달됐는데 이 돈이 고객예탁금에서 전용된 것이다. 충주축협은 이를 시인하면서도 관련 규정을 들어 적법했다고 주장한다. 당시 투자효과가 인정돼 고객예금으로 건물을 인수했고, 차후에 건물을 팔거나 혹은 건물 운영으로 수익이 발생하면 전용한 고객예탁금을 보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처럼 고객예탁금, 즉 예수금으로 금융기관이 고정자산(건물)을 취득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다. 단위조합의 고정자산(건물) 취득은 조합원 출자금이나 적립금, 혹은 상부기관의 예산지원으로 이루어지는게 관례다. 신용회계를 일반회계로 전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충주축협 서덕제 상무는 “자금운용상의 견해차이에 불과하다. 충주축협으로선 출자금이나 자기자본만으론 고정자산을 유지할 수가 없다. 당시 건물매입은 조합원을 위한 것이었고, 때문에 신용사업자금의 20% 내에서 일반회계로 전용할 수 있다는 협동조합 재무규정에 의거, 고객예탁금으로 건물 인수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차후에 메꾸면 된다”고 말했다. 충주축협 이상득전무 역시 “투자이익이 예상됐기 때문에 건물을 산 것이다. 단순하게 고객예탁금을 빼 썼다고 주장하지만 말고, 만약 건물로 인해 이익이 발생한다면 조합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지 않겠는가. 자금운용상의 인식이 다를 뿐이다”고 말했다. 2000년 농림부 고시로 발효된 농업협동조합 재무기준 제 4조는 신용회계의 20% 내에서 일반회계로 전용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현재 충주축협의 조합원 출자금은 12억, 자본금은 47억원이라고 조합측은 밝혔다.
고객예금 전용은 어디까지 합법?
그러나 나문수씨의 주장은 다르다. 그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고객이 맡긴 예금으로 조합의 사업목적과 무관한 건물을 매입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조합측의 주장은 궤변에 불과하다. 고객의 예금을 이런 식으로 전용하는 것은 똑 떨어지는 유용 내지 횡령에 해당된다. 설령 전용을 위한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사회나 총회의 인준을 거쳤다면 이해되지만 전혀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97년 3월 말에 건물매입에 따른 잔금까지 모두 전달하고서도 이를 부채로 돌려 놨다가 연말에 이에 해당되는 금액을 고객 예수금에서 빼냈다는 사실이다. 자신들이 투자효과를 확신하고 건물을 매입했다면 7년이 지난 지금쯤엔 전용된 예금이 당연히 메꿔졌어야 한다. 수익은 커녕 지금 건물 값은 절반정도로 떨어졌다. 조합원들이 들고 일어 날 일이다”고 공격했다.
축협이 자체 운용하는 고정자산관리규정에 따르면 건물 등 고정자산을 취득할 경우 시가감정서, 예상금액, 재원확보방안 등을 상세히 적시해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축협이 41억여원에 매입한 문제의 건물을 현재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 25억원 정도로 시가추정하는 것도 축협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고객의 입장에선 앉아서 16억원을 손해 본 셈이다.
이에 대해 충주축협 책임자는 “단순한 매매가만을 기준해 건물을 평가하면 곤란하고 건물 전체적인 운용에 근거해 바라봐야 한다. 어쨌든 이 건물을 구입함으로써 조합원은 편의 등 여러 이득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덕현 기자
doradora@cbi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