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민 1000명 중 5명 지방상수도 미 보급…관리도 허술
14개 동 마을상수도·자가지하수 사용…죽림동 물장사 논란

청주시민 물 사용 보고서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세상을 인식하게 된다. 대도시는 아니지만 중소도시 가운데서는 꽤 큰 도시인 청주시에서 조차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해당 업무를 하는 공무원마저 상수도 관련 업무를 맡기 전까지 몰랐던 사실이라고 고백할 정도다.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수돗물이 청주시민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두고 염원했던 일 가운데 하나이고, 어떤 시민에게는 지금도 이루지 못한 한이다. 상수도 미보급지역 실태는 사실이 최근 한 마을에서 벌어진 마을상수도요금 과다 징수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 목련공원길에 위치한 백운마을. 마을상수도를 이용하는 이곳은 연 5만원의 사용료를 내고 있다. 저렴한 마을상수도를 선호하는 주민이 있는 반면, 지방상수도가 들어오길 학수고대하는 주민도 있었다.
부정확한 통계, 누락된 곳도 있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수돗물, 지방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죽림동의 한 지역(대산마을)에서 주민 간 다툼이 일어났다. 마을상수도를 사용하고 있는 이곳은 도시가 확장되며 점점 인구가 늘어났고, 이들도 마을상수도를 이용하게 됐다. 그런데 원주민을 중심으로 한 사용자협의회(죽림대산마을 상수도회)가 이사 온 이웃에게 상수도요금을 받는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일반 수도요금의 3배 이상을 받았다는 것이 이주민들의 주장이었고,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죽림동은 도심 외곽지역이라고 하지만 인근에 대형병원이 있고, 빌라며 음식점도 즐비한 곳이다. 지방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다는 게 의아할 정도다. 하지만 청주지역에서 지방상수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곳은 죽림동 뿐만이 아니었다. 상당구 월오동 운동동 용암동 율량동 용담동, 흥덕구 성화동 죽림동 정북동 장암동 등 14개동 25개 마을에 수돗물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취재 결과 이 수치 또한 정확한 것이 아니었다. 이전한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가 마주 보이는 평촌동 일부 지역도 지방상수도가 없어 개인별로 지하수를 뽑아 사용하고 있지만 상수도사업본부의 통계에는 누락돼 있었다. 상수도사업본부가 제시한 자료는 2008년 외부 용역을 통해 작성된 통계였다. 

여기서 잠깐, 상수도는 정부에서 설치하는 광역상수도와 지자체가 설치하는 지방상수도, 그리고 논란이 되고 있는 마을상수도로 나누어진다. 정부와 지자체는 궁극적으로 전국의 모든 주택 및 시설에 수돗물이 공급되는 날까지 급수구역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아직 마을상수도도 아닌 자가지하수를 사용하는 곳도 청주지역에만 11개 마을이나 된다.

“우리도 청주시민인데”
평촌동에 거주하는 오구진 씨는 마시는 물을 떠오기 위해 차를 타고 인근 약수터를 오간지 수년째다. 몸에 좋은 물을 먹기 위한 일이지만 지하수가 음용수로 적절한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 씨는 “자가지하수의 경우 주변 환경에 따라 수질이 변하기 때문에 수시로 수질검사를 해야한다”고 설명하며 “검사비용을 보전해주는 것도 아니라서 지하수는 씻는 용도로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자가지하수를 사용하는 곳은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의 관리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마을상수도의 경우 해당 공무원이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관정과 물탱크 관리자를 지정해 약간의 수고비(1분기 당 12만원)도 지급한다. 하지만 자가지하수를 사용하는 가정은 스스로 관리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흥덕구 신전동에 거주하는 강분례 씨(90)는 지난해 처음으로 수돗물로 지은 밥을 먹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강 씨는 “아주 오래전에는 개울물로 해결했고, 한때는 마을상수도를 공동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다 뭐가 틀어졌는지 언제부턴가 집집마다 펌프를 설치해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처음에는 수도요금이 무서워 먹는 것만 쓰고 나머진 지하수를 쓰다가 지금은 펌프가 고장나 수돗물만 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처음 수돗물이 나오던 날 기억이 생생하다. 신기했다”고 말했다.

마을상수도 저렴해 선호하기도
마을상수도도 세월에 따라 진화했다. 현재의 마을상수도는 관정을 통해 물을 생산하고 이를 대형물탱크에 보관해 사용하는 형태다. 하지만 예전에는 평소에 물을 받아 대형물탱크에 보관하는 형태였다.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 인근 운동동 백운마을도 마을상수도를 사용한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주민들은 마을상수도에 대해 대부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주민은 “1년에 5만원씩 낸다. 그렇게만 하면 씻고 마시는 것은 물론 집 앞 텃밭의 물도 마음대로 줄 수 있다”며 “수돗물이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웃어보였다. 다른 주민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서 40년 이상 살았다는 한 주민은 “바로 건너편 마을에는 수년전에 상수도가 들어왔는데 거기서 여기 오는 게 뭐가 그리 힘든지 모르겠다”고 행정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 마을지하수를 위한 관정과 물탱크. 청주시가 비용도 지불하며 관리자를 두고 있지만 잡초가 무성한 채 방치되고 있다.
취재기자와 동행한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죽림동 사태를 의식한 듯 “마을상수도 운영주체는 사용자협의회다. 마을상수도를 운영하려면 전기요금과 관리비 등 기본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사용자협의회에서 세대수에 따라 적절한 비용을 거둔다”고 설명했다. 그는 “죽림동과 같은 경우는 이례적이다. 대개 백운마을 수준에서 비용을 갹출한다”고 덧붙였다.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청주시 상수도 보급률은 99.52%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민 1000명 가운데 5명은 수돗물의 사용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청주시는 올해 말까지 6개마을에 상수도를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 진행되는 급수구역확대사업이 완료되면 청주지역 상수도 보급률은 99.6%가 될 것이란 게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의 설명이다.

상수도가 보급된 마을의 경우 상수도를 이용하려면 계량기 설치 등 100만원 안팎의 자기부담금이 소요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