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 내리찍는 투표 변화, 지사·시장 런닝메이트 깨져

충북 도내 최대 표밭인 청주 흥덕구의 표심이 심상치 않다. 아파트 밀집지역의 30~40대 젊은 층 유권자들의 선택은 이번 6·4지방선거에서도 주요 후보의 당락을 좌우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청주 흥덕구에서는 이번 6·4지방선거에 32만8448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다. 충북 유권자 126만1119명의 3 0%에 가깝다.

흥덕구 유권자들의 선택은 결정적이었다. 2010년 6·2지방선거 때 이시종 현 충북지사에게 53.76%의 지지를 보내 당선시켰다. 청주시장 선거에서도 한범덕 현 시장에게 63.7 6%의 표를 몰아주면서 사실상 민선5기 청주시장을 흥덕구 유권자들이 결정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이시종 당선인에게 52.67%의 지지를 보내면서 초박빙 승부를 펼친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의 무릎을 꿇게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호 2번을 선호하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것은 예전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도지사와 시장, 지방의원 선거 투표 용지에 2번을 내리찍는 투표 관행에는 변화가 생겼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 여야 후보의 흥덕구 지지율 차는 7.7%포인트였다. 그러나 청주시장 선거에서 여야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2.53%포인트 줄어들었다.

기호 2번 충북지사 후보를 선택한 흥덕구 유권자 9만2795명 중 2400여명은 같은 기호의 청주시장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러한 흥덕구 유권자의 선택은 청주시장 선거 후보들의 희비를 갈랐다. 새누리당 이승훈 당선자와 새정치연합 한범덕 후보의 전체 표차는 5255표(1.49%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흥덕구 유권자들의 2번 ‘내리찍기’ 투표 습관 변화가 한 후보에게는 뼈 아픈 패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흥덕구 충북도의원 6개 선거구 중 4개 선거구에서 기호 2번 새정치연합 후보들이 적지 않은 표차로 당선해 대조를 보였다.

이러한 흥덕구 유권자들의 여야를 오가는 ‘지그재그’ 표심은 민선 충북지사-청주시장 러닝메이트 관행도 깼다.

제3회 지방선거 때는 한나라당 이원종 충북지사와 같은 당 한대수 청주시장이 나란히 당선증을 받았고, 제4회 지방선거 때도 한나라당 정우택 충북지사와 같은 당 남상우 청주시장이 당선했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때 역시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현 이 지사와 같은 당 한 시장이 나란히 한나라당 후보들을 물리치고 당선됐었다.

대학생 김모(22·청원군)씨는 “아버지가 무조건 1번 찍으라고 해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지만 면전에선 그러겠다고 했다”며 “덮어 놓고 같은 기호만 찍는 어른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흥덕구에 사는 박모(46)씨는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 정권심판 등을 호소하는 것은 엉뚱하다”면서 “특정 정당에 일방적으로 표가 몰리지 않았다는 것은 인물 중심의 투표가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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