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농사일·가사 병행, 건강·복지 배려 절실… 국가·지자체 지원책 마련돼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3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농업인의 80.7%가 결혼하면서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평균 영농 경력은 32.8년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여성농업인들은 농업활동과 농촌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여성농업인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과중한 노동 부담 경감(31.3%)’을 가장 많이 꼽아 여성농업인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으로는 복지시설제도 확대 28.7%,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 19.6%, 보육교육시설 확대 11.1%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농업인이 농사일 50% 이상을 담당하는 비중은 66.2%로 매우 높은 수준인 반면, 여성농업인의 42%만이 본인을 공동경영주 또는 경영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업생산 외 활동 참여율은 38.7%이며, 추가 소득 마련이나 생활비 부족 등 경제적인 이유로 농외소득 활동을 원하는 경우는 39.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제천·단양지역 여성 농업인들의 실태도 전국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천시농민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농촌이나 농업 문제가 농가 기준으로 표출되고 논의돼 여성 농업인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여성 농업인의 비중과 농업 강도가 높아지면서 여성 농업인에 대한 노동·복지 정책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농촌지역이 고령화(65세 노인 비율 7% 이상, 14% 미만), 고령사회(노인 비율 14% 이상, 20% 미만)를 넘어 초고령사회(노인비율 20%이상)로 접어든 상황에서 농사일과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농촌 여성들의 건강과 복지 분야에 대한 사회적,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도시의 젊은 유휴인력이나 직장 사회봉사자들을 농촌 지역으로 유인해 여성 농업인의 농사일 부담을 경감시키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농촌 현장의 목소리다.
단양군 영춘면에서 마늘, 고추 등을 경작 중인 A씨(72·여성)는 “농번기 때 일손을 구하려 해도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그나마 새참과 점심식사까지 준비하느라 눈코뜰 새없이 바쁘다”며 “새벽 4시경에 일어나 아침과 새참을 준비하고 들에 갔다 9시가 다 돼서 집에 들어오면 온몸이 파김치처럼 늘어지고 안 아픈 곳이 없다”고 애로를 호소했다.
김 씨는 “가능하다면 농번기만이라도 군부대, 관공서 등에서 농촌에 집중적으로 인력을 파견해 줬으면 좋겠다”며 “남성뿐 아니라 여성 봉사자들이 파견된다면 식사 준비나 가사일에 들어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주여성 등 젊은 여성 농업인들을 위한 복지 기반 강화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제천시와 단양군에는 각각 560명, 165명의 이주여성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배우자와 함께 영농활동에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이주여성들은 농사일과 일반가사 외에도 육아, 교육 등 자녀에게 쏟아야 하는 시간이 별도로 필요한 실정이다. 반면, 이주여성이 겪는 이중 삼중의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사회적 지원이 전무할 정도다.
제천에 거주하는 여성농업인 B씨(33)는 “농번기에는 이른 새벽부터 남편 식사를 차려주고 아이들 등교까지 챙기고 나면 들에 나가 남편과 함께 온종일 일을 한다”며 “다 늦은 저녁에 집에 들어와 또다시 밥을 짓고 자녀들 돌보고 나면 열두 시가 넘어 잠을 자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푸념했다.
고령 여성농업인들과 이주 여성농업인들이 겪는 다양한 애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노력 부족으로 많은 여성농업인들이 중노동의 위기로 몰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