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속까지 농민운동 이상정‧택시노조 출신 김용규 당선
공무원노조해직자 김상봉 재선 … 진보진영 새싹 유지

▲ 전농충북도연맹 사무처장을 역임했던 음성군의회 가 선거구 이상정 당선자
▲ 진천군의회 가 선거구 김상봉 당선자
▲ 청주시의회 바 선거구 김용규 당선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구조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노동운동과 농민운동가 출신인사가 기초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분열과 종북 논쟁 속에 도내 진보정당이 얻은 성적표는 미약했지만 이들 당선자들은 당당히 의회 입성에 성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당선자들은 마을과 주민에 기반해 꾸준히 생활정치를 시도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이변의 주인공으로 평가받는 음성군 의회 이상정 당선자. 이 당선자는 전농충북도연맹 사무처장 출신으로 수감되는 등 지역의 대표적인 농민운동가다. 음성군의회 가 선거구에 출마한 그는 출마 후보 8명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기초의회에 출마하는 이유로 “아스팔트 농사 대신 농민해방 의정 농사를 짓기 위해서”라고 할 만큼 뼈 속까지 농민운동가다. 

이 당선자는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나왔다. 대학시절 사회현실에 눈뜬 그는 1989년 졸업과 동시에 고향인 음성군 소이면에 내려와 농사를 지었다. 이유는 어려움에 빠진 농업과 농민을 위한 농민운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씨의 삶은 농민운동과 농민회와 함께 한 삶으로 표현할 수 있다. 1990년에 창립된 음성군 농민회 초대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26년을 농민회와 함께 했다. 그는 현재 음성군 농민회장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음성농협 감사, 음성군 농민단체협의회 부회장등 맡고 있는 직책만 10 여 가지가 넘는다.

2006년 11월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한미FTA 저지 투쟁 과정에선 구속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당시 이 당선자는 한미FTA저지를 위한 충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농민 7000명이 청주실내체육관 광장에 집결했다. 이외에 노동자 등 총 1만 여명이 참가한 집회는 충북지역 사상 최대 인파가 참석한 집회로 기록된다.

이 당선자는 농민운동 만이 아니라 부인 공현정 씨와 음성군 소이면에서 아동지원센터를 수년간 진행하는 등 주민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앞으로 의정활동을 통해 농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소속 재선성공

충북도내 최초로 진보정당 기초의회 의원에 당선됐던  김상봉(57세,진천군의회)의원은 자가용 대신에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임기 4년 동안 자전거 바퀴를 5번이나 교체했다. 진천군청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해직됐다.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두 번이나 구속을 당했고 2004년 공무원노조 파업으로 파면됐다. 진천군청 초대 공무원 직장협의회장을 지냈고 초대 지부장과 노조 충북 본부장을 역임했다. 이런 경력 때문에 강경 이미지가 강하지만 김 당선자는 전국최초로 지방의원의 청렴도를 강조한 ‘의원행동강령조례’를 발의해 국민신문고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2000여명의 페이스북 친구와 소통하고 매일 새벽 5시면 자전거를 타고 주택가와 농경지를 누볐다. 이런 성실함이 재선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헌법 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이 진행 중이고 당은 종북 논란에 휘말려 그의 재선을 예상하는 이는 매우 적었다. 하지만 특유의 성실함과 모범적인 의정활동으로 이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김 당선자는 “노동운동가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싸우기만 할 줄 알지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겠나 하는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명절 날 선물 안주고 안 받기’운동 등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했다. 김 당선자의 노력으로 명절 때면 의회와 군청 주변에 미풍양속을 빙자해 선물을 배달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 운동이후로 그런 모습은 사라졌다고 김 당선자는 말했다.

자신감을 가진 김 의원은 더 원칙적인 장치에 도전했다. 바로 ‘의원행동강령’이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는 모두 23조로 구성돼 있고 이권개입 금지,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거래 제한, 금품수수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누구든지 의원이 이 강령을 위반한 사실을 알면 의장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고 의장은 위반행위를 확인하면 해당 의원으로부터 소명자료를 받아 징계 요구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령을 위반한 의원에 대해선 임기가 끝나고 다시 의원으로 당선된 경우에도 강령에 따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조례를 인용해  의원 간 금품수수 행위 금지, 경조금품 수수 제한, 이권 개입 금지 등 15개 행동기준을 담은 ‘행동강령 조례 표준안’을 만들어 지방의회들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동강령 조례를 제정하도록 했다.

진천군의회 가 선거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그는 “지난 4년의 경험과 공무원노조 초심으로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운동가에서 주민운동가

청주시의회 바 선거구에서 당선된 김용규(새정치민주연합)씨도 이력이 화려하다. 1990년대 초 택시노조 운동을 했다. 속리택시 노조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그는 주민운동가로 변신했다. 가경동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 대표를 맡아 전 가구에 생중계로 운영위원회를 공개했다.

아파트 운영 과정이 투명해졌고 김 당선자는 주민들의 신뢰를 획득했다.

2010년부터 아파트 내에 글마루작은 도서관을 개관해 운영했다.  도서관의 모습을 갖추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김 당선자는 도서관내에서 다양한 것을 실험했다. 이 결과  성공사례들이 만들어지고 꾸준한 활동으로 동네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작은도서관의 특성상 저학년의 학생을 둔 엄마들과 아이들이 주로 이용한다. 김 당선자는 2013년부터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이웃 간의 장벽이 열리고 아파트에서 진행되는 마을 축제에는 1000여명이 넘게 주민들이 참석했다.

김 당선자는 선거에 이색공약을 내걸었다. 바로 청주시의회 회기 내 모든 회의를 청주시민에게 생중계 한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번 선거에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해 같은 노동운동 출신인 이용상 의원과 경쟁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나’번을 받은 이용상 의원이 반발하기도 했다. 김 당선자는 이에 대해 “이용상 의원에게 많이 미안하다”며 “모범적인 의정활동으로 미안함을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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