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질환센터 작품 공모…회화 8점, 서예 6점 1억 4100만원
공모 기간 짧고 설명회 참석해야 자격, 서예는 이미 작가 내정돼

최근 충북대병원 호흡기질환센터의 미술작품 공모와 관련해 미술계 안팎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대병원은 지난 5월 19일 미술작품에 대한 공고를 냈다. 회화 9점, 서예 4점에 대해 각각 제한 공개와 지명초청방식으로 작품을 6월 17일까지 접수받아 20일 심사, 23일 2시 병원홈페이지를 통해 심사발표를 예정했다. 총 작품금액은 1억 4100만원으로 회화는 500만원(4점), 2500만원(4점), 1600만원(1점)과 서예는 일괄 100만원짜리 작품 5점으로 공고가 떴다.

그런데 공모내용을 보면 석연치 않는 부분이 많다. 충북대 병원은 5월 19일 공고를 내고 23일 현장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자격을 발탁한다는 제한을 뒀다. 공고를 낸 후 현장설명회 기간도 너무 짧았다.

▲ 오는 10월 개관예정인 충북대병원 호흡기질환센터는 최근 미술작품을 공모했다. 공모내용뿐만 아니라 작가 사전 내정 의혹에 대해 지역 미술인들이 문제제기하고 있다.

의혹1. 미술대전 경력 왜 넣었나

그리고 참여자격 또한 ①우리나라에서 실시한 전국규모의 미술대전에 출품하여 입상 경력이 있는 자 ②전국규모 미술대전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경력이 있는 자로 제한했다. 2인 이상 공동 작품을 하는 경우에 대해 명시돼 있어 보통 회화와 서예가 공동작업을 할 수가 없는 데 이런 조항이 있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지역 미술인 A씨는 “공모는 공개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좋은 작품을 선별해야 하는데 충북대 병원은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의 폭은 극히 줄여놓았다. 대부분 공고는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여유를 둔다. 현장설명회는 작품을 접수한 사람들에게 한 해 해도 늦지 않는다. 또 미술대전 참가 입상 유무를 따지는 것도 너무 편향적이다. 요즘 현대미술 작가들이 누가 미술대전에 작품을 내는가. 이미 아마추어 작가들의 등용문이 된 상황에서 이러한 규정을 누가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세종시는 회화 작품의 경우 20세 이상 작가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았다. 충북대 병원은 특정인만이 정보를 알고 참여하도록 극히 제한했기 때문에 내정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의혹2. 서예는 100만원, 회화는 2500만원?

작품가격 또한 공분을 샀다. 서예는 일괄 100만원이다. 또한 모두 지명초청으로 이미 작가가 정해진 상황이다. 또한 현장설명회에서 당초 회화 1600만원(지명초청)으로 돼 있던 것이 서예 지명초청으로 바뀌기까지 했다. 따라서 회화는 9점 제한공개가 8점으로 줄었고, 서예는 5점에서 6점으로 작품 개수가 늘었다. 이에 대해 충북대 관계자는 “1600만원 작품은 원래 지명초청으로 서예작품이 정해졌지만 공고에는 회화작품으로 잘 못 나갔다. 단순한 오기였다. 당일 현장 설명회에 온 사람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고, 다 이해했다”라고 해명했다.

뿐만 아니라 공고에는 벽면의 사이즈만이 공개돼 있지 도대체 500만원과 2500만원, 100만원으로 작품가격이 다른지 알 수가 없다. 공모에는 작품의 사이즈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특히 서예인들이 이 같은 작품가격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 서예인들은 “작품 가격이 왜 회화와 최대 25배 이상 차이가 나는가. 기분이 나쁘다. 서예를 무시하는 처사다. 물론 작품이 다 내정돼 있다니까 정보를 미리 알았어도 참여할 기회조차 없었다. 이러한 관행은 이번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충북대 병원 관계자는 “회화의 경우 벽면 사이즈가 큰 곳에 걸 것이다. 작가들도 큰 작품을 낸다고 봤기 때문에 2500만원이라고 했고, 벽이 비교적 작은 데는 500만원으로 책정했다. 서예는 그보다 사이즈가 작을 것이라 100만원으로 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의혹3.지역단체에 왜 알리지 않았나

가장 큰 문제는 공모를 지역사회에 제대로 알렸냐는 점이다. 충북대 병원 측은 “한국미술협회와 한국서예협회에 공모사실을 알렸다. 병원 홈페이지에도 올렸고, 지역 단체에 연락을 해봤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충북미술협회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청주미술협회에는 통화를 해서 알렸다”라고 설명했다.

청주미술협회 관계자는 “당시 사무국장이 메일을 받았지만 열어보지 못했고, 홈페이지가 오류가 나서 공문을 올릴 수가 없는 상태였다”라고 답했다. 충북미술협회 현 회장단은 이번 공모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충북민예총은 뒤늦게 이 같은 내용을 알아 현장설명회에 관계자가 참여하려고 했지만 작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지를 받았다.

의혹4. 현장설명회 참여작가는 20명

당일 현장설명회에는 20명이 참석했다. 20명 중에 충북에 주소지를 둔 사람은 12명이다. 충북대 관계자는 “회화파트에서 16명, 서예파트에서 4명이 참여했다. 서예파트는 지명초정이지만 이날 현장설명회에 참석하도록 했다”라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서예작가는 누가 선정했을까. 충북대 병원 측은 “서예작가는 뇌혈관질환센터 건립추진단의 추진위원회(내부인사 9명으로 구성, 미술전문가는 없음)에서 4명을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6명의 작품 중에서 4명만 선정했으면 2명은 다시 재공모를 해야 할까.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많다. 또 당일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한 작가는 “청주지역 회화작가가 6명 정도가 왔다. 공모 내용은 한국미술협회 홈페이지를 통해서 봤다. 공모 내용을 모를 수도 있고, 알 수도 있는 것 같다”라고 말을 아꼈다.

설명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청주미협의 일부 작가들이었고, 서예작가도 지역에서 예술단체 회장을 지난 모씨와 몇몇이었다. 이러다보니 서예인들뿐만 아니라 미술인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충북대 병원이 공공기관이라면 좀 더 공개적인 방식으로 공모를 진행했어야 한다. 투명한 공모가 진행되지 않으면 지역 미술인들 사이에도 갈등이 계속된다. 적어도 지역의 미술단체들과 상의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미술협회 충북지회(이하 충북미협)은 지난 26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공모과정에 대해 비판했다. 충북민예총 서예위원회와 청주민예총 서예위원회, 한국서예협회 충북지회, 한국서가협회 충북지회, 한국서예협회 청주·청원지부, 한국미술협회 청주지부 서예분과의 지역 서예인들은 지난 26일 충북대 병원측에 공개질의를 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호흡기 질환센터는 오는 10월 개관예정이다. 충북대 관계자는 “공문내용은 기타 타 병원 사례를 참조해 작성했다. 제한경쟁을 한 이유도 타 기관 사례를 보고 했을 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라고 재차 말했다.

■충북대병원 호흡기질환센터의 미술작품 공모진행 일지

총 작품금액 1억 4100만원. 회화는 500만원(4점), 2500만원(4점), 1600만원(1점). 서예는 일괄 100만원짜리 작품 5점

5월 19일 공고-한국미술협회, 한국서예협회, 충북대병원 홈페이지 공고. 청주미술협회 집행부와 통화해서 알림

5월 23일 현장 설명회 개최- 당일 회화 1600만원 작품이 서예 지명초청으로 바뀜. 병원 측 단순한 오기였다고 해명.

5월 26일 충북미술협회 및 지역 서예인들 병원 측에 사전 내정 의혹에 대한 공개 질의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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